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조언을 따를 것인가?
본문
열왕기상 12:12-15절
서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조언을 듣는 것’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의 조언을 듣고, 청년이 되면 스승과 친구들의 조언을 듣습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면 배우자의 조언을 듣고, 직장에서는 상사의 조언을 듣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크고 작은 결정 앞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충고를 듣습니다. 이처럼 조언은 삶의 모든 단계에서 반복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조언을 듣는 횟수가 아니라, 어떤 조언을 듣느냐입니다. 왜냐하면 조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조언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나침반이며, 리더십의 본질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이 조언의 문제를 매우 무겁고 진지하게 다룹니다. 잠언 13장 14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지혜로운 자의 교훈은 생명의 샘이라.” 이 말씀처럼, 바른 조언은 생명을 살리는 샘이 되고,
잘못된 조언은 인생과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함정이 됩니다. 성경은 조언을 두 갈래로 나눕니다. 첫째는 바른 조언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지혜에서 나오는 조언입니다. 이 조언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도록 인도하고, 사람을 살립니다.
둘째는 악한 조언입니다. 인간의 욕망과 교만, 권력욕, 불의에서 나오는 조언입니다. 이 조언은 사람을 미혹하고 무너뜨리고 결국 파멸로 이끕니다. 오늘 우리는 성경 속 두 명의 왕을 통해 이 두 가지 조언의 길을 살펴보려 합니다. 모세 시대의 이드로의 바른 조언, 그리고 르호보암 시대의 악한 조언을 통해 오늘 우리 자신의 선택과 리더십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본론 1
바른 조언: 이드로의 지혜로운 조언 (출애굽기 18장)
조언은 그 사람의 미래를 바꾸고, 공동체의 운명을 바꿉니다. 오늘 먼저 살펴볼 바른 조언은 출애굽기 18장에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지나던 시절, 모세는 매일같이 온 백성의 송사를 혼자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고, 모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백성들의 문제를 듣고 판결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가 바로 모세의 장인 이드로였습니다.
이드로는 모세에게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말합니다. 출애굽기 18장 17절 “네가 이 백성에게 행하는 이 일이 옳지 못하도다.” 이드로는 단순히 조직의 효율성을 지적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리더십의 본질을 짚어준 것입니다. 모세가 혼자 모든 문제를 다 판단하고 결론 내리는 체제는 겉으로 보기엔 헌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첫째, 모세 자신이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둘째, 백성들은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셋째, 미래를 대비하는 공동체 구조가 없었습니다. 모세의 리더십은 결국 고립된 1인 체제였던 것입니다.
이드로는 이 상황을 보고 매우 실질적인 조언을 합니다. 그 핵심은 권한 위임과 분산 통치입니다. 첫째, 하나님 앞에 대표로 서라는 것입니다. 모세는 전체적 방향과 하나님의 뜻을 듣는 영적 리더십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리더는 모든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백성에게 전달하고 방향을 세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능력 있고 신실한 사람들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드로는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을 뽑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하며,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자’를 세우라고 말했습니다. 도덕적 자격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셋째, 재판의 구조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 체계로 권한을 단계별로 분산시키고,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맡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넷째, 중요한 사건만 직접 다루라. 가벼운 문제들은 하위 지도자들이 처리하고, 중대한 사안만 모세가 맡아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다섯째, 공동체 전체가 평안히 지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할 때, 지도자도 지치지 않고, 백성도 지체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핵심 메시지
이드로의 조언이 주는 영적 교훈
이드로의 조언은 단순한 행정 개혁이 아닙니다. 그것은 섬김의 리더십 원리를 가르쳐주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 지도자는 하나님의 뜻을 듣는 자이어야 합니다.
* 지도자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는 교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지도자는 동역자를 세우고 위임할 줄 아는 겸손함을 배워야 합니다.
* 지도자는 백성을 섬기는 자로 존재해야 합니다.
