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펜젤러는 덕(德)으로서 사람을 지도(指導)하는 분이었다. 즉 이덕복인(以德服人)1)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아펜젤러 당장을 모시던 초병2)이 있는데, 그의 소원이 병조판서(兵曹判書)가 되는 것이라 해서 사람들은 그를 병판(兵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느 날 병판이가 보니 담 위에 있던 기왓장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것이었다.
하루는 병판이가 기왓장을 훔쳐 가는 도적놈을 알아냈다며 아펜젤러 당장에게 그를 잡아 벌하자고 권하였다. 그러자 아펜젤러 당장은 병판에게 네 눈으로 보았느냐고 물었다. 병판은 자기가 본 것이나 다름없을 만한 이가 보았다고 하며, 기와를 훔쳐 간 그 자는 술을 좋아하며 술집만 찾아다니는 무뢰한(無賴漢)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당장은 병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여 그대로 두었다.
그러나 그 후에 병판은 그가 기와를 또 훔치는 것을 직접 잡아가지고 왔다. 이번에 당장(堂長)은 그를 보고 네가 참으로 훔쳤느냐고 물어본즉 그랬노라고 숨김없이 고백하였다. 그러자 당장 선생은 그가 기와를 훔쳐다 팔아버린 금액을 물어가지고 그만한 돈을 오히려 더 주면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네가 솔직하게 말을 했으니 용서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에 그 기와를 훔친 자는 마음으로부터 감동을 받아 개과천선(改過遷善) 하고 교회에 들어가 훌륭한 신자(信者)가 되었다는 것이다3).
노블은 아펜젤러가 두 번째 안식년 휴가를 마치고 선교지인 조선에 돌아와서 들려준 다음과 같은 사건을 기억한다고 하였다.
“여객선의 선실 친구들은 동방의 상인들로 사교적이고 마음이 넓었다. 그들은 서로 낯설었다.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떠날 때 그들 중 하나가 담배 상자를 선실 선반에 올려놓으며 말하였다. ‘신사 양반, 마음대로 드십시오. 이건 선실을 위한 거요.’ 다른 사람은 위스키 한 병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신사 양반, 마음대로 드십시오. 이건 선실을 위한 거요.’ 아펜젤러는 그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후 성경 한 권을 선반에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사 양반, 이것은 내가 선실을 위해 드리는 것이요. 이것을 진심으로 마음대로 사용해 주길 바라오.’”4) <계속>
[미주]
1) 이덕복인(以德服人)이란 ‘덕(德)으로서 다른 사람을 복종하게 한다’는 뜻이다.
2) 기수(旗手)로도 부른다. 오늘날의 비서(秘書)를 말한다.
3) 조선일보(朝鮮日報) 1934. 11. 28. 기사
4) 사우어(C.A.Sauer) 엮음, (자료연구회 옮김), 『은자의 나라 문에서』, p. 42.
김낙환 박사(아펜젤러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