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다가 삼천포 가지 말자
본문
이사야 5:1–7, 1:2–6
서론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 중에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원래는 진주~삼천포 간 철도 노선에서 열차가 계획한 목적지로 바로 가지 못하고 삼천포 쪽 샛길로 빠지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래서 무언가 이야기가 본론에서 벗어나거나, 계획했던 길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새버리는 상황을 말할 때 쓰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좋았는데 한순간 어긋나 버리는 삶, 이것이 영적으로도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믿음이 순수했습니다. 새벽예배, 기도회, 봉사, 헌신… 누구보다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앙의 열매는 사라지고 겉모양만 남아버렸습니다.
어떤 공동체는 처음에는 복음을 붙들고 이웃을 돌보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편안해지자 정의와 공의는 사라지고, 외형만 화려한 들포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성경에도 이런 예들이 가득합니다. 사울 왕은 처음에는 겸손했지만, 끝은 교만이었습니다. (삼상 10:22; 15:23) 솔로몬도 지혜로 시작했지만, 말년에 이방 신들을 받아들여 타락했습니다. (왕상 11:4–6)
잘 나가다가 어긋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하나님이 다 준비하신 은혜의 자리에서 마음이 떠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사야는 포도원의 노래로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 열매를 맺고 있느냐? 들포도로 변질되지 않았느냐?”
본론1
오늘 본문은 이사야 선지자가 부른 유명한 ‘포도원의 노래(이사야 5:1–7)’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기름진 산의 잘 가꾼 포도원으로 심으셨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랍게도 ‘들포도’였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자에게 포도원이 있음이여 심히 기름진 산에로다.” (사 5:1) “좋은 포도 맺기를 바랐더니 들포도를 맺었도다.” (사 5:2) 잘 나가던 백성이 삼천포로 빠져 버린 것입니다.
하나님이 친히 땅을 파고, 돌을 제하고, 울타리를 두르고,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고, 망대를 세우고 술틀까지 파셨습니다. 열매를 거두시려는 완벽한 돌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백성은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좋은 열매 대신 쓸모없는 들포도를 맺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돌아봐야 합니다.
첫째, 하나님은 우리를 완벽히 준비된 포도원으로 세우셨습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자에게 포도원이 있음이여 심히 기름진 산에로다.” (사 5:1) 하나님은 땅을 갈아엎으시고 (“땅을 파서”) 열매 맺지 못할 돌들을 제거하시고 (“돌을 제하고”) 가장 좋은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으셨습니다. (5:2) 그럴 뿐만 아니라, 울타리를 두르고, 망대를 세우고, 술틀까지 파셨습니다. 이것은 ‘나는 너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언약적 사랑의 증거입니다.
“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 (고전 3:9) “주께서 한 포도나무를 애굽에서 가져다가 민족들을 쫓아내시고 그것을 심으셨나이다.” (시 80:8) 하나님이 우리 삶의 조건을 다 준비하셨다는 사실은 변명할 수 없는 은혜입니다. 내 인생은 스스로 자란 것이 아니라 돌봄 받고 보호받는 포도원입니다.
본론2
둘째, 그러나 열매는 들포도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좋은 열매를 기대하셨습니다. “좋은 포도 맺기를 바랐더니 들포도를 맺었도다.” (사 5:2) 들포도는 원어로 보면 먹을 수 없는, 역겨운 열매라는 뜻입니다. 모양은 포도인데 맛은 쓰고 쓸모가 없습니다.
“그는 정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포학이요, 공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부르짖음이었도다.” (사 5:7) 정의(미쉬파트), 공의(체다카)는 신앙의 진짜 열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껍데기만 화려한 종교적 열심이 아니라 삶 속에서 드러나는 공정함, 약자를 향한 사랑, 진실함을 찾으십니다.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나니…” (마 7:17–18) “너희가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마 7:20) 들포도 신앙은 껍데기는 신앙 같아 보여도 하나님과 상관없는 열매입니다. 입술은 주님을 높이는데 마음은 멀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사 29:13)
본론3
셋째, 울타리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열매가 없으면 울타리는 하나님께서 친히 거두십니다. “내가 그 울타리를 걷어 먹힘을 당하게 하며 그 담을 헐어 짓밟히게 할 것이요.” (사 5:5) 울타리는 하나님의 보호와 경계선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말씀, 기도의 담장, 공동체의 영적 울타리. 그러나 들포도를 멈추지 않으면 하나님은 울타리를 제거하신다고 하십니다.
