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팡이로 이적을 행하라
본문
출애굽기 4:10-17
서론
하나님, 왜 하필 저입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우리의 첫 반응은 무엇입니까?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순종의 자세입니까? 아니면 “하필 왜 저입니까?”라는 회피의 마음입니까?
오늘 본문의 모세는, 하나님께 직접 부름받았지만 기꺼이 나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려 다섯 번이나 부르심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인내하며 설득하셨으며, 마침내 모세를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세우셨습니다.
출애굽기 3장과 4장은 단지 한 인물의 부르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하나님의 부르심에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이 본문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를 살펴봅니다:
*하나님은 누구를 사용하시는가?
*하나님은 어떻게 우리를 부르시는가?
*우리는 어떤 태도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하는가?
본문
2. 다섯 번의 거절 – 모세의 심리와 하나님의 응답
① 첫 번째 거절 ― “나는 자격이 없습니다” (출 3:11)
모세는 자신의 과거, 실패, 상처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했습니다. “나는 실패자다. 나는 이미 지나간 인물이다.” 그의 내면에는 자기 존재에 대한 깊은 부정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단지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트라우마와 자기비하가 얽힌 왜곡된 신앙의 표현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 (출 3:12) 문제는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함께하심’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기준으로 자신을 재해석하지 않으면, 평생 ‘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갇혀 사명을 외면하게 됩니다.
② 두 번째 거절 ― “하나님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출 3:13)
이 질문은 매우 신학적인 질문입니다. 모세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하나님의 본질, 이름, 권위를 정확히 알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응답하십니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출 3:14) 이 고백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하나님 존재 자체에 대한 계시입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이며, 변하지 않으시는 분이고,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는 현존자(現存者)이십니다. 이 계시는 단지 모세의 사명을 위한 정보가 아니라, 그의 믿음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는 선언이었습니다.
③ 세 번째 거절 ― “그들이 나를 믿지 않으면요?” (출 4:1)
이 거절은 모세의 깊은 상처에서 비롯된 두려움의 표현입니다. 과거, 동족에게 거절당한 기억이 현재 하나님의 부르심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두려워하는 모세에게 하나님은 세 가지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 지팡이가 뱀이 됨 – 일상의 도구가 하나님의 권능으로 변화됨
* 손에 문둥병 – 내면의 상태까지도 하나님이 바꾸심
* 물이 피로 변함 – 하나님의 능력이 세상의 질서를 압도함
이것은 모세 자신을 위한 기적이 아니라, 그를 통하여 사람들을 설득하고 하나님의 권위를 보이기 위한 증거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먼저 믿음을 요구하신 다음, 필요할 때 반드시 ‘증거’를 주시는 분입니다.
④ 네 번째 거절 ― “저는 말을 못합니다” (출 4:10)
모세는 자신의 언어적 부족함을 들어 사명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말에는 힘이 없다”는 자아 이미지의 결핍과 왜곡입니다. 하나님은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 나 여호와가 아니냐?” (출 4:11) 이것은 단순한 격려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창조주로서, 모세의 약함까지도 주권적으로 사용하시겠다는 선언입니다. 약함은 도망쳐야 할 결핍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날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⑤ 다섯 번째 거절 ―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 (출 4:13)
이 거절은 더 이상 설명이 없습니다. 그저 “저 말고 다른 사람을 보내십시오”라는 의지적 거부입니다. 지금껏 회피와 두려움으로 말하던 모세는 이제 명확하게 거부합니다. 하나님은 처음으로 ‘노하십니다’ (출 4:14).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 분노 속에서도 모세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아론이라는 동역자를 붙여 사명의 구조를 바꾸십니다. 모세는 여전히 ‘하나님의 사람’이었고, 하나님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명령하십니다: “이 지팡이를 손에 잡고, 이것으로 이적을 행할지니라.” (출 4:17)
결론
지금,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출 4:2)
하나님은 모세에게 물으십니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모세는 대답합니다: “지팡이니이다.” 그 지팡이는 그의 평범한 일상의 도구였습니다. 양을 치는 목자의 막대기였고, 도망자의 삶을 상징하는 흔한 막대기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드려지자: 바로 앞에서 뱀이 되었고 (출 7:10), 홍해를 가르는 권능의 도구가 되었으며 (출 14:16), 반석에서 물을 터뜨리는 공급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민 20:11). 지팡이는 능력의 상징이 아니라, 순종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묻고 계십니다: “지금,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우리가 가진 것이 아무리 보잘것없고 작아 보여도, 그것이 하나님께 ‘드려지기만’ 하면, 그것을 통해 민족이 구원받고, 삶이 변화되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마무리 기도
하나님, 지금 제 손에 들려 있는 것을 주님 앞에 드립니다. 보잘것없어 보여도, 주님의 손에 들려지면 능력의 도구가 됨을 믿습니다. 이제는 움켜쥐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믿음으로 드리겠습니다. 주님, 저를 통해, 지금 이 손을 통해 이적을 행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live/GUxXHXtn_S8?si=vCZmFwJ1zWzPTDlo)
최원호 목사 (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