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고혈압, 당뇨 등 대사성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산책, 농작업, 건강식 만들기 활동을 주 1회 4시간씩 7주간 운영한 결과 인슐린 분비능이 증가(47%)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28%)했다.
사례2. 소방관 대상 농촌치유자원 체험으로 1박 2일간 치유트레킹, 명상, 약선 치유음식 체험 활동을 한 뒤 자율신경활성도(93→102), 심장안정도(98→116), 스트레스 지수(100→89)가 모두 개선됐다.
사례3. 소년교도소에서 청소년 폭력성 완화 차원에서 상자텃밭(농원) 가꾸기 프로그램을 주 1회 2시간씩 24주간 진행한 후 불안감(45%), 스트레스(52%), 우울감(56%)이 모두 감소됐다.
사례4. 노인 건강 증진을 위해 텃밭 가꾸기 및 공동체 밥상 차리기 활동을 주 1회 2시간씩 27주간 진행한 결과 우울감(60%), 총콜레스테롤(5%), 체지방률(2%)이 감소했다.
사례5. 중학교에서 교내 텃밭 조성 활동을 주 1회 2시간씩 20주간 진행한 후 가해 학생 폭력성 감소(4.3%), 피해 학생 우울감 감소(5.4%), 스트레스 대처 향상(8.5%)의 효과가 확인됐다.
웰빙과 힐링이 대세인 시대, 농업·농촌자원이나 관련 활동을 통해 건강 치유, 교육, 사회적 재활, 고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유농업’(Agro Healing, Care Farming)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의학적, 사회적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정신 질환자, 우울증 환자, 학습장애인, 약물 중독자, 사회적 불만이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예방적 건강관리 차원에서 치유농업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치유농업은 2013년 농촌진흥청에 의해 원예 치료 개념으로 처음 시작됐으며, 2020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21년부터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치유농업 활성화 시대를 맞고 있다. 2022년에는 농촌진흥청이 5년 단위 중장기 계획을 세워 2026년까지 치유농업 콘텐츠 개발 및 확산, 치유농업 사업모델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2021년부터 치유농업사 자격제도를 두고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 증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인간 영육의 치유와 회복을 추구하는 기독교적 가치와도 상통한다고 볼 수 있으며,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치유농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다면 국내외 사역 현장에서도 얼마든지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주안대학원대학교가 주최·주관하고 농어촌벤처포럼, ㈔농어촌산업유통진흥원, 한국선교신학회가 후원한 ‘2023 경인 치유농업 포럼’이 인천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열띤 관심 속에 열렸다. ‘인천광역시 치유농업의 미래’라는 주제 아래 50여 명이 참여한 이날 포럼에서 주안대학원대학교 유근재 총장은 “국내에서는 목사님들이 치유농업사 과정을 밟고 농촌 지역에서 치유농업 체험센터를 하면서 자립 목회를 할 수 있고, 은퇴한 시니어 크리스천들도 기독교 정신을 가지고 치유농업 관련 창업을 하는 것이 획기적인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각 나라의 재건 사업을 진행할 때 크리스천 전문가들이 농업을 통해 사람들의 치유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치유농업, 치료 중심에서 사전적 예방 중심으로 보건, 복지 정책 변화”
이날 ‘치유농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치유농업경영연구원 이언주 대표는 치유농업의 배경으로 “농업의 경제 비중이 감소하고, 농업 유지 및 지지가 중요한 가운데 농업 기반 신규소득원과 농촌 지역 활성화 등을 위한 농업의 산업화가 대두되고 있다”고 말하고 “또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건강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증가하고, 건강과 여유를 동경하는 욕구들이 원예활동(도시농업)을 통해 표출되면서 치유농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치유농업의 범위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그 소재도 식물, 동물, 농작업, 음식, 환경 등 다양하다고 전하며 “채소와 꽃 등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산림과 농촌문화자원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다. 일반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 회복을 위해 농업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치유농업의 유형별 사례를 소개하면서 “치유농업 국내 사례는 치유농장, 치유 숲, 치유 섬 등의 유형으로 개발되고 있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교육과 체험 및 휴양으로 활용된다”며 “2020년부터는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이 치유농업 협약체결로 ‘치매 노인,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치유농업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언주 대표는 한국형 치유농업의 정책 방향으로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과 농촌의 새로운 활로 및 소득원 창출을 통한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상생하는 목적”이라며 “2026년까지 치유농업사 400명과 치유산업종사자 1,300명 등 1,7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할 치유농업 콘텐츠를 일반 대상 9종, 특수목적 10종 등 총 19종을 개발하여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치유농업의 전망에 대해 이 대표는 “치유농업의 더 큰 목적은 아프기 전 예방 중심”이라며 △치료 중심 정책이 사전적 예방 중심으로 보건, 복지 정책 변화 △국민의 우울감, 자살 증가로 근거리 자연환경 방문의 관광형태로 변화 △보건·복지 서비스의 지속적 성장 예상으로 농업 농촌의 새로운 가치 산업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점을 기대했다.
