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처리하는 편도체는 해마 끝에 있는 작은 혹과 같은 조직으로, 정서센터의 기능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쁨, 슬픔, 분노, 불쾌감 같은 정서를 느끼는데, 바로 그런 정서들이 편도체에서 유발된다. 때로는 편도체를 공포센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편도체는 임신 8개월 때 완전히 발달하기 때문에 출생 전에 강렬한 두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아기는 편도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 전까지는 출생 초기 몇 년 동안 양육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편도체는 정서적 학습에 관여하는 신경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교통사고를 겪지 않고도 해마가 배운 내용을 기억하여 적색 신호등일 때 길을 건너지 않는 게 통상적이다. 이런 현상은 조건화된 자극에 대한 정서에 반응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편도체가 손상되면 적색 신호등일 때 길을 건너면 위험하다고 말하면서도(해마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빨간 신호인데도 아무렇지 않게(편도가 공포를 못 느끼기 때문에) 길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편도체는 정서와 관련된 서술기억을 조절하여 기억의 강도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 옷에 실례한 일, 책을 못 읽어 망신당한 일, 따돌림당한 일 등 정서가 얽힌 기억이 깊이 각인된다. 물론 이 기억들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편도가 개입하여 해마의 기억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을 기억하는 것도 편도체 덕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꿈을 믿지 않는다고 하는데 편도체가 자극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자극받은 꿈만 해마가 기억하게 된다.
정보가 시상에 들어오면 시상에서는 정보를 피질과 편도에 보낸다. 대뇌피질 통로를 지나는 경우, 정보처리 속도가 느린 대신 정확히 처리된다. 반면에 시상에서 편도 통로를 지날 경우, 정보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지만 정확성은 더 떨어진다.
편도체는 위급한 상황에서 피해야 할지 직면해야 할지(도피-투쟁반응)를 결정하는 집행부 역할을 한다.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겁을 줄 때 도망가거나, 누군가 갑자기 주먹질을 할 때 몸을 피하라고 지시하는 게 편도이다. 자동차가 달려오거나, 무섭게 달려드는 화난 코뿔소를 발견했을 때 반응하는 게 편도이다. 편도가 고장이 나면 돌격하는 코뿔소를 반갑게 껴안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미소를 지었는데 비명을 지르고 달아날 수도 있다.
편도체는 사회적 뇌의 핵심이다. 사회적 뇌로서 편도체의 역할은 정보를 수집하고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에서 상대방을 기억하고 느끼는 감각과 신체적 상태를 보호하려는 행동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경계와 주위를 조절한다. 자극이 위협적이지 않을 때 편도체의 활동은 감소한다. 편도체는 후각, 청각, 촉각과 사회적 소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편도체는 긍정적 정서보다는 부정적 정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정적 경험을 피하는 것은 뇌가 자신을 보호하는 나름의 생존방식이다. 한 예로, 공부와 관련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재미있게 가르치기, 아이의 장점 활용하기, 실패했을 때 공감해주기, 실패를 극복한 경험담을 들려주기 등 학습과 관련한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게 해 주어야 한다. 큰 공포감을 느낀 경우, 이에 대한 기억은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이 된다.
편도체는 얼굴 표정에 대한 반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편도체는 공포감에 민감해서 공포에 질린 표정을 본 순간 편도가 활성화된다. 물론 행복이나 분노 같은 정서에 대해서도 활성화되지만, 공포에 대한 반응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편도체는 두려운 얼굴을 읽을 때 후각, 청각, 촉각 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렇게 편도체는 아무에게나 다가서는 것을 막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낯선 사람과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사회적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편도체가 손상되면 사회적 판단, 의사소통, 표정 읽기, 시선 읽기, 진실성 평가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