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제일교회 행복한 우리동네 북콘서트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가 ‘정도전,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역사가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최원호 담임목사, 국제독립교회연합회)에서 열린 행복한 우리동네 북콘서트(매·마·토·2)에서 위기를 극복하여 기회를 만들었던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 정도전(1342~1398)의 생애를 소개하고,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우리 역시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길 기대했다.

이익주 교수는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국사학과에서 학석박사를 받았으며, 고려 후기 정치사와 국제관계사를 연구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인문대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장,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및 편집위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바른 역사 인식을 지니려면 정확한 역사 지식이 꼭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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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혜 일렉바이올리니스트가 특별출연을 하여 찬양을 연주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김한희 목사(가평 평담교회)의 진행으로 진행된 1부 시간에는 일렉바이올리니스트 도은혜 씨가 특별출연하여 은혜가 넘치는 연주를 선보였다. 이어 김한희 목사는 “매달 지역 주민을 위한 은혜제일교회 북콘서트에서는 강의를 통해 삶을 반추하게 하고, 힘을 얻는 귀한 만남이 있었다”라며 “이번에는 비바람에 깨지고 뭉개진 비석에서 역사를 소환하시고, 띄어쓰기도 없이 빼곡히 박힌 한자투성이 역사 기록들에서 사람과 사건, 사실을 찾아내는 역사학의 프로파일러 이익주 교수님을 모신다”라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정도전,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라는 주제 강연에서 ‘군주는 국가에 의존하고, 국가는 백성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백성은 국가의 근본인 동시에 군주의 하늘이다’라는 정도전의 말을 소개하며 “지금은 당연한 말로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이전의 상식을 뒤집은 말이었다. 정도전이 처음 한 이 말은 이후 조선의 상식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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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주 교수는 “(고려 말 위기 가운데) 가장 큰 기회는 고려, 조선의 백성들이 잡았다”라며 “이 두 사람(이성계, 정도전)이 의기투합하여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서 당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1350~1390년까지 14세기 후반 고려는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중국의 원-명 교체와 고려 외교의 실패라는 ‘국제 질서의 변화’, 불교에서 유교로의 교체와 불교 국가의 종언이라는 ‘정신세계의 변화’, 지배 세력의 폭정과 국가 제도의 노후화로 인한 ‘현실 정치의 변화’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23년간 목숨을 걸고 시대를 개혁하려 한 공민왕이 시해당하고 개혁이 실패한 다음 최대 위기를 맞이한 고려에서 다시 정도전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에서 출생한 정도전은 21세에 과거에 급제했고, 29세에 성균관 박사가 되었으나, 34세에 나주로 유배를 떠났다. 이성계를 처음 만난 것은 42세 때이며, 48세에 공양왕을 옹립하고, 51세에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 뒤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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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제일교회가 이익주 교수(가운데)를 초청해 ‘행복한 우리동네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김한희 목사(맨 오른쪽)가 진행을 맡았으며, 최원호 목사(맨 왼쪽)가 인사말을 전했다. ⓒ이지희 기자
이익주 교수는 “정도전의 인생에서 세 가지 중요한 점은 개성에서 대대로 살던 세신대족은 아니었다는 점, 지방의 가난한 농민이 아니라 향리 정도의 조상들이 있었다는 점, 과거를 통해 중앙 관리가 된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도전뿐 아니라 신흥사대부들은 공민왕에게 걸었던 기대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라며 “이후 정도전은 이인임과의 외교 정책 변화를 둘러싼 충돌이 있었는데, 이를 반대하다 1375년부터 1377년까지 3년간 전라도 나주 회진현 거평부곡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이곳에서 정도전은 ‘민’(民)을 발견하며 사상적 전환점을 겪는다”라고 강조했다.

