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의 집

제목
하나님이 집을 지으신다

 

본문
사무엘하 7장 1–7절, 11절

서론

집을 짓고 싶은 마음

사람은 누구나 ‘집’을 짓고 싶어 합니다. 안정된 공간, 내가 속한 자리, 미래를 담을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입니다. 신앙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혜를 깊이 체험한 사람은 이렇게 고백하게 됩니다. “주님을 위해 집을 짓고 싶습니다.” “내가 받은 은혜를 하나님께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다윗도 그러했습니다. 사무엘하 7장은 그가 왕권을 확립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의 시기입니다. 블레셋을 무찌르고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 온 후, 다윗은 백향목 궁에 평안히 거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품게 됩니다. “나는 이렇게 좋은 집에 사는데, 하나님의 궤는 여전히 천막 안에 있다.”

그는 선지자 나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보소서, 나는 백향목 궁에 거하거늘 하나님의 궤는 휘장 가운데 있나이다.” (2절) 다윗은 하나님께 무언가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그것은 성전, 곧 하나님을 위한 ‘집’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거처, 백성들이 예배하는 중심 공간을 세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밤, 하나님은 나단을 통해 다윗에게 말씀하십니다. 그 응답은 다윗이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그의 열심 속에 숨겨진 인간 중심의 동기를 꿰뚫으시며, 놀라운 반전과 깊은 질문을 던지십니다.

본론 1

하나님의 반문: “내가 너에게 집을 지으라 한 적이 있느냐?” (5절, 7절)

하나님은 다윗의 경건한 열심에 즉각 반응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밤, 선지자 나단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네가 나를 위하여 내가 살 집을 건축하겠느냐?” (5절) 그리고 이어서 7절에서 다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인도하여 올라오게 한 날부터 오늘까지 내가 내 백성과 더불어 다니는 모든 곳에서… 어찌하여 너희가 나를 위하여 백향목 집을 건축하지 아니하였느냐고 말한 일이 있었느냐?” (7절)

이 말씀은 단순한 거절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마음과 성품, 그리고 신앙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질문입니다. 하나님은 다윗의 열심을 칭찬하지 않으셨고,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하셨습니다. 왜일까요?

이 질문에는 두 가지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1) 하나님의 성품: ‘함께 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광야에서 백성과 함께 다녔다. 나는 이동하는 성막 속에 거했다. 나는 건물에 갇히지 않았고, 항상 너희와 함께 다녔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발견합니다. 하나님은 “고정된 장소”보다 “이동하는 동행”을 더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입니다. 성막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하시기 위해 스스로 제안하신 임시 거처였습니다. 그분의 임재는 지정학적 위치에 제한받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 친밀함과 언약적 동행 안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장소보다 중심을 보시고, 건물보다 순종을 원하시며, 모양보다 인격적인 관계와 말씀 안의 일치를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오늘날 교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이 메시지는 유효합니다. 예배당이 크고 멋지다고 해서 하나님이 반드시 그곳에 계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내가 거할 집은 너희의 중심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2) 인간의 오해: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의’를 세우려는 열심

다윗은 선한 의도로 출발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가 천막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자신이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성전을 짓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동기까지 들여다보십니다. 인간은 종종 ‘하나님을 위한 일’을 하면서 실은 자기를 드러내고, 자기를 증명하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나는 하나님께 이것을 해드렸다.” “내가 이 사역을 세웠다.” “내가 이만큼 헌신했고, 이만큼 결과를 보았다.”

이런 열심은 겉으로는 ‘하나님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의와 신앙적 공로주의가 뒤섞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바로 그 점을 짚으십니다.

“다윗아, 내가 너에게 집을 지으라고 요청한 적이 있느냐? 네가 짓겠다는 그 마음, 정말 나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너의 신앙을 증명하려는 것이냐?” 이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다가옵니다. 내가 하나님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는 그것은, 진짜 하나님의 뜻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내 마음의 공허와 자기 성취욕에서 비롯된 것인가? 진정한 신앙은 내가 하나님께 무언가를 해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하나님의 뜻을 듣고, 그분이 지금 무슨 일을 하시는지, 그 일에 내가 어떻게 순종할지를 묻는 것입니다.

