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1박 2일간 부산 금정구 순복음금정교회(김형근 담임목사)에서 열린 2023년 제4차 한국선교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선교를 위한 선교사 멤버케어’를 주제로 선교사 멤버케어에 대한 파송 본부의 정책적 지원, 선교사 테러 및 납치와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의 멤버케어 전략과 대책, 선교사 디브리핑과 디브리퍼의 전문성 향상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 발표와 토의가 이어졌다.
정기학술대회는 유근재 회장을 좌장으로 KWMA 협동총무 정용구 목사, 임금섭 백석대 교수, 박한나 주안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논문 발표, 유니온비전미션의 사역 소개, 김칠성 목원대 교수의 연구윤리 교육 등으로 진행됐다.
◇“선교사 멤버케어, 선교행정 뒷받침돼야 효과적”
정용구 목사는 이와 함께 “선교사 멤버케어의 범위는 현장 선교사뿐 아니라, 선교사를 후원하여 보내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코로나로 급격하게 변한 시대에 선교 교육과 훈련, 선교행전, 선교사역의 디지털화를 진행할 때, 선교사 멤버케어 영역도 같이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다음세대도 선교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다음세대 선교사 멤버케어’도 강조했다. 다음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교사 멤버케어를 소개하여, 그들이 선교사역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교사들을 훈련하고 파송하는 ‘본부 사역자’들 역시 선교역량을 개발해야 하고, 선교행정과 선교사 멤버케어의 대상임을 알리며 “선교행정과 선교사 멤버케어를 잘 받은 사람이 잘 섬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구 목사는 그동안 비자, 선교후원금 및 선교재정, 현지 방문 팀들과의 관계, 현지인들과의 관계, 의료문제, 안식년과 연장교육 등 선교사 멤버케어를 위한 전반적인 행정 시스템과 지원이 동반되지 않고, ‘상담’을 통해서만 선교사 멤버케어에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지적하며 “선교사 멤버케어, 선교사 상담에도 선교행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주로 선교사 돌봄, 위로를 중심으로 인식되던 선교사 멤버케어 용어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면서, 선교사 멤버케어 대상이 ‘한국에 들어 온 선교사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로만 제한되어선 안 되고 ‘현장에 남아 있는 선교사’들을 위한 선교행정 지원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큰 그림을 보고 ‘선교공학적 개념’을 통한 선교사 멤버케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며, 선교행정 및 선교사 멤버케어의 전문화와 대중화, 한국교회 성도들의 선교행정 및 선교사 멤버케어 역량 강화, 비서구권 선교공동체 및 동역자들과의 선교행정 및 선교사 멤버케어 사역 공유도 함께 요청했다.
정 목사는 선교사 멤버케어의 실제 사례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 선교사들을 위해 KWMA가 진행한 산소발생기 지원 사업, 코로나 순직 선교사들을 위한 선교사 장례 시스템, 현장 선교사 원격의료상담 등을 소개하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전문 인력 개발 시스템을 갖추고 다양한 자원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구 목사는 “선교사 멤버케어도 선교행정이 뒷받침될 때 효과적으로 선교사들에게 사용된다”며 “선교 현장에 비서구권 성도들의 증가와 선교사역이 활발해지면서 한국교회와 협력 요청이 많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선교사 멤버케어 시스템이나 내용들을 다양한 국가와 선교사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선교사 멤버케어를 잘 받은 한국 선교사가 좋은 선교사 멤버케어 사역자로 섬기면서 세계교회와 협력을 성숙하게 만드는 좋은 선교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사 테러 예방 위한 교육과 훈련, 국제적 협력 필요”
임 교수는 이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소말리아, 예멘, 필리핀, 리비아 등 여행금지 국가의 정세와 정세 불안 요인, 대한민국 국민의 주요 피해 사례를 소개한 후 “테러는 예고나 징후 없이도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심각성이 크다. 또 테러는 세계 각처에서 발생하여 해외 활동 선교사들의 신변안전과 납치에 대한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선교사 납치가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로는 “①국가 간 분쟁 소지와 선교사 당사자에 대한 막대한 정서적 고통을 초래하고 ②선교사 가족 및 또 다른 선교사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직접적인 위협이 따르고 ③선교사 당사자는 직접적으로 자유 활동을 억압받아 선교 및 선교단체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며 ④납치범들은 막대한 협상금을 요구하여 경제적 손실이 크게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⑤선교사 납치는 교회와 지역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선교사 파송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⑥나라들 사이에 국제적 갈등과 범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⑦선교사를 파송한 자국 정부와 국제 사회, 종교단체들과 해당 선교단체들은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교사 납치를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교사들의 신변 안전을 강구할 전문 교육과 훈련, 파송 나라에 대한 테러 및 치안정세 사전 파악 및 대처, 방문지에 대한 위험요인과 범죄와 납치 예방 및 대처 요령 지식 쌓기, 위급 상황 발생 경우를 대비해 국제적 협력과 정보 공유, 선교사 자신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호 장치 도입, 납치사건 발생 시 국제적 법적 조치 및 사법 절차 등이 공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금섭 교수는 납치사건 발생 시 10가지 대응요령으로 “①자신을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인질이 되면 할리우드 영화 주인공처럼 탈출을 시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②감정을 자제하라. 