섬김이 없는 리더십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섬김을 통해 세워진 구조만이 공동체를 오래 지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드로는 모세에게 바른 조언을 주었고, 모세는 그 조언을 기쁨으로 받아들여 실천합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 공동체는 훨씬 더 건강한 질서로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본론 2
악한 조언: 르호보암의 비극적 선택 (열왕기상 12장)
이드로의 조언은 바른 조언이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성경은 반대편에 있는 악한 조언이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르호보암의 선택입니다. 르호보암 앞에 선 민심의 요청은 솔로몬이 죽고 르호보암이 왕위를 이어받았습니다. 그의 통치 초반에 이스라엘 백성은 중요한 청원을 가지고 왕 앞에 나아옵니다. 열왕기상 12장 4절 “왕의 아버지께서 우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이제 가볍게 하소서. 그러면 우리가 왕을 섬기겠나이다.”
솔로몬 치하의 번영 뒤에는 무거운 세금과 부역이 있었습니다. 백성들은 그 고통을 감내했지만 이제 새로운 왕에게 부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새 왕이 어떤 통치 철학을 가질 것인지 묻는 시험대였습니다. "왕이여, 이제 섬김의 통치를 시작하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왕을 진심으로 따르겠습니다."
르호보암이 들은 두 부류의 조언
르호보암은 3일간의 시간을 가지며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합니다. 이 장면은 리더십이 조언을 듣는 자리에서 운명이 갈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핵심 장면입니다.
첫째, 원로들의 조언: 섬김의 권면입니다. 열왕기상 12장 7절 “오늘 이 백성을 섬기는 종이 되어 좋은 말로 대답하시면 그들이 영원히 왕의 종이 되리이다.” 이 조언은 분명하고 단순했습니다. 백성을 섬기라, 좋은 말로 위로하고 격려하라, 그러면 백성이 평생 왕을 충성스럽게 따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원로들은 오랜 경륜 속에서 백성과 국가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었습니다. 그들의 조언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섬김의 리더십 원리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둘째, 젊은 신하들의 조언: 권력의 아첨입니다. 열왕기상 12장 10~11절 “내 새끼손가락이 내 아버지의 허리보다 굵으니라… 나는 전갈 채찍으로 너희를 징계하리라.” 젊은 신하들의 조언은 본질적으로 권력 중심적 사고였습니다. 권위를 과시하라, 힘으로 통제하라, 두려움으로 백성을 복종시키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대신, 강압적 통치가 권위를 강화한다고 착각했습니다. 이 아첨은 지도자의 교만을 부추겼고, 결국 파멸을 불러왔습니다.
르호보암은 이 두 조언 앞에서 하나님의 뜻과 공동체의 미래를 따르기보다 자기 귀에 듣기 좋은 젊은 신하들의 조언을 선택했습니다. 결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백성은 실망했고, 곧바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열왕기상 12장 16절 “우리가 다윗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이스라엘아, 이제 네 장막으로 돌아가라!” 그렇게 이스라엘은 북쪽 10지파가 여로보암을 따라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통일 왕국은 솔로몬 이후 단 두 대만에 깨지고, 이스라엘은 결국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결론
르호보암의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르호보암의 실패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교만한 권력을 심판하신 결과입니다. 섬김을 거부한 리더십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듣기 좋은 말만 듣는 지도자는 공동체를 파괴합니다. 권력을 책임이 아닌 권리로 착각할 때, 파멸은 시작됩니다. 지도자의 가장 위험한 순간은 조언 앞에 설 때입니다.
마무리 기도
사랑과 지혜의 하나님 아버지, 오늘 말씀을 통해 저희가 누구의 조언을 따르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깊이 배우게 하셨습니다. 주님, 저희의 귀가 듣기 좋은 말만 좇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바른 조언에 민감한 영적 분별력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권력을 권리로 착각하지 않게 하시고, 항상 섬김의 자리, 낮아짐의 자리에서 사명을 감당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최원호 목사 (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