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행 16:31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 3:16
전 세계에는 현재 4,000여 개의 종교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80%가 종교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많은 종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자기 신비 체험의 결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모든 종교마다 믿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믿음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으며,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구원에 이르는 길이 오직 예수밖에 없으며, 이를 믿는 자마다 구원을 얻는 종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많은 종교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기독교에서의 종교적 믿음을 신경신학적 입장에서 다루려고 한다. 종교적 믿음은 뇌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다.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곧 인간 뇌의 활동 방식뿐만 아니라 뇌의 형태까지도 바꾸는 대단한 힘이다. 수년 전 이스라엘의 북부 어느 마을이 로켓탄의 공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로켓탄은 공중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이것을 막아낼 수 있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은 불안감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반면에 믿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방공호에 모여 같이 찬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화를 내거나 싸우는 일도 없었다. 하나님을 믿고 기도한 무리는 불안과 위험에 잘 대처하고 더 많이 살아남았다. 반면에 불안한 사람들은 길거리로 나가거나 어리석은 행동을 하다가 결국 죽음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믿음이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주어 뇌의 스위치를 켜 더 유리하게 작동시킨 것이다.
종교적 믿음은 뇌의 미상핵을 활성화 시킨다. 미상핵은 꼬리핵(caudate)이라고 부르는데, 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의 생각이 한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흐르게 해주는 자동변환 장치의 기능을 한다. 또한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나 쾌감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곳이다. 2008년 덴마크의 오르투스 대학 연구팀이 신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는 21~32세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험하였다. 이들이 눈을 감고 마음속에 하나님에게 기도할 때 뇌를 MRI로 촬영하였다. 그런데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는 동안 뇌의 미상핵이 가장 활발하게 반응하였다. 또 이들을 산타클로스에게 기도하게 했더니 이 부위가 활성화 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들이 하나님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대신에 산타클로스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전두엽이 일반인에 비해 더 두껍다는 것도 밝혀졌다.
또 종교적 믿음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하여 치유와 정신건강의 지름길이 된다.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그를 일으키시리라 혹시 죄를 범하였을지라도 사하심을 받으리라”(약 5:15) 신경전달물질이란 신경세포 간 의사소통을 하는 화학물질이다. 앞서 기술한 실험에서 믿고 기도할 때 미상핵이 활성화되었다는 의미는 미상핵에 도파민을 빨아드리는 수용기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는 뜻이다. 사랑할 때, 일을 할 때, 쾌감을 느낄 때, 흥분과 기쁨, 행복감에 젖어 있을 때 활성화되는 것인데, 하나님께 기도할 때도 똑같이 미상핵이 활성화되었다. 이것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수처럼 솟아난다는 말이다. 도파민은 즉각적인 쾌락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로 믿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직감적인 효과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나 보상을 기대하게 만든다.
도파민 외에 믿음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더 있는데 우리가 잘 아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이다. 이 3가지 신경전달물질을 믿음의 약물 3총사라고 부른다. 도파민은 기도와 명상을 할 때도 분출되지만 기분 좋은 성취감을 맛볼 때도 분비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백혈구가 증가되면서 면역기능이 강화되어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도파민이 부족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건강을 해치고, 염증과 심장 반응을 유발하여 주의력결핍으로 산만해지고, 파킨슨병이나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도파민이 과잉될 때 조현병(양성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믿음과 관련된 두 번째 신경전달물질은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 신경은 시상하부 대뇌의 변연계를 중심으로 뇌 전체에 뻗어 있으며 신경 말단에서 세로토닌을 방출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세로토닌은 행복한 신경전달물질로서 천연 항우울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프로작 같은 우울증 치료제는 세로토닌이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약이다.
연인들의 예를 보면 도파민이 분비될 때 격정적인 사랑에 휩싸이지만, 세로토닌이 분비될 때의 그들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매사에 걱정이 많고 불안감을 느끼고 공격적이며, 화를 참지 못하고 충동 조절이 어려우며, 의욕을 상실하고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또한 음식에 집착하는 폭식증이나 불면증, 자살 충동에 빠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믿음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은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여성들의 출산 과정에 통증을 완화하고 자궁을 수축시키며 모유가 잘 나오도록 촉진시켜 주는 모성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옥시토신은 사랑의 묘약이라고도 불린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호감과 애정을 갖게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모성이다. 옥시토신은 정서적인 유대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친근하고 다정하며 신뢰감 있는 관계를 형성하여 스트레스를 줄이고 불안감을 낮춰 준다. 반대로 옥시토신의 수치가 낮아지면 분리불안이나 거식증, 불감증을 일으킨다.
이렇게 믿음은 도파민을 분비시켜 쾌감을 느끼게 하고,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행복을 느끼게 하며,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사랑을 갖도록 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믿음은 뇌 전체에 영향을 주므로,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주고 정신생물학적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결국 치유와 정신건강의 지름길이 된다.
종교적 믿음은 강력한 신체 면역기능을 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하심을 믿는 HIV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마이애미 대학의 아이런슨(Ironson) 박사는 4년 동안 환자의 체내 감염량 변화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채취한 혈액 안에 에이즈 바이러스의 양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혹은 감소하는지를 측정하였다. 이 실험을 통해 아이런슨 박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지 않는 환자의 경우 대조군보다 체내 T세포의 손실 속도가 3배나 더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감염량 역시 3배나 더 빨리 진행되었고 스트레스 수치도 높게 나타났다. T세포는 면역사령관으로, 우리 몸의 병원균과의 싸움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면역세포이다.
아이런슨 박사는 이 실험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만약 당신이 하나님의 사랑을 믿는다면 그 믿음은 놀라운 우리 몸의 보호벽이 되어 줄 것입니다. 또 ‘하나님은 선하다’라는 항목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사람의 경우에도 신체면역력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라고 고백한 항목에 ‘매우 그렇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훨씬 더 강력한 면역체계를 나타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약 3:15)라고 증언하고 있다.
종교적 믿음은 인간의 마음에 뭔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스위치를 켜며, 이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게 작동한다. 그때 뇌에서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에 치유와 정신건강에 강력한 힘이 된다. 이처럼 긍정적인 믿음은 사람을 살리고, 부정적인 믿음은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긍정적인 믿음은 우리 뇌에 행복과 기쁨과 평화 등 기분 좋은 화학물질을 내보낸다. 그러나 부정적인 믿음은 뇌가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하여 건강과 생명 등의 문제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어 결국 면역력이 떨어지고 병에 걸리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뇌가 쪼그라들어 죽음에 이른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대단한 위력을 가진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위이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