인질이 되면 감정이 격해져서 납치범들에게 대드는데 이것은 생명을 담보로 한 자충수이다. ③논쟁을 벌이지 마라. 인질범과 따지듯 대화하면 인질범이 수갑을 채우거나 입을 막아 자칫 살해될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이다. ④밥과 간식은 많이 먹어라. 인질이 되면 물론 밥맛이 없겠지만 티를 내지 말고 일부러 더 많이 달라며 많이 먹어야 한다. ⑤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라.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이것이 끝이 아니다’라는 사고를 하라. ⑥유머를 하라. 인질범과 대화할 때 상황에 맞도록 유머를 쓰면 그들도 인간인 이상 호의적으로 나온다. ⑦복종하라. 인질범의 말에는 무조건 ‘맞습니다’라며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좋다. ⑧경찰이 구출할 때는 무조건 땅에 엎드리라. 경찰은 납치범과 인질을 분간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탈출을 시도하면 경찰의 총이나 납치범의 흉기에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다. ⑨1시간 데이트를 즐기라고 강조한다. 대부분 인질범들은 1시간 동안 이미지가 좋으면 살려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빼앗는다. ⑩경찰에 적극 알려야 한다. 여대생이나 여고생 납치 살인 사건에서 보듯이 경찰에 일찍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교사 디브리핑 전문성 위한 디브리핑 슈퍼비전 체계화 노력 필요”
박 교수는 먼저 선교사 디브리핑의 목적으로 “선교사가 사역 경험을 자기 평가하도록 돕고, 사역 경험을 삶에 통합시키며 본국에서의 재적응을 도울 수 있다”며 “또 디브리핑은 선교사의 효율적인 장기 사역을 촉진하고, 주관적 경험을 객관화하며 사역자의 건강을 돌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교 상담과 선교사 디브리핑의 차이에 대해 “선교 상담은 선교사 회복과 건강을 위해 전문적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선교사 디브리핑은 선교사가 자신의 사역 과정에서 감정, 생각, 행동에 대한 성찰을 돕는 것에 초점이 있다. 또 선교 상담은 선교사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심리적 상황에 초점을 두지만, 선교 디브리핑은 선교활동을 끝내고 돌아온 상태에서 수행되고, 선교상담은 일반적 심리상담처럼 정해진 장소와 구조화된 시간, 약속을 따르는 편이지만 선교 디브리핑은 장소, 시간에 보다 융통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한나 교수는 로벨 허커의 중요 사건 디브리핑 7단계 절차와 가드너의 디브리핑 3단계를 고려하여 선교사 디브리핑의 절차를 5가지로 소개했다. 1단계는 ‘관계 형성’ 단계로, 디브리퍼가 자신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에게 존중과 공감을 보내며 신뢰관계와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단계다. 박 교수는 “디브리퍼가 해외 선교 경험이 있다면 이를 이야기하고, 해외 선교 경험이 없다면 선교사에게 배운다는 자세로 이야기를 들을 것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단계는 ‘선교지 경험 나누기’ 단계로, 선교사가 먼저 선교지에서 경험한 내용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단계다. 박 교수는 “디브리퍼가 알고자 하는 내용보다 선교사가 말하고 싶어 하는 바를 말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며 “디브리퍼가 판단적 태도를 취한다는 생각이 들면 선교사는 경험 노출을 피하려고 할 수 있어 디브리퍼는 열린 자세를 유지하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단계는 ‘일상적 영성의 성찰’ 단계로, 참가자가 선교지에서 가족관계, 동료관계, 사업에서 경험한 긍정적, 부정적 정서를 살펴보는 단계이다. 박 교수는 “이때 선교사의 감정과 인식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선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잘 정리하고 배울 점을 찾아가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4단계는 ‘하나님과 성찰’ 단계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선교사역을 살펴보는 단계다. 선교사가 다시금 하나님과 유대감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 5단계는 ‘교훈’ 단계로, 이전 단계에서 나눈 선교 사역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방안을 생각해 보는 단계다. 선교 이후의 진로, 삶의 의미, 영적 훈련 계획 등을 새롭게 세워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박한나 교수는 또한 ‘디브리핑 슈퍼비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디브리퍼의 수행을 평가 및 지도할 슈퍼비전을 실시하여 디브리퍼의 소진을 예방하고, 디브리퍼의 역량과 전문성을 더욱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선교사 디브리핑 슈퍼비전의 목적으로는 “선교사가 디브리핑을 통해 영적 회복을 얻도록 돕고, 디브리퍼가 디브리핑 역량을 강화하고 심리적 소진을 예방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교사 디브리핑 슈퍼비전에서 주요 훈련 및 지도가 필요한 디브리퍼의 8가지 역량으로 ‘영적 소명의식 탐색과 하나님의 관점에서 관조하도록 돕는 능력’, ‘정서적 개방 촉진 능력’, ‘잠재력 및 적성 탐색 능력’, ‘자기 수용을 조력하는 능력’, ‘대인간 의사소통을 향상하는 능력’, ‘신뢰관계 구축 능력’, ‘저항을 다루는 능력’, ‘여유와 인내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꼽았다.
한편, 이번 모임에서는 한국선교신학회 회장 유근재 주안대학원대학교 총장, 김형근 순복음금정교회 담임목사, 유니온비전미션 이사장 김성관 목사가 각각 환영 및 인사를 전했으며, 유근재 회장이 정기학술대회 장소와 식사를 제공한 김형근 순복음금정교회 담임목사와 숙소(호텔 농심) 등을 후원한 유니온비전미션 이사장 김성관 목사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또 이번에 발표된 논문들은 ‘선교신학’ 제71집에 게재돼 출판됐다.
오는 11월 4일 오후 1시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는 ‘제52차 한국기독교학회 정기학술대회 & 2023 제5차 한국선교신학회 정기학술대회 및 정기총회’가 열린다. 정기학술대회 주제는 ‘대전환시대에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