이 대표는 “치유농업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교육체험이 중심이었으나 앞으로는 고령자, 장애인, 일반인 등 대상이 다양해지고, 목적도 다양화될 전망”이라며 “치유농업이 삶과 질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치유농업사의 역할과 제도’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김병집 팀장은 “치유농업사는 치유농업법에서 응시 자격 및 관리를 정하고 있는 ‘치유농업사 국가 전문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서 농업·보건·심리·상담을 포괄하며,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개발 및 실행 등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말한다”라며 “치유농업사는 농촌진흥청에 의해 신설된 국가전문자격으로, 치유농업 확산을 위해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시도별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은 15개이며, 2급 치유농업사는 142시간 교육을 이수한 후 9월 1차 객관식 시험(3과목, 과목당 25문제 총 75문제)에서 평균 60점 이상 합격하면, 10월 2차 주관식 시험(논술형 2문제, 약술형 10문제 등 총 12문제)을 치러 60점 이상이면 자격증을 준다. 현재까지 배출된 2급 치유농업사는 253명이며, 올해는 응시생이 30% 정도 증가하여 800~1,000명이 응시하여 이 중 약 200~250명의 치유농업사를 배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는 8월 말에는 치유농업 종합포털사이트를 개시할 예정이다.
◇“인천광역시, 풍부한 농업 자원으로 치유농업 활성화해야”
허 교수는 “치유농업사 양성기관들은 대부분 지방 농촌진흥기관이나 대학부설기관들”이라며 “주안대학원대학교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으므로, 빠른 시일 안에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으로 지정받아 내년 3월부터 인천에 사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이분들이 자격증에 지원한다면 발전적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허철무 교수는 “치유농업 자격증 제도는 해외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형태나 규모, 대상자별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치유농업은 네덜란드,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주로 활발한데,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 있는 우리나라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전문가 양성을 지금 시작해야 하고 가능하면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주 박사는 이날 “서해에 위치한 대도시 인천은 경제적 중심지이며 국제적 항만 도시로, 해안과 산, 강 등 다양한 자연환경과 해양 생태계, 산림자원, 농업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인천의 전반적인 자연 환경을 기반으로 한 적합한 치유 방법으로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 농업 체험 프로그램, 동물 치료 프로그램, 산림 치유 프로그램, 자연치유 가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 박사는 이어 “치유 농장 프로그램도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작물 재배, 동물 치유 등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자연과 교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다”며 “우리는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휴식을 제공하고, 체험과 교육을 통해 농업 지식과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단독으로도 할 수 있지만 가족 관계, 유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같이하면서 사회적 연결과 공동체 형성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변은희 부회장은 이날 치유농업의 발전을 위해 “첫째, 자연과 환경 보호, 삶의 질 향상, 지속 가능한 개발, 생명 다양성, 건강한 음식 등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사회 문제 해결의 장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치유농업이 사회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민간단체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둘째, 빌딩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미래 세대에 꼭 필요하고 적합한 교육의 장으로 확장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치유농업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위한 지원과 치유농업을 통해 국민의 심신 안정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전문적이고 실효성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 부회장은 “셋째, 사회적·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치유농업의 과학적 효과 검증을 위한 측정 지표 설정이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치료 효과를 데이터화하는 일들이 수행될 때 신뢰성을 가지고 치유농업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미래 치유농업의 질적, 양적 확산을 위해 치유농업 운영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을 양성하고, 그에 따른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역량 강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은 물론 민간 차원에서 전문자격증 제도 도입을 하여 치유 목적성에 맞는 치유농업 전문인 양성을 위한 좋은 예가 되는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다. 더불어 치유농업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사전 지침이나 가이드북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치유농업의 효과를 충분하게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옥자 박사는 이날 “치유는 사회를 성숙시키는 사회적 자본”이라며 “현대인의 가장 큰 질병인 외로움은 상호작용할 대상이 없거나 상호작용을 못 하여 발생하며, 치유도 상호작용에서 회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유농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식물, 문화 등 농촌의 자원들과도 상호작용하여 소통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신체적·정신적 치유와 면역력을 높여 선순환되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옥자 박사는 치유농업을 위한 제언으로 “관계자의 직접적인 치유 경험이 중요하고, 모두 대형일 필요 없이 작은 곳으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준비된 환경이 필수이고, 미디어에 익숙한 청소년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한 메타버스 활용도 좋다”며 “치유농업은 농업을 매개로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치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많아야 하고, 사람의 신체적 질병, 정신적 어려움을 진단한 후 프로그램을 짜야한다. 그래서 치유농업을 하려는 경영자가 치유 경험을 하고, 수익성보다 먼저 치유 마인드와 사명감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현철 부총재는 이날 “가나안운동은 영적, 사상적, 경제적 빈곤에서의 해방이며, 결국은 치유”라며 “저개발 국가에서는 주로 경제적 빈곤에서의 해방을 목표로 가나안운동을 하며, 한국의 경우는 정신적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치유농업은 국가적 측면에서 지방 소멸의 대책으로 지역 개발을 위해 시작이 된 아이디어”라며 “사실은 치유농장도 삶이나 창업과 연결되어야 지속 가능하고 좀 더 확산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총재는 또 “지역 개발에서 치유농장을 접목한다면, 마을 단위로 치유농업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 마을 전체를 치유가 있는 농장으로 구성된 마을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그렇게 하여) ‘살기 좋은 마을’, ‘찾아오는 마을’이 되면 정부 정책과 맞아떨어지고 또 다른 지역에서의 프로젝트로 연결되어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원준 원장은 우리나라의 자살률과 우울증 문제의 심각성을 소개하며 “이것은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이고 노동력 상실, 학생들의 학습 문제로, 개인의 정신 건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사회 정신건강을 위해 치유가 농업으로서 의미의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운영하는 대안학교에서 치유농업을 활용하면 다음세대 아이들을 치유도 하고, 교육도 하면서, 직업적 재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의 치유, 교육, 직업 생활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포럼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