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여 내가 고통 중에 있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근심 때문에 눈과 영혼과 몸이 쇠하였나이다 내 일생을 슬픔으로 보내며 나의 연수를 탄식으로 보냄이여 내 기력이 나의 죄악 때문에 약하여지며 나의 뼈가 쇠하도소이다” (시편 31:9~10)
우울증의 정식 진단명은 주요 우울장애이다. 이는 최소한 2주 동안, 거의 날마다 하루의 대부분을 매우 슬픈 감정을 느끼게 되는 심각한 기분장애이다. 이 장애는 단지 며칠 동안 지속되는 울적함(the blues, 예 ‘코로나 블루’)과는 다르다. 많은 사람은 이따금 울적하다고 느낀다. 주요 우울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흔히 이전에 즐거웠던 것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들은 불면증이 오고, 생각하거나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모든 것이 무가치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흔히 우울증 환자들은 자살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주요 우울장애가 있는 사람은 ‘축 처진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울증이 있는 이들은 이런 느낌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6월 24일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가 2017년 대비 2021년에는 무려 35.1%나 증가했으며, 연령별로는 20대 환자가 전체의 19.9%를 차지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60대, 30대가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도 18~29세 사이에 많은 청소년이 60세 이상의 노인보다 이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3배나 더 높다. 또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주요 우울장애가 2배 더 많이 발생한다. 우울장애를 일으키는 뇌의 부위는 주로 대뇌변연계이며 부정적 사고가 많은 경우에는 전대상피질이나 전전두피질의 기능의 이상이 나타난다.
변연계는 뇌의 중심부 근처에 위치하며, 호두알만한 크기이다. 변연계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 그리고 후각계와 측좌핵, 기저전뇌부를 포함하여 시상과 시상하부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변연계는 기억, 의욕, 좋고 싫음, 공포 등에 관여하는 부분으로, 마음속 감정을 만들어 내어 ‘정서의 뇌’라고 부른다. 변연계는 모두 전두엽으로 가는 관문인 전대상피질와 연결되어 있다. 변연계는 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연결된 정서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여 좌측은 부정적 정보, 우측은 긍정·부정 정보 모두에 반응한다. 편도는 희로애락을 담당하는 정서센터의 기능을 수행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고, 싫어하는 일은 하기 싫다. 대뇌변연계는 어떤 대상에 대해 좋고 싫음을 판단한 후, 좋아하는 것일 때는 의욕이 샘솟으면서 행동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대뇌변연계는 사람이 행동을 취하기 위한 정신력의 근원이다.
해마는 바닷속 해마처럼 살짝 구부러진 형태를 띠고 있으며, 기억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단기기억의 중추이다. 이곳은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로 구분하여 기억을 분류하고 저장한다. 해마 끝에 있는 편도체가 좋고 싫음이나 공포의 감정을 담당한다. 그래서 편도체가 손상되면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원숭이들은 대개 뱀을 무서워하는데 편도체가 손상된 원숭이는 뱀이 가까이와도 전혀 겁을 내지 않는다. 편도체는 부정적이고 두려운 감정뿐만 아니라 호감에도 관여한다. 보통 좋아하는 이성이나 싫어하는 이성을 판단하는 일도 편도체의 역할이다. 편도는 임신 중 발달되어 출생하면서 성숙한다.
변연계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할 때 나타나는 증상은 아주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내고 좌절감을 느끼며 평소 하던 활동에 흥미를 잃는다거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수면 패턴과 식욕에 변화가 오는 것,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것, 사고 능력이 저하되는 것, 우유부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주기적으로 울음을 터뜨리는 것,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끼는 것, 스스로 아무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자학하는 것 등이다.
변연계에서의 문제들은 우울, 부정성, 동기 저하, 성적 욕구, 그리고 에너지와 연관되어 있다. 환자들은 결과에 대해 희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어떤 업무를 완수하는데 의지력이 거의 없다.
가령, 전형적인 우울 발현에서 사람들은 식욕을 잃어버리고, 만성적 피로와 수면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변연계의 또 하나의 문제는 유대관계를 파괴하고 자살 성공률을 높여준다. 변연계의 활동 과다는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부족으로 발생한다. 변연계가 덜 활동적일 때, 사람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고 더욱 희망적인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 그것이 과열되거나 과잉일 때, 부정성이 우세해질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반응으로 인해, 변연계는 하루의 사건들을 해석하는 여과기를 제공한다. 그것은 우리 마음의 정서적인 상태에 따라 사건들의 꼬리표를 붙이거나 해석한다. 해마와 편도라 불리는 구조를 포함하는 대뇌변연계는 매우 강렬한 정서적인 기억들을,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모두 저장한다. 우리의 정서적인 기억들의 전체적인 경험들을 부분적으로 보존한다. 안정되고 긍정적인 경험들은 우리가 느끼는 것을 고조시킨다. 외상과 부정적 경험들은 우리의 뇌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설정시킨다.
변연계는 또한 동기와 동인에 영향을 준다. 그것은 우리가 아침에 활동하도록 도움을 주고, 하루 종일 활동할 수 있도록 고무시킨다. 이 영역에서 과잉활동은 동기와 동인의 저하와 연관되어 있고, 우울증에서 종종 나타난다. 대뇌변연계는 수면과 생리적 욕구 주기를 통제하고 유대와 사회적 소속감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유대를 맺는 능력은 우리의 기분 상태와 특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대뇌변연계는 또한 직접적으로 후각을 처리한다. 후각 이 대뇌변연계로 직접 이어져 있기 때문에, 냄새가 우리의 감정 상태에 매우 강력한 영향력이 미치는 이유를 말해준다.
변연계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할 때 나타나는 가장 위험한 증상은 역시 자살 충동과 자살성 사고이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은 여자가 남자보다 두 배 더 높지만, 실제로 자살할 가능성은 남자가 여자보다 세 배나 더 높다. 변연계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크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대뇌변연계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 도파민(DA), 노르에피네프린(NE)의 부족으로 인 해 변연계의 활동 과다가 일어나 뇌를 부정적으로 조형한다. 변연계의 활동 과다로 인한 정신장애는 우울장애, 양극성장애, 통증증후군, 월경전증후군(PMS증후군) 등이다. 우울증은 그 외에도 전전두피질의 활동 저하나 전대상피질의 활동 과다로 발생하기도 한다. 조현병 환자는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에서 도파민을 과다하게 받아들여 망상이나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