핵심메시지

“신앙은 내가 하나님을 위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 삶 속에 지어가시는 집에 순종하며 참여하는 것이다.”

본문 2

하나님이 지으시는 집: 인간이 계획한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시는 나라 (사무엘하 7:11 하)

하나님은 다윗의 제안을 거절하시면서, 그저 ‘지금은 아니야’라고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놀라운 반전을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가 네게 집을 짓고...” (사무엘하 7:11 하)

이 한 문장은 성경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은혜의 반전 구절입니다. 다윗은 하나님께 ‘집’을 지어드리고 싶었지만,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아니다. 다윗아, 내가 너를 위하여 집을 지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리적인 건물이나 성전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다윗을 위해 지어주시겠다는 집은, 혈통과 언약을 통해 이어지는 하나님의 나라, 곧 영적 계보입니다.

(1)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하나님의 언약적 통치의 확장

다윗은 하나님께 집(성전)을 드리고 싶었지만, 하나님은 다윗에게 ‘나라’와 ‘후손’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것은 성전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약속입니다. 사무엘하 7장 12–13절을 보면, 하나님은 다윗의 후손을 통해 그 나라와 왕위를 영원히 세우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 구절은 단지 솔로몬 시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영원한 통치를 예표합니다.

“내가 네 몸에서 날 자식을 네 뒤에 세워 그의 나라를 견고하게 하리라.” (12절)

“그는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을 건축할 것이요 나는 그의 나라 왕위를 영원히 견고하게 하리라.” (13절)

하나님은 사람이 하나님을 위해 짓는 집보다, 하나님이 사람 안에 세우시는 통치를 더 귀하게 여기십니다. 이것이 다윗 언약(Davidic Covenant)의 핵심이며,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가 왜 ‘다윗의 자손’으로 연결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2) 영적 집: 하나님이 친히 세우시는 교회와 성도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은 여전히 집을 짓고 계십니다. 그 집은 벽돌로 된 예배당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세우시는 진짜 집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동체입니다. 신약성경은 이 집을 ‘신령한 집’, ‘거룩한 성전’이라고 부릅니다.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베드로전서 2:5) “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고린도전서 3:9) “그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되어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에베소서 2:21-22)

하나님이 지으시는 집은 지금도 건축 중입니다. 그 재료는 사람의 재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그 설계는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그 기반은 사람의 헌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3) 하나님이 지으시는 집은 흔들리지 않는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위하여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일으키리라.” (요한복음 2:19) 그 성전은 벽돌로 된 성전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진짜 성전이셨고, 그분의 부활로 완성된 하나님의 새 집이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이 친히 지으신 집은 어떤 권력도, 어떤 시간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그 집은 영원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안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적용

내가 무엇을 짓고 있는지 돌아보십시오.
– 나는 지금 내 인생, 사역, 가정, 명예를 위한 ‘집’을 짓고 있지는 않은가?
– 하나님을 위해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내 의와 성공을 세우려 했던 것이 아닌가?

결론

진짜 집은 하나님이 지으신다

하나님 없는 집은 아무리 크고 아름다워도 모래 위의 집입니다. 하나님이 지으시는 집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영원히 흔들리지 않습니다. 시편 127편 1절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우리는 오늘도 묻습니다. “주님, 제가 짓는 집입니까, 주님이 지으시는 집입니까?”

최원호 목사
▲최원호 목사(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

마무리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저는 여전히 주님을 위한 집을 짓겠다고 하면서도 실은 제 꿈, 제 안정, 제 계획을 이루려 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이 지으시는 집에 저를 순종하게 하소서. 주님의 언약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워지는 믿음의 집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최원호 목사 (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