해배 후 복직이 안 된 정도전은 영주, 제천, 삼각산, 김포, 부평 등에서 유랑생활을 해야 했다. 이 교수는 “친구들도 그를 외면하고 나이는 40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절망감, 고립감이라는 개인적 위기가 있었지만, 정도전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낸다”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변방의 장군 이성계를 찾아가 ‘이 군대로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라고 말하여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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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원호 목사, 이익주 교수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어 “이성계의 도움으로 정도전은 복직이 된다”며 “더 큰 기회는 이성계가 잡는다. 이전까지 정치에 관심이 없고 군인으로 늙어 죽었을 이성계가 정도전을 만나 정치가가 되고, 국원이 될 기회를 잡는다. 정도전의 작은 기회, 이성계의 큰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가장 큰 기회는 고려, 조선의 백성들이 잡았다”라며 “이 두 사람(이성계, 정도전)이 의기투합하여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서 위의 세 가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주 교수 마지막으로 최원호 목사의 ‘열등감을 도구로 쓰신 예수’ 출판을 축하하며 “인간은 열등감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정도전은 30대 후반의 그 상황을 열등감이라고 느꼈을 것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더 큰 기회로 만들었다”라며 “위기가 위기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역사의 사례를 공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 순간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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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제일교회 ‘매·마·토·2’, 교회와 지역 사회의 소통 역할

은혜제일교회의 ‘행복한 우리동네 BOOK 콘서트’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려 ‘매·마·토·2’로 불린다. 오는 3월 25일 오후 2시에는 ‘팔리는 책쓰기 망하는 책쓰기’를 펴낸 장치혁 작가가 초청돼 ‘인공지능 시대의 책쓰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전한다. 1부는 대한민국 1호 컨디션트레이너인 이희성 컨디션 트레이닝연구소 소장이 동적인 첫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 소장은 독자적인 트레이닝 방법과 운동선수 대상 체중 관리 노하우 등을 지역 주민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은혜제일교회 최원호 담임목사는 교육학 박사이자 상담심리전문가로, 지난달 ‘열등감을 도구로 쓰신 예수’를 출간했다. 2020년 문화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 추천 도서로 선정된 ‘나는 열등한 나를 사랑한다’를 비롯해 현재까지 총 열여덟 권의 저서를 펴냈다. 최 목사는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한다’는 확신으로 2022년 3월부터 매월 북콘서트를 통해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여 교회와 지역 사회가 소통하는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자처했다. 최 목사는 “콘서트에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저자와 만나고 지혜와 지식을 나눌 때 희망과 복음을 만나게 하는 숨은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북콘서트 1부 오프닝 공연에는 지금까지 색소포니스트 그루버 김, 재즈피아니스트 유충식, 첼리스트 류필립, 피아니스트 김혜연, 일렉바이올리니스트 도은혜, 콘트라베이스 조민하, 드러머 신태영, 비브라폰 연주자 김예찬, 성악가 윤지영 박사, 소프라노 인성희 백석대 교수. 김석필 시인 등이 각기 특색있는 연주를 펼쳤다.

2부 강연에는 2022년 최원호 박사(3월 28일)를 시작으로,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4월 30일), 용혜원 시인(5월 28일), 임선주 찬양사역자(6월 25일), 구재서 전 육군훈련소장(7월 30일), 정남환 박사(8월 27일), 이지선 교수(9월 24일), 성악가 박종호 장로(10월 29일), 강원국 저자(11월 26일), 김종철 브래드 TV 대표(12월 17일), 2023년 팝 아티스트 낸시랭(1월 28일),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2월 25일)가 다양한 주제로 유익한 강연을 전했다.

한편, 은혜제일교회는 오는 4월 29일에 ‘풀꽃’의 나태주 시인, 5월 27일에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피아노’ 주인공 유예은 씨(한세대 음악학부), 6월 24일에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괜찮아, 꿈이 있으면 길을 잃지 않아’의 백수연 저자(화성시 여성가족청소년재단 관장), 7월 29일에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은 김정택 SBS 명예예술단장 등을 초청해 북콘서트를 연다. 매·마·토·2는 누구나 무료로 참석 가능하며, 전화(02-433-0697)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