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여...”(행 2:1~2)
교회에서의 종교 활동은 종교적 모임을 통해 행하여진다. 종교적 모임은 예배 모임, 기도 모임, 구역 모임, 각종 선교회 모임, 청년회, 학생회, 주일학교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교적 모임은 기본적으로 서로 낯익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사회적 활동이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라고 하는 공통분모로 되어 있다. 종교적 의식이나 교류가 이 모임을 통해 행해지는데 종교적 모임을 신경신학적 관점에서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교적 모임은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활동이다. 신경과학의 발달로 인해 1970년대를 지나면서 뇌가 상호관계하는 뇌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뇌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뇌는 사회적 연접(synapse)을 통해 다른 사람의 뇌와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뇌로써 발달되어 간다. 시각을 통해 사회적 연접을 이루고, 얼굴 표정을 통해 사회적 정보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살아가도록 되어 있다. 교회의 종교적 모임은 하나님 자녀들 간의 인간관계를 통한 사회적 활동이다. 종교적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은 거의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주변을 보면 표정이 어둡거나 안절부절못하거나 감정이 불안정해서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사람들도 보게 된다. 종교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게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정서가 안정되어 있어 세로토닌 신경이 활성화되어있다. 그와 반대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이 활성화되어 그 신경이 왕성히 분비되어 있고, 그 결과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세로토닌 신경은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세로토닌 신경이 활성화되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에서도 재빨리 평상심을 회복할 수 있다.
세로토닌 신경이 약하면 감정이나 충동 성향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충동조절장애). 예를 들면 비좁은 지하철 안에서 다른 사람과 몸이 부딪치면 불쾌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지만 대부분 참고 넘어가는데, 세로토닌 신경이 약해지면 사소한 불쾌감조차 다스리지 못해 번번이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타인과의 인간관계 과정에서 세로토닌 신경이 약화될 때 곧바로 상대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일종의 충동적 분노인데, 이는 약해진 세로토닌 신경이 아드레날린 신경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고 조절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충동적인 분노는 타인에게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 70% 이상이 측두엽 기능 이상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그것이 만약 자신에게로 폭발하게 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나타나는데, 이럴 때는 좌측 측두엽의 62%의 기능장애로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하는 데 있어 융통성 없는 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뇌의 전전두피질에서 세로토닌이 고갈되면 고집을 부린다든가 방어적 태도를 보이고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다.
종교적 모임은 긍정적 신호를 주고받아 세로토닌에 영향을 준다.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신도들 간에는 세속적인 위계 구조가 사라진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요, 천국 백성이며 천하보다 귀한 존재라는 긍정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긍정적 신호는 세로토닌 수치에 영향을 준다. 종교 활동이나 종교 모임에 참여하는 동안 샹그릴라(Shangri-La, 지상낙원)에 있는 셈이다. 집단종교의식(예 부활절, 부흥회 등)에 참여하는 신도들의 뇌는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화학물질들을 일으켜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친다. 종교 활동을 하는 동안 신도들은 비신도들의 위협에 공동으로 저항한다. 교회는 구역 조직이나 각종 조직이나 모임을 구성하여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킨다. 종교적 모임은 공감이나 사랑의 좋은 감정으로 확대해 나가며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을 통해 사회적인 긍정적 신호를 이끌어간다.
우리 뇌에는 편도가 있어 감정을 담당한다. 편도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의 편도는 그 사람의 성격 유형에 따라 타인의 행복한 표정에 다르게 반응한다. 긍정적인 사회적 신호를 받았을 때 외향적인 사람들의 편도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편도보다 훨씬 더 크게 활성화된다.
기도나 명상은 긍정적 신호를 전달한다. 기도를 하는 동안에는 감정,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과 사고, 연상, 인식기능을 하는 두정엽이 활성화된다. 기도는 매우 조용히 이루어지지만 뇌는 매우 활발하게 움직인다. 기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뇌가 활성화되어 감정 조절과 사고, 인식기능, 기억력이 향상된다. 따라서 기도는 신을 만나는 행위 이전에 사람들이 자신의 뇌와 마음을 달래고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긍정적 신호가 된다. 명상 중에는 세로토닌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곧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최소한 1주일간 반복해서 긍정적인 사회적 신호를 받게 되면 세로토닌 기본수치가 올라간다.
