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데이비드 티엑(왼쪽)과 메이테이족 폭도들에 참수당해 울타리에 전시된 데이비드
▲생전의 데이비드 티엑(왼쪽)과 메이테이족 폭도들에 참수당해 울타리에 전시된 데이비드 ⓒ현지인 사역자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목숨을 잃은 30세 기독교 쿠키 부족 청년의 상세한 신상정보가 최근 공개됐다.

지난 5월 초부터 마니푸르주 힌두 메이테이 소수부족에 속한 극단주의자들이 기독교 쿠키 소수부족에 대한 방화와 약탈, 강간, 살해 등의 폭력을 자행하면서 희생자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메이테이 폭도들에 참수당해 머리가 울타리에 걸려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인도 전역이 충격에 빠진 바 있다. 희생자는 쿠키족 데이비드 티엑이었다.

현지 전문가는 최근 데이비드 티엑의 일생과 마지막 사건 상황을 상세히 전해왔다. 그는 “데이비드는 구불구불한 언덕과 무성한 논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 ‘라자’에서 자랐다. 추라챈드퍼 지역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흐마르족(쿠키조 부족)과 콤족(나가 부족)이 섞여 살고 있었다”며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삶은 2023년 7월 2일 마니푸르의 인종 폭력이 피에 굶주린 메이테이족의 형태로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대부분 평온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데이비드 티엑에게 일어난 일은 급진적인 메이테이족의 야만성을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이었다. 1992년 8월 27일생인 티엑은 두 형제 중 차남으로, 어머니는 그가 6살 때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몸이 불편했다. 또 아버지는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기억 상실증도 앓고 있었다. 가족의 주 부양자는 삼촌이었다.

현지 전문가는 “친구와 가족들은 데이비드가 쾌활한 성격 덕분에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양한 마을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열렬한 축구 선수였다”며 “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스포츠 선수로 활동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는 대학 입학을 위해 12급 시험에 합격했지만, 학비가 없어 바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대신 다른 마니푸르 출신 이주민들처럼 생계를 위해 뭄바이로 떠나 첫 직장으로 KFC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그 후 브랜드 쇼룸의 영업 매니저로 일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을 때 데이비드는 집으로 돌아와 잡일을 했고, 그의 형 아브라함은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데이비드가 뭄바이로 돌아가 일할 계획을 세울 때인 지난 5월 3일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라자 주민들은 이웃 마을의 메이테이족이 공격할 것을 두려워하며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데이비드와 일부 마을 사람들은 농부로서 가장 소중한 재산인 쌀과 집을 보호하고, 밭을 돌보기 위해 라자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현지 전문가는 “인종 분쟁이 시작된 지 거의 한 달 동안 라자는 폭력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7월 2일 일요일 새벽, 총이나 마테체로 무장한 수백 명에 달하는 메이테이 폭도는 일부는 차량을 타고, 일부는 마을 위쪽에서 걸어서 라자 마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폭도들이 마을로 오자 보초병의 경고를 받은 나가족이 아닌 대부분의 부족은 주변 언덕으로 도망쳤다. 데이비드와 그의 친구 리처드(가명)는 가장 늦게 경고를 받고, 액티바 스쿠터를 타고 도망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리처드가 오토바이를 가지러 갔을 때 폭도들은 마을에 도착해 집을 불태우기 시작했고, 리처드는 근처 덤불에 숨었다. 폭도들은 마을에서 쿠키족 가옥들을 골라 불태웠고, 데이비드는 급히 집을 빠져나오다 발각됐다.

리처드는 폭도들이 데이비드를 생포하라고 명령하라는 목소리를 들었고, 이후 데이비드가 고문당하면서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리처드는 “데이비드의 고문 소리가 평생 괴롭힐 것 같다”고 회상했다.

메이테이 폭도들에게 잡힌 데이비드의 손과 다리는 마테체로 난도질당했고, 결국 머리가 잘려 대나무 울타리에 전시됐다. 그리고 남은 신체는 불타는 집 속에서 던져졌다. 범인들은 피투성이가 된 머리를 촬영하여 “이것