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학당 학생들(1889년)
▲배재학당 학생들(1889년)
제3장 처음 학교, 배재학당(培材學堂) 설립

아펜젤러는 구입한 한옥의 두 방을 헐고 합쳐서 교실로 사용하면서 이겸라, 고영필 두 청년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그들에게서 조선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것이 배재학당의 첫 수업이었다. 청국, 일본, 러시아, 미국, 영국 등 열강 세력의 한반도 침탈을 위한 패권 다툼으로 소용돌이치던 조선에서, 정변과 민란이 잇따를 뿐 아니라 왕실 주변의 개화파, 수구파 간 세력다툼으로 국운이 기울기만 하던 한말에 풍운을 헤치며 개교한 배재학당은 많은 공헌을 남겼다.

배재학당은 근대문화의 발산창구이자 당시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운동의 요람이기도 하였다. 자주민권, 자강운동과 개화의 횃불을 높이 들었던 독립협회, 만민공동회의 원류가 되었으며,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중심이 되었다. 또한 개화파 정치인들에게는 본거지가 되어서 반봉건적인 정치범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이 장에서는 초기 배재학당의 설립 과정을 비롯하여 당시 학당에서는 어떤 일들이 행해졌고, 그 결과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가. 배재학당의 설립과정

당시 미국 감리교회의 감독 파울러(좌)와 주한 미국 변리공사 딘스모아(우)
▲당시 미국 감리교회의 감독 파울러(좌)와 주한 미국 변리공사 딘스모아(우)
다음에 소개하는 편지는 당시 미국 감리교회의 감독 파울러(C. H. Fowler)가 주한 미국 변리공사인 딘스모아(Hugh A. Dinsmore)에게 보낸 것이다. 파울러는 서울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선교사로 아펜젤러를 택하고, 그에게 목사 안수를 주었으며, 그가 선교사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경비를 지원하여 파송한 감독이다. 이 글은 당시 미국 감리교회의 지도부에서 조선의 서울에서 선교사들을 통해 어떤 일을 할지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귀한 가치가 있다.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이 편지는 아펜젤러를 통하여 딘스모아에게 전달된 것 같다.

(1888. 9. 27. 한국, 서울에서 쓰인 사본)

“주한 미국 변리 공사 딘스모아(Hugh A. Dinsmore)

친애하는 공사님,

조선을 돕는 감리교회의 사업들에 쏟으신 당신의 많은 협조에 감사드리며, 감히 당신의 더욱 친절하신 도움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에 대한 우리의 교육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매우 완전한 체제를 갖춘 대학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도움과 국왕 폐하의 호의로 착수가 가능했으며, 현재 국왕으로부터 정식인가는 물론 학교 명칭까지도 받았습니다. 문자 상 의미에 따르면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또는 기관」이라 합니다. 모두 우리가 하고자 하는 뜻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울에 이 교육기관을 세우고, 그것을 문자 그대로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서울대학(Seoul University for Producing Useful men)」이라 부를 것입니다.

우리는 곧 의학부를 개설하고 학생들이 갖추어지는 대로 곧 한국인 의사들을 양성하는 강의를 하고자 합니다. 또한 그 밖의 여건이 마련되면 다른 학부도 늘릴 것입니다. 당신이 국왕 폐하께 다시 우리의 계획을 알려 그의 허가를 받을 수 있기를 요청합니다. 대학의 중요 서류와 함께 영구적인 형식으로 공문서에 성명이 기록된다면, 폐하께서는 우리의 뜻을 존중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당신에게 일임하며 그것을 제시할 시기는 모두 당신의 판단에 맡깁니다. 이것은 당신과 교통하고 있는 우리의 감리사 아펜젤러 목사가 당신께 전해드릴 것입니다.

늘 신실한

파울러(C. H. Fowler) 감리교회 감독”1)

이 편지에서 파울러 감독은 미선교국의 조선에서의 선교 계획을 분명하게 언급하고, 당시 미국공사에게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감독의 계획은 서울에 높은 수준의 대학을 세우려는 것이었다. 그는 대학을 세우고 의학부(醫學部)를 개설하며, 여건이 조성되면 다른 학부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이 편지를 통하여 알게 되는 것은 미선교국에서는 처음부터 배재학당을 대학으로 세우려 한 큰 그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펜젤러는 조선에 와서 이러한 미선교국의 선교 계획을 충실하게 따르고 이행했던 것이다. <계속>

[미주]
1) 아펜젤러(정동제일교회 역사편찬 위원회 역), 『자유와 빛으로 헨리 G. 아펜젤러의 문건 I』 (서울, 정동 삼문출판사, 1998) p. 209.

김낙환 박사(아펜젤러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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