전통적인 명상을 하는 중에 자가공명 영상을 통해 분석해 본 결과 등가쪽피질(dorsolateral cortex, 배외측피질) 전전두피질, 해마, 측두엽과 같은 여러 뇌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발견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주의 집중과 자율신경시스템의 통제와 관련된 뇌 조직이 활성화된다. 이 영역은 근심과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과 외부사물을 구별하고 인식기능을 하는 두정엽의 활동이 감소한다. 이는 ‘나’의 존재를 잠시 잊고 타자와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생물학적 욕구로 풀이된다. 더욱이 영적 명상은 세속적인 명상보다 고통의 역(자극을 받았을 때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을 높인다. 그것은 고통에 매우 좋은 치료약인 것이다.
종교적 모임은 사회적 지위감이 수평관계를 이룬다. 사람이 사회적인 지위감을 15분 만에 회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지위감이 집에서는 높고, 직장에서는 낮으며, 동우회에서는 중간 정도일 수도 있는데, 모든 사람은 장기간 반복해서 긍정적 신호를 받게 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세상적인 일에서 멀어졌을 때 사람들은 좋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신호를 많이 받던 회사라 해도 그곳에서 멀어졌을 때 사람들은 좋은 기분을 느낀다.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신앙인들은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종교적 모임(예배, 기도회, 봉사)에 참여하면 세속의 일상에서 멀어지는 데서 좋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은 세로토닌이라는 뇌의 화학물질 때문이다.
세로토닌뿐만 아니라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도 마찬가지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은 긍정적인 사회적 만남을 갖는 동안 증가하고, 도파민은 쾌감과 그것이 가져다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때 활성화된다. 이처럼 종교적 만남은 사회적인 교제 속에서 즐거움을 증폭시킨다.
교회 안에서 종교적 모임은 사회적 지위감이 평등하다. 사회적 지위가 명료한 회사에서는 사장이 있고, 경비원, 직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의 모임은 사장과 경비원의 사회적 위계질서가 사라지고 평등하게 종교적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함께 주차관리를 할 수 있고 함께 성가대에서 찬양을 할 수도 있고, 기도 모임에서 함께 머리를 숙이고 기도를 할 수 있다. 물론 다음날 회사에 가면 이 둘은 자신의 힘과 특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종교적인 모임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평등해진다. 이것은 우주의 가장 위대한 힘(즉, 신)이 인정한 평등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다. 이러한 세로토닌의 발견과정은 참으로 흥미롭다. 지위가 높은 개체의 뇌에 특히 높은 수치의 세로토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버빗원숭이의 뇌척수액 샘플을 추출하여 5-HIAA에 대한 화학분석을 통한 한 연구에서 우두머리 수컷과 부하 수컷에서 추출한 뇌척수액의 5-HIAA 양은 거의 2대 1로 나타났다. 이것은 우두머리 수컷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이 부하 수컷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보다 두 배나 활성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연구를 여섯 번이나 반복했는데 2대 1의 수치는 변함없이 똑같았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우두머리 수컷을 혼자 떼어 놓으면 다시 세로토닌 수치는 떨어졌다. 교회에서의 종교 모임은 그 중심에 하나님이 있고 모두가 주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동일하고 세로토닌 수치도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우울감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하루를 마치고 저녁에 기진맥진하여 집에 오는데, 긍정적 신호보다 부정적 신호를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타인으로부터 긍정적 신호를 많이 받을수록 기분이 더 좋고 자존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로 뇌의 화학적 변화, 세로토닌 때문이다. 은퇴 후 처음 1년 동안 사망하는 은퇴자가 그다음 해에 사망하는 은퇴자 보다 두 배 많은 이유도 바로 급격한 세로토닌 결핍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종교적 모임에서 긍정적 신호를 받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 역시 세로토닌 덕분이다. 종교적 모임은 사회적인 긍정적 지위감을 상승시켜준다. 그러나 긍정적 지위감이 급감하면 세로토닌 저하가 일어난다. 이처럼 종교적 모임은 타인의 긍정적 신호와 긍정적 지위감을 통해 뇌 화학물질에 영향을 주어 뇌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또한 성경에 나타난 교회의 종교적 모임은 성령을 체험하는 사회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행 2:1~2).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