1898년 4월 제36회 협성회에서는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씀이 가함’이란 주제로 토론을 하는데, 이 토론을 거의 마쳐 갈 무렵 협성회에서는 단발에 관한 문제를 다루었다. 토론이 시작되자 참가한 회원들이 일제히 단발에 대하여 동의, 재청을 하여 투표한 결과 단발이 가(可)함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배재학생들의 상투는 며칠 사이에 모두 잘려 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부모님들의 걱정과 오랜 인습에 대한 미련으로 다소의 소동을 빚기도 했다.
육정수라는 학생은 선뜻 상투를 자르지 못하다가 동료 학생에 의해 머리를 깎이고 말았다. 그는 집안 어른들에게 혼이 날까 봐 머리를 깎지 않으려고 대법원 자리의 개나리꽃 숲으로 숨었는데 한 동료 학생이 쫓아가 상투를 반쯤 자르는 바람에 깜짝 놀라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상투를 모두 자르자 아펜젤러는 크게 기뻐했다. 당시 아펜젤러는 배재의 삼대 교육목표를 영어를 가르치고, 상투를 자르고, 기독교를 믿게 하는 것이라 하였는데 목표 중의 하나가 하루아침에 달성되었기 때문이다.1)
초창기의 협성회 임원은 아래와 같이 배재학당의 교사와 학생들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회 장 : 양홍묵
부회장 : 노병선
서 기 : 이승만(李承晩), 김연근
회 계 : 윤창렬, 김혁수
사 찰 : 이익채, 임인호
사 적 : 주상호 (일명 주시경)3)
백성이 마음대로 선거를 하여 정치를 움직이는 세상이 되면 전제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온갖 부패와 무력은 저절로 없어지고 나라를 발전시켜보려는 열성과 힘도 자연히 생길 것이라는 서재필 박사의 연설은 젊은 학생들의 피를 끓게 하였던 것이다. <계속>
[미주]
1) 윤성렬, 『도포 입고 ABC, 갓 쓰고 맨손체조』, p. 38-39.
2) 조선일보(朝鮮日報) 1934. 12. 02.
3) 윤성렬, 『도포 입고 ABC, 갓 쓰고 맨손체조』, p. 156.
4) 윤성렬, 『도포 입고 ABC, 갓 쓰고 맨손체조』, p. 161.
김낙환 박사(아펜젤러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