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처리하는 편도체는 해마 끝에 있는 작은 혹과 같은 조직으로, 정서센터의 기능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쁨, 슬픔, 분노, 불쾌감 같은 정서를 느끼는데, 바로 그런 정서들이 편도체에서 유발된다. 때로는 편도체를 공포센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편도체는 임신 8개월 때 완전히 발달하기 때문에 출생 전에 강렬한 두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아기는 편도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 전까지는 출생 초기 몇 년 동안 양육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편도체는 정서적 학습에 관여하는 신경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도체(붉은색)는 해마 끝에 있는 작은 혹과 같은 조직이다.
▲편도체(붉은색)는 해마 끝에 있는 작은 혹과 같은 조직이다.
일반적으로 편도체는 가까이 있는 해마와 협력하여 정서 정보를 처리한다. 이 처리 과정은 두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시상에서 직접 편도로 들어오며, 두 번째는 편도체로 도달하기 전 대뇌피질과 해마를 거쳐서 들어오게 된다. 첫 번째 체계는 빠른 반응과 연관된 정보를 결정할 때 작동하는 반응이다. 가령 ‘적색 신호등일 때 길을 건너면 위험하다’는 정보를 접한 사람이라면 적색 신호일 때 길을 건너지 않는다. 이는 적색 신호등으로 인해 공포를 겪어서가 아니라, 적색 신호등과 관련된 공포를 의식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통사고를 겪지 않고도 해마가 배운 내용을 기억하여 적색 신호등일 때 길을 건너지 않는 게 통상적이다. 이런 현상은 조건화된 자극에 대한 정서에 반응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편도체가 손상되면 적색 신호등일 때 길을 건너면 위험하다고 말하면서도(해마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빨간 신호인데도 아무렇지 않게(편도가 공포를 못 느끼기 때문에) 길을 건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편도체는 정서와 관련된 서술기억을 조절하여 기억의 강도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 옷에 실례한 일, 책을 못 읽어 망신당한 일, 따돌림당한 일 등 정서가 얽힌 기억이 깊이 각인된다. 물론 이 기억들은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편도가 개입하여 해마의 기억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을 기억하는 것도 편도체 덕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꿈을 믿지 않는다고 하는데 편도체가 자극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자극받은 꿈만 해마가 기억하게 된다.

정보가 시상에 들어오면 시상에서는 정보를 피질과 편도에 보낸다. 대뇌피질 통로를 지나는 경우, 정보처리 속도가 느린 대신 정확히 처리된다. 반면에 시상에서 편도 통로를 지날 경우, 정보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지만 정확성은 더 떨어진다.

편도체는 희로애락의 정서를 유발한다.
▲편도체는 희로애락의 정서를 유발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다소 정확하지 않더라도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다. 편도체는 거미만 보면 무조건 도망가게 만들고, 해마는 그 거미가 독이 없는 종이므로 도망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게 만든다. 편도체 회로와 해마 회로는 일종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해마에 문제가 생기면 편도체가 기억, 감정,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편도체 쪽으로 치우친 불균형은 정서 조절을 방해하게 된다.

편도체는 위급한 상황에서 피해야 할지 직면해야 할지(도피-투쟁반응)를 결정하는 집행부 역할을 한다.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겁을 줄 때 도망가거나, 누군가 갑자기 주먹질을 할 때 몸을 피하라고 지시하는 게 편도이다. 자동차가 달려오거나, 무섭게 달려드는 화난 코뿔소를 발견했을 때 반응하는 게 편도이다. 편도가 고장이 나면 돌격하는 코뿔소를 반갑게 껴안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미소를 지었는데 비명을 지르고 달아날 수도 있다.

편도체는 사회적 뇌의 핵심이다. 사회적 뇌로서 편도체의 역할은 정보를 수집하고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에서 상대방을 기억하고 느끼는 감각과 신체적 상태를 보호하려는 행동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경계와 주위를 조절한다. 자극이 위협적이지 않을 때 편도체의 활동은 감소한다. 편도체는 후각, 청각, 촉각과 사회적 소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편도체는 긍정적 정서보다는 부정적 정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정적 경험을 피하는 것은 뇌가 자신을 보호하는 나름의 생존방식이다. 한 예로, 공부와 관련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재미있게 가르치기, 아이의 장점 활용하기, 실패했을 때 공감해주기, 실패를 극복한 경험담을 들려주기 등 학습과 관련한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게 해 주어야 한다. 큰 공포감을 느낀 경우, 이에 대한 기억은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이 된다.

편도체는 얼굴 표정에 대한 반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편도체는 공포감에 민감해서 공포에 질린 표정을 본 순간 편도가 활성화된다. 물론 행복이나 분노 같은 정서에 대해서도 활성화되지만, 공포에 대한 반응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편도체는 두려운 얼굴을 읽을 때 후각, 청각, 촉각 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렇게 편도체는 아무에게나 다가서는 것을 막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낯선 사람과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사회적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편도체가 손상되면 사회적 판단, 의사소통, 표정 읽기, 시선 읽기, 진실성 평가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손매남 박사
▲손매남 박사
편도체가 과잉 활성화되면 지속적으로 사람을 경계하고, 위협을 과대평가한다. 모든 불안장애는 편도체의 역기능과 관련이 있다. 편도체의 과잉 활성화는 정서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편도체 장애의 병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이다. 어려서 심한 학대로 충격을 받은 아동은 그와 관련된 자극에 대한 거의 영구적인 공포 반응을 나타낸다. 평상시 보통 사람들은 정서 정보가 시상에서 편도와 대뇌피질로 나뉘어서 가는 반면, PTSD를 비롯한 정서장애 아이의 경우 평상시에도 시상에서 편도체로 가는 신경회로망이 과잉 활성화된다. 정신병리의 뇌 기초는 편도체의 일부분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의 신경신학자들은 방언과 같은 강력한 영적 체험을 하는 동안에도 편도체가 활성화된다고 증거하고 있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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