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내가 태에서 나와서 고생과 슬픔을 보며 나의 날을 수욕으로 보내는고” -예레미야 20:18
태아기는 뇌가 조직되는 신경 발달의 초석이다. 태아는 임신 2주에서 8주 사이에 얼굴 생김새가 갖춰지면서 뇌가 형성된다. 임신 초기 3개월은 태 안에서 뉴런이 형성되고 분리되며 뉴런이 장소를 이동하고 또 다른 뉴런들과 결합한다. 이 모든 방식은 다른 성질에 따라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때 술이나 약물을 복용하면 태아의 기형을 유발한다. 또한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에 술을 마시면 태아가 전체적으로 작아지며 임신 어느 시기든지 알코올은 대뇌피질 내 뇌간의 세포를 손상시킨다.
대략 임신 3주에 신경판이 태아의 외배엽으로부터 형성된다. 신경판은 태아의 배축 표면에 있는 세포로서 이후 신경계로 발달되고, 그 발달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신경판은 홈을 형성하기 시작하며 임신 24일 정도에 이르면 홈이 융합되어 신경관이 형성된다. 신경관의 서로 다른 부위들이 신경계의 여러 다른 부위들로 발달 되며, 신경관의 내적 표면은 뇌실과 척수의 중심관이 된다.
임신 40일 정도에는 신경관의 전측 부위에 3개의 눈에 띄는 융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이후 이 융기들이 중추신경계의 전뇌, 중뇌 및 후뇌로 발달하게 된다. 임신 초기 6주가 되는 시기에 두뇌 발달을 방해하는 독성물질과 알코올의 사용은 가장 큰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임신 이후 6~7주(40~50일)가 되면 태아의 마음이 결정되고, 뇌는 남성 혹은 여성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어두운 자궁 속에서 결정적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이 뇌의 구조 및 조직을 형성하면서 차례로 마음의 본성을 규정짓는데, 태아의 유전자 형성과 상관없이 남성 호르몬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남자가 되고, 남성 호르몬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여자가 된다. 남성호르몬이 아이의 성별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
임신 6주가 되었을 때 태아의 성별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남자 태아는 안드로겐이라는 남성호르몬, 특히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특수한 세포들이 발달한다. 남성의 뇌, 여성의 뇌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호르몬에 의해 성별이 결정되는 것이다.
임신 8주 후 무렵이면 두뇌가 세 부분으로 발전한다. 이때 왕성한 세포 과잉 생산의 시기가 되는 것이다. 25만 개의 신경모세포들이 활동하며 초창기 신경세포가 매분 만들어진다. 이 시기부터 뉴런들은 특정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분화한다. 우선 특정 장소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웃 뉴런 쪽을 향해 적극적으로 확장한다. 신경관 내부에서 계속 분열하는 세포는 엄청난 숫자의 뉴런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런 뉴런들은 두뇌 각 위치로 이동하며 피질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뻗어간다.
뉴런의 이동 자체가 뉴런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두뇌 구조가 조직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시각뉴런은 시각뉴런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시각 정보가 도달하는 두뇌 부위로 이동했기 때문에 시각뉴런이 된 것이다.
태아가 50일이 되면 피질, 중뇌, 소뇌, 연수, 시상하부 등이 형성된다. 태아가 60일이 되면 신경계는 구부러진 빈 관으로부터 접힌 구조물로 발달하고 개별 영역들로 분화되기 시작된다. 또 임신 60일 무렵까지 전뇌가 피질판으로부터 급격하게 성장한다. 신경세포가 이동하고 나면 축삭과 가지돌기가 성장하기 시작한다.
임신 70일~100일에 이르면 뇌량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신경세포의 이동과 시냅스 형성이 시작된다. 태아가 100일이 되면 피질의 주요 영역들이 형성된다. 시신경, 제4뇌실, 피질, 소뇌 등이 발달된다. 이때부터 출생 시기까지 뇌는 계속 팽창하고 주름진 패턴을 발달시킨다.
