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There is no fear in love; but perfect love casts out fear… NKJV)” -요일 4:18
뇌 영상기법의 놀라운 발전에 힘입어 뇌와 정서의 관계를 밝히는 흥미로운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인간의 기초정서는 희로애락, 그리고 혐오감과 공포 등으로 나누어 생각하는데, 이러한 정서는 우리의 표정으로 나타내 보인다. 기초 정서들의 적절한 조합을 이루면 질투, 미움, 애증과 같은 감정들이 유발되는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뇌의 여러 구조물에 영향을 준다. 영국의 런던에 있는 어느 대학의 인지과학자들이 연구하였는데,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애인의 사진을 볼 때 어느 뇌가 활동하는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찍었다. 17명의 참가자들이 애인의 사진을 볼 때 사랑의 감정을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를 9점 척도상에서 평가하였는데 7.46점을 획득하였고, 친구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3.2점이 기록되었다. 사랑의 감정에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를 fMRI를 통해 발견하였는데 그곳은 바로 내측 뇌섬엽피질, 전측 대상피질, 그리고 미상핵과 피각 등의 활동이 증가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반구의 후측 대상피질과 편도체, 그리고 전전두피질 일부의 활동은 오히려 감소되었다. 뇌는 한 가지 기능을 하기 위해 여러 부위가 함께 관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뇌의 원리인데,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뇌의 기능도 여러 부위가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뇌의 어느 한 부위가 딱 하나의 기능만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사랑의 감정이 클수록 뇌의 보상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된다. 첫 번째 관여하는 보상시스템은 미상핵이다. 이는 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구조물인데 사랑을 느낄 때 미상핵이 활성화되는 것은 뜻밖의 일이다. 보상시스템은 정서 작용과 관련되는 변연계에 주로 위치하고 있으며 뇌의 여러 부위와 연결되어 있다. 사랑의 감정에 관여하는 두 번째 보상시스템은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이다. 이 부위(VTA)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며 미상핵 등 다른 영역으로 공급한다. 도파민은 뇌의 쾌감중추에서 기쁨과 행복을 불러일으킨다. 도파민은 음식을 먹거나 성관계를 가질 때처럼 쾌감을 느낄 때에도 분비된다. 애인 사진을 볼 때 (남녀의 뇌 활동을 관찰해보면) 쾌감중추가 마약을 복용했을 때처럼 행복감을 느끼는 도파민으로 가득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막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애인 생각만 해도 도파민이 분비되어 찌릿한 행복감에 도취되고 성욕에 불이 붙게 된다.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편도체의 활동이 감소하고 전측대상피질은 활성화된다. 편도체는 정서, 특히 공포센터인데, 공포 등의 부정적 정서의 습득과 표현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부정적 정서가 없기 때문에 편도체의 활동이 감소한 것이다. 애인의 사진을 보게 되면 안정감 또는 행복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때 편도체의 활동은 감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느낄 때 대상피질(뇌량 주위를 띠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는 의미에서 대상피질이라 불린다)의 전측부의 활동이 증가하고 후측부의 활동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경험할 때 전측 대상피질이 활성화된 것은 다른 연구에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또한 사랑에 빠지게 되면 여러 가지 호르몬의 변화가 생긴다. 제일 먼저 변연계의 신경세포에 페닐에틸아민(PEA)이 가득 채우게 된다. 열정의 호르몬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어 상대방에게 혼이 빠지게 되고 황홀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사랑에 빠지면 이성적 판단이 어렵게 된다. 저 사람이 아니면 죽는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이때 결혼하면 위험하다. PEA는 신경 세포의 정보 교환을 촉진시키는 화학분자이며 천연의 암페타민(Aamphetamine)이다. 암페타민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이며, PEA는 암페타민처럼 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연인들은 행복감에 도취된다. 그래서 넘치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밤새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해도 지칠 줄 모르며 몇 시간이고 되풀이해서 교감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한 실험에 의하면 애인의 사진을 볼 때는 변연계의 활성화가 현저하지만, 그냥 아이의 사진을 볼 때의 변연계는 활성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음이 입증되었다.
인간의 사랑은 세 가지의 독립된 감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욕망과 로맨틱한 사랑, 그리고 장기간의 애착 등이다. 이러한 감정은 단계적이거나 동시에 일어날 수 있으며 욕망은 성교행위로, 로맨틱한 사랑은 부부관계로(Making Love), 장기간의 애착은 자녀의 출산과 양육으로 귀결될 수 있다. 섹스를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때에는 뇌 안에서 도파민을 비롯하여 세로토닌,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 화학물질의 변화가 발생한다.
특정한 상대와 로맨틱한 사랑에 빠질 때에도 세로토닌의 분비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 세로토닌은 몸 안의 10mg 정도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1~2% 정도가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고, 그 나머지는 위, 장에 머물며 소화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뇌 안에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강박증 환자처럼 온종일 애인만 그리워하며 몰두하게 되는데, 이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부족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때는 대체로 정상인에 비해 세로토닌이 40% 정도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랑의 두 번째 단계에서는 애착을 느끼는 엔돌핀(Endorphin)이 뇌 안에서 흘러넘치게 된다. 엔돌핀은 몸 안에서 분비되는 모르핀이라는 뜻이다. 이는 양귀비에서 추출되는 가장 강력한 진통제이다. 엔돌핀은 PEA처럼 뇌의 신경전달물질이지만, PEA와 달리 통증을 억제하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그래서 연인들은 엔돌핀의 분비로 인해 평온하고 안정된 느낌을 갖게 되어 평화로운 분위기로 식사하고 대화하며, 잠을 자게 된다. 또한 이 엔돌핀은 어머니가 갓난아이를 안고 귀여워할 때 아이의 몸 안에 흘러나온다. 따라서 아이들은 행복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갖게 되며 사랑의 기쁨을 배우게 된다.
사랑의 마지막 단계인 장기간의 애착 상태는 옥시토신의 분비가 활성화 될 때이다. 특히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사랑은 시상하부에서 합성되는 옥시토신이 작용되는데, 뇌하수체를 통해 혈류로 방출된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면 어머니의 몸에서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기 시작하며, 그 결과 젖꼭지가 꼿꼿이 서게 되므로 당장 젖을 먹일 채비를 갖추게 된다. 또한 옥시토신은 아이를 낳을 때 자궁을 수축시켜 태아의 분만을 용이하게 한다.
옥시토신은 성생활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신경을 예민하게 하며 상대를 꼭 껴안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성적 흥분이 강렬할수록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성교 도중에 쾌감은 더욱더 증대된다. 옥시토신은 여자가 아이를 낳고, 갓난아이를 포옹하고 젖을 먹이고, 남편과 성교할 때 분비되어 쾌감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낭만적 사랑에 빠져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낄 때, 성적 흥분을 느낄 때 모두 뇌가 활동하는 것이다. 결국 사랑은 뇌로 하는 것이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