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과 관련된 강박사고와 행위로 고생해온 A씨는 늘 비누와 물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공공장소에서 누군가와 스치면 곧바로 더러운 것을 닦아내든지 먼지를 털어내야만 한다. 오염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즉시 씻어야만 하는 이러한 행동은 자신을 늘 파김치처럼 지치도록 만들고 있다.
B양은 공중화장실의 수도꼭지나 문고리, 버스나 전철의 손잡이, 공중전화 등 남들이 만졌던 물건을 만지면 병균이 자신에게 감염된 것처럼 행동한다. 그녀는 이러한 것들에 접촉하게 되면 심한 불쾌감과 세균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어쩔 수 없이 반복해서 손을 씻고 또 씻어야만 마음이 편해진다.
전대상피질은 전두엽 중간부위의 심층부에 위치하며, 변연계의 일부로 간주되고 있다. 전대상피질은 우리가 안정되고, 편안하고, 융통성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생각의 기어변속기로서, 우리의 행동을 순조롭게 하고, 우리가 융통성 있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즉, 전대상피질의 가장 주요한 기능은 인지적 융통성이다.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이동하거나 대안을 살피고 협동하는 능력을 지닌다.
전대상피질은 인지와 정서를 접속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등쪽 전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은 인지적 기능을 주로 담당하고, 배쪽 전대상피질(Ventral Anterior Cingulate)은 주로 슬픔의 감정인 정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대상피질은 고통의 중추이다. 실연당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할 때 등 가슴이 아픈 기능을 한다. 그래서 전대상피질은 인간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대상피질은 또 집중력이 강하고,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이며, 사고가 조직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숫자에 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래 지향적인 사고’에 관여한다. 전대상피질이 잘 작동할 때, 사람들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그것이 활동적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동기나 열의를 갖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손상은 무동성, 무언증이라 불리는 상태를 유발한다. 이때 사람들은 움직임이 없어지고,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전대상피질에 문제가 있으면 경직되어 있고, 자기방식대로만 처리하며, 독재적인 경향이 있으며,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을 한다. 전대상피질이 지나치게 작동할 때, 사람들은 너무 많이 계획하고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이 걱정한다. 그리고 너무 심각해지거나 강박적으로 변한다. 이들은 계속해서 부정적인 사건들을 생각하며, 세상이 아주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 한다. 전대상피질에서 활동이 지나칠 때, 사람들은 엄격하고 인지적으로 융통성이 없으며, 과도하게 집중하고 걱정스러우며 반항적이게 된다. 뇌 속 이 부분은 협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대상피질이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을 할 때, 협력적인 행동의 방식으로 이동이 용이하다. 지나치게 일을 할 때는 주의를 옮기는 것에 어려움이 있고, 비효율적인 행동 패턴에 신경 쓴다. 이때 그들은 고정된 사고에 집착하여 비협조적이거나 어려움을 느낀다. 전대상피질이 과잉활동할 때 사람들은 집착하거나 자동적으로 “안 돼(NO)!”라고 말하고, 운전할 때 분노를 폭발한다. 또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에 갇히는 경향을 보이는데, 걱정이 많은 사람이 되거나 과거의 상처들 혹은 원한들을 붙들고 있게 된다. 부정적인 행동에 집착하거나 지나친 손 씻기, 과도한 문단속 등의 강박적 행동도 하게 된다.
전대상피질의 문제가 있는 사람은 흔히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완고하거나 따지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자신이 늘 옳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기도 한다. 그야말로 언쟁을 위한 언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고, 지나치게 걱정이 많고, 특정한 생각이나 감정, 행동에 집착한다.
전대상피질의 손상은 무감동, 부주의, 정서 불안정성, 성격 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정서적 후유증을 야기한다. 전대상피질의 활동 과다는 세로토닌의 부족으로 일어난다. 흔히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부족으로 뇌가 부정적으로 조형이 되어 전대상피질의 활동 과다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정신장애는 병적 도박, 강박 쇼핑, 절도광, 신체이형장애를 포함하는 강박관련장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알코올중독 등 중독장애, 신경성식욕부진증, 적대적 반항장애, 건강염려증, 뚜렛증후군, 자폐증 등이다. 운전할 때 도로에서 급히 앞에 끼어들거나 난폭해지는 소위 도로분노증도 전대상피질의 활동 과다로 일어난다. 특히 조현병의 음성 증상은 전대상피질의 활동 과다를 보인다. <계속>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