태아기의 뇌 발달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환경인데, 특히 임신 중 약물이나 독성물질 등은 태아에 악영향을 미친다. 임신 기간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물은 담배이다. 니코틴은 혈관의 수축을 일으켜 자궁과 태반에서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고 태아의 심장 박동과 호흡운동을 줄이며 일산화탄소에 노출시킨다.
흡연은 아기가 조산과 저체중으로 태어날 위험성을 크게 높인다. 비흡연 임산부에 비해 유산율이 1.7배 높으며 조산의 위험성은 2~3배나 높다. 임신기에 흡연한 어머니가 낳은 자녀는 지적장애가 될 확률이 50% 더 높으며, 주의력결핍장애가 3배나 높다. 또한 영아돌연사증후군도 더 높다. 약물은 뉴런의 자연스러운 이동, 뉴런 간의 연결 등, 태아가 발달하는 시기에 이루어지는 적절한 가지치기를 방해한다.
또한 니코틴이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을 저하 시킨다는 증거도 있다. 니코틴은 도파민이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만든다. 임신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알코올은 세포 이동 장애를 일으킨다. 그래서 술을 마시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두뇌는 매우 작고, 기형이며 뉴런의 밀도도 낮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FAS) 아기는 유년기에 지능지수가 낮게 나타난다. 그리고 고등학교와 성인기에 이르면 어려운 읽기와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여 학습장애를 일으킨다. 부적응 행동, 과잉 행동, 우울증도 나타난다. 태아에게 독성물질로 여겨지는 것은 납 물질, 살충제, 마취가스, 코카인, 항생제, 아스피린, 항우울제, 다량의 비타민A, 여드름 연고 등이다.
태아에게 영양실조는 뉴런의 형성을 가로막는다. 특히 비타민B, 엽산, 필수지방산 같은 특정 영양소의 부족은 두뇌 발달을 지체시킨다.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면 뉴런의 형성이 중단되고 인지발달도 떨어진다. 척수와 연수같이 생애 초기에 수초화가 가장 많이 된 두뇌 영역이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임신 6개월이면 태아의 대부분의 신경세포가 생성된다. 임신 7개월 정도까지 대부분의 신경세포들이 이동을 하고 분화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뇌 성장과 변화가 시작된다. 즉 신경세포들은 오랫동안 시냅스를 생성, 가지돌기가 가지치기를 통하여 성인 뇌에서 요구되는 더 많은 시냅스와 수상돌기 가지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시냅스 생성과 가지돌기 가지치기 모두 출생 후,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성인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임신 8개월이 되면 태아는 성인 두뇌보다 두 배 많은 뉴런이 존재한다. 이 시기에 세포와 뉴런, 그리고 신경교세포가 구성되어 거의 완성을 이루고 그 이후에는 뉴런이 쇠약해진다. 특히 신경교세포는 이동하는 중에 뉴런에게 영양분을 주고 안내하며 보살피는 기능을 하는데, 두 가지 유형의 교세포가 나타난다. 첫 번째 유형은 신진대사와 뉴런의 기능을 조절하고, 또 다른 유형은 미엘린이라는 지방질 물질로 축삭돌기를 감싸고 정보전달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다.
태아기의 뇌 발달에 따른 정신건강의 문제는 바로 환경이다. 태아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정자의 생존 기간은 약 3개월이다. 그래서 장차 아버지가 될 사람은 최소한 수정되기 3개월 전부터 약물을 피해야 한다. 특히 흡연, 알코올, 니코틴, 약물, 독성물질, 풍진과 같은 병의 감염이나 엽산 같은 특정 영양소의 부족은 뉴런의 이동을 방해한다. 올바른 뉴런의 이동은 정상적인 두뇌 기능을 발달시키는 데 중요하다. 자폐증이나 난독증, 그리고 뇌전증이나 조현병은 부분적으로 뉴런의 이동 과정의 문제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