“찔레와 가시가 날 것이며, 내가 또 구름에게 명하여 비를 내리지 못 하게 하리라.” (사 5:6) 가시와 찔레는 창세기 3장에서부터 죄와 저주의 상징이었습니다. 은혜의 비는 말씀과 성령의 공급입니다. 비가 그치면 열매는 말라버립니다.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하시고…” (요 15:2) “만일 땅이 가시와 엉겅퀴를 내면 버림을 당하고 저주함에 가까워 그 마지막은 불사름이 되리라.” (히 6:8) 하나님의 돌보심은 조건 없는 방치가 아닙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울타리는 무너지고 가시덤불이 덮을 수 있습니다.
본론4
넷째, 왜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는가?
하나님은 이사야 5장에서 “너희가 들포도를 맺었다”고 하시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1장에서 이미 밝혀주십니다.
* 하나님이 다 키우셨는데 스스로 거역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내가 자식을 양육하였거늘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도다.” (사 1:2) 이스라엘은 자식입니다. 포도원처럼 땅을 갈아주시고, 돌을 제거하시고, 울타리까지 두르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은혜를 받았는데도 스스로 하나님께 등을 돌린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원의 은혜, 말씀, 교회, 공동체… 모든 조건이 완벽해도 내가 주님을 거역하고 내 뜻대로 살면 들포도로 변질됩니다.
* 하나님을 몰라보는 무지 때문입니다.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인의 구유를 알건만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내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사 1:3) 가장 슬픈 말씀입니다. 짐승도 주인을 알아보는데 언약 백성은 하나님이 주신 은혜와 돌봄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 우리의 신앙도 무지하면 삼천포로 빠집니다. 주일마다 말씀을 들어도 내 삶에 적용하지 않으면 소보다 못한 신앙이 됩니다.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 (호 4:6)
* 죄를 버리지 않고 붙잡습니다. “슬프다 범죄한 나라여, 허물진 백성이여, 행악의 종자여…” (사 1:4) 하나님은 돌을 제거해 주셨습니다(사 5:2). 그런데 백성은 스스로 죄의 돌을 다시 주워 옵니다. 이것은 마치 사람 몸에 생기는 담석과 같습니다. 담즙이 흐르고 배출되어야 할 찌꺼기가 배출되지 않고 조금씩 굳어져 돌덩이가 되면 결국 고통이 됩니다. 담석은 처음에는 작아서 티가 안 나지만, 몸 안에 계속 쌓이면 담관을 막아버리고 통증과 염증으로 결국 건강을 무너뜨립니다.
죄도 같습니다. 하나님은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의 죄를 털어내시고, 돌을 제거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죄를 버리지 않고 다시 품으면 영혼 깊은 곳에 담석처럼 쌓여 마음을 막아버립니다.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그 죄가 다시 울타리를 허물고 가시덤불이 됩니다. “너희가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갈 6:7)
* 마음이 완고해져 치료할 틈이 사라집니다.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뿐이요…” (사 1:6) 상처는 죄의 결과입니다. 죄를 버리지 않고 방치하면 상처는 곪아가고 하나님이 돌보셔도 스스로 고치지 못합니다.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며 귀가 막히고 눈이 감기게 하라…” (사 6:10)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영적 마비 상태 즉 그것이 삼천포 신앙의 최종 상태입니다.
결론
상반기 마무리 & 하반기 새로운 출발
사랑하는 여러분, 상반기가 끝났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잘 가꾼 포도원으로 지켜주셨습니다. 그러나 들포도가 아니라 정의와 공의, 사랑과 진리의 열매를 맺고 있습니까? 울타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들포도를 멈추고 하반기에는 참 포도나무 되신 예수님께 다시 붙어 있는 가지로 새롭게 출발합시다.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열매를 맺게 하고 너희 열매가 항상 있게 하려 함이라.” (요 15:16)
결단 기도문
하나님 아버지, 상반기 동안 나를 포도원처럼 가꾸시고 지켜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들포도 같은 신앙을 내려놓고 정의와 공의의 열매로 주님께 응답하게 하소서. 하반기에는 더 인내하며 참 포도나무 되신 예수님께 붙어 있는 가지로 새로운 열매 맺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핵심 문장
“하나님은 우리를 잘 가꾼 포도원으로 세우셨지만, 마음이 떠나면 들포도를 맺어 울타리가 무너지고 죄는 담석처럼 영혼을 막아버립니다.”
“울타리가 무너지기 전에 다시 붙어 있어 정의와 공의의 열매로 하나님께 응답해야 합니다.”
최원호 목사 (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