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을 쉽게 내는 자는 다툼을 일으켜도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시비를 그치게 하느니라” (잠언 15:18)

“노를 품는 자와 사귀지 말며 울분한 자와 동행하지 말지니” (잠언 22:24)

분노는 스트레스 증상의 하나이다. 외국의 경우 스트레스에 대해 주로 무력감, 우울, 불안의 정서 증상이 나타나는데 우리나라 사람의 스트레스 반응인 분노지향형은 외국과 비교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스트레스 자극을 받게 되면 속이 화끈거리고 뒷목이 당기는 등 몸으로 나타나는 분노 반응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분노충동에 의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되고 있어 사회적 병리를 야기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2009년에는 3,700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4,934명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 분노 시 5명 중 1명은 통제 불가능한 폭발적인 분노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분노의 조절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분노 조절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분노 조절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depositphotos

분노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공격형 분노가 있다. 이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나 비난,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 나타나는 분노의 형태이다. 고함을 지르거나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화를 참을 수 없는 어떤 사람이 굴착기를 몰고 와 대검찰 청사를 들이받은 사건처럼 물건을 부수고 파괴하는 등 폭력적 행동과 함께 인격적으로도 사람을 무시하고 모욕감을 준다. 남성에게 많으나 여성에게도 있다.

둘째, 수동형 분노가 있다. 관계가 악화될까봐 겁이 나서 화를 숨기는 반응으로 나타나는 분노의 형태이다. 밤늦게 들어오거나 술, 담배, 약물 등을 남용하고, 쇼핑을 지나치게 하거나 폭식을 하며 친구에게 수다를 떨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몸져누워 있기도 하고, 만만한 대상에게 화를 풀거나 식음을 전폐하기도 하며,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며 잠만 자기도 한다. 여성에게 많으나 남성도 있다.

셋째, 수동공격형 분노가 있다. 이는 직접 의사 표현을 하지 않고 뒤에서 보복하는 형태의 분노이다. 협력을 하지 않고 선동하거나 나타나야 할 때는 정작 나타나지 않는다. 뒤에서 다른 사람들을 험담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으며 심부름시켜도 하지 않거나 늦장을 부려 상대방을 골탕 먹인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분노를 표현하는 유형이 있다. 이는 상대방이 자기 마음을 읽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필요를 직접적으로 솔직하게 밝힌다. 그러면서 즉시 상대방의 필요와 감정을 고려하는 유형이다.

분노(화)는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주관하는 전두엽(붉은색)에서 좌측 전두엽 부위의 혈액 순환이 잘 안되어 뇌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면서 손상된다.
▲분노(화)는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주관하는 전두엽(붉은색)에서 좌측 전두엽 부위의 혈액 순환이 잘 안되어 뇌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면서 손상된다. ⓒ위키미디어

분노(화)는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분노하면 직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주관하는 전두엽이 있는데 좌측 전두엽 부위의 혈액 순환이 잘 안되어 뇌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면서 손상된다. 결국 분노는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뇌 세포를 손상시켜 급기야는 뇌가 쪼그라진다.

그뿐 아니라 감정을 생성하는 뇌의 부위가 변연계인데 분노하거나 흥분할 때, 공격적 행동을 하게 될 때, 이 변연계가 과잉 활성화되고 부정적 사고, 부정적 정서가 고조되어 유대관계가 깨어지고 우울하거나 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유 없이 화를 잘 내고 짜증을 내며 폭력적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측두엽의 기능장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가 흥분하면 발을 구르고, 극도로 신경질이 나면 부들부들 떨고, 무서우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도 뇌의 기저핵이 과잉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 가지 일만 고수 한다든가, 적대적 행동을 할 때 자기 생각대로 어떤 일을 고수하다가 뜻대로 안 될 때 화를 내면 전대상피질의 과잉활성화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운전을 하면서 화를 벌컥 낼 때도 전대상피질이 과잉 활성화된다. 마찬가지로 분노(화)를 내는 경우에는 뇌의 여러 부위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분노는 정서뿐 아니라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분노는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자녀들에게 전이되거나 적대적 동일시를 유발시킨다. 분노는 위장병, 고혈압, 화병, 우울증, 자살, 살인 등을, 특히 여성은 두통, 복통, 천식, 유방암, 관절염, 불면증, 요통, 비만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장질환을 유발하고 혈압이 높아진다. 분노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전을 만들기도 하며,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식사 중에도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손매남 박사
▲손매남 박사
분노를 저하시키는 방법은 인지를 재구조화시키는 일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만나게 되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분노의 감정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분노 이면에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성 사고가 깔려 있으므로 이럴 경우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는 유연한 사고를 취하거나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적 사고로 바꿔 주면 분노(화)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분노나 부정사고에 부딪힐 때마다 인지치료 훈련을 하고 나면, 나중에는 긍정적 인지 자동화가 일어나며, 급기야는 아주 건강한 사고로 모든 인간관계를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