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섬기고, 사람을 세우고, 사람을 기르는 일”
이번 본문은 그 유명한 주님의 지상명령 혹은 선교의 대위임령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네 가지 구체적인 명령으로 △가라 △제자 삼아라 △세례를 주라 △가르쳐 지키게 하라이다. 그런데 이 네 개의 명령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제자 삼아라’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사람을 만들라는 뜻이다. 그렇다. 기독교의 핵심 사역은 사람을 구원하고, 사람에게 참 생명의 길을 제시하고, 나아가서 그 사람을 통해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데 있다. 그러므로 이번엔 ‘사람과 선교’라는 제목으로 함께 말씀을 묵상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우리의 선교 사역의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일에 있다. 전도와 선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영혼을 살리고 또한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것이 선교이다. 예수님의 이름의 뜻은 ‘구원자’(마 1:21)이다. 또한 주님은 스스로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러 왔다고 말씀하셨다(눅 19:10). 그러므로 예수님을 본받고 좇아가야 할 성도와 교회는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일에 있다. 만약 교회와 성도들이 ‘영혼 구원’을 그 존재 이유와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면 이미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을 상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이 땅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을 구원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데 있으므로 이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은 사람을 섬기는 일에 있다.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주님은 또한 섬기기 위해서 오셨고, 이 땅에서 주님은 섬김의 생애를 사시기 위해 고난과 십자가의 짐을 지셨다(막 10:45). 주님의 짧은 생애와 가르치심에도 불구하고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분이 몸소 섬김의 생애를 사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도(道)는 한마디로 ‘섬김의 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의 역사와 오늘의 그리스도인의 삶의 실제 모습은 ‘섬김’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 같아 보인다.
특히 한국 사회의 구조는 예로부터 뿌리 깊은 유교문화로 인해 ‘섬김의 개념’보다는 ‘지배와 통제의 개념’이 더 강조되어 왔다. 심지어 지금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요즘 아파트의 경비실 입구를 보면 ‘방문자들은 경비실의 통제를 바랍니다’라는 사인(sign)이 붙을 정도이다. 아파트 경비실이 주민을 돕고 섬기는 곳이 아니라, 통제하는 곳인가?
또한 많은 학생이 공부하고 출세해야 하는 최대의 이유는 남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기독교가 들어온 지 1세기가 넘어도 기독교의 가치관과 섬김의 정신은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선교’의 개념도 상당히 일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다시 말해 선교지의 문화와 풍습과 생활 방식 등은 거의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복음 전파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선교를 하려면 우선 선교지의 입장에서 눈높이를 같이 하려는 생각을 해야 하고, 그들을 위한 섬김과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타 문화권과의 소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복음 전파도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에 간 어떤 선교사가 몽골 현지인들이 육식만 섭취하므로 영양의 편중으로 인해 평균 수명인 50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그들에게 비닐하우스를 지어 채소를 재배하게 하고 또 채소 요리도 가르쳐 주었는데, 특히 김치를 담그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제 이렇게 하고 나면 다음에 오는 선교사가 복음을 전할 때 이 사람들이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마음을 열고 복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서 결국엔 복음의 많은 열매를 거두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바로 섬김의 리더십이 아니겠나?
그런 면에서 우리 한국교회의 선교 역사가 이제는 리더십의 대전환이 일어나서 곧 섬김의 리더십, 섬김의 사역, 섬김의 삶이 체질화될 때가 왔다고 본다. 교회도 마찬가지로 교회의 리더십들이 진정 그리스도의 섬김의 리더십을 가져야 할 것이다. 즉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섬기고, 배운 자가 못 배운 자를 섬기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섬기고, 높은 자가 낮은 자를 섬기고, 있는 자가 없는 자를 섬기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고 원리라는 것을 몸소 지도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사람을 세우는 일에 힘쓰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장차 복음을 널리 전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열두 제자를 세우는 일부터 시작하셨다. 제자를 세우는 목적에 대해 주님은 ‘이에 열둘을 세우셨으니 이는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보내사 전도도 하며’(막 3:14)라고 하셨다. 그 후에 주님은 또 달리 70인을 세우셨다. 세우신 목적은 ‘추수할 일꾼’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다(눅 10:1~2). 그렇다.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사람들을 세우는 일을 매우 귀중하게 여기며,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람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상대를 나 자신과 같이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섬기는 것을 말한다. 이런 열린 마음을 가진 공동체일수록 일꾼들이 몰려오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며, 또한 하나님 나라를 위한 뜨거운 열정이 모이게 되기 때문이다. 전도와 선교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와 종족과 언어와 문화를 먼저 존중해주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들에게 복음조차 끄집어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씀을 전파하기 전에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그래서 사람을 먼저 세워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힘써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 사람을 기르는 일에 힘쓰는 것이다. 바울은 복음을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을 사랑하는 일에 자기 목숨까지 버리거나 자기 자녀를 기르는 일처럼 하였다고 말했다(살전 2:7~8). 그러므로 사람을 기르는 일은 복음을 전파함에 있어서 전제 조건이 되는 일이다.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하여 전략도 계획도 필요하나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먼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이라도 소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열방을 향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 세대들을 부지런히 키워야 할 것이다. 이 일은 우리의 마지막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일이다. 아는 바와 같이 한국교회는 지금 다음 세대를 키우지 못하는 엄청난 공백기를 맞이하고 있다. 주일학교(교회학교)가 폐쇄된 곳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오늘의 결론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섬기고, 사람을 세우고, 그리고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 이런 일에 힘쓰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하자.
[말씀묵상기도]
전도와 선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 사람인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소서.
김영휘 목사/선교사
서울남교회 은퇴목사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운영위원
GMS 명예선교사
청년인턴선교사 지도위원
시니어선교한국 파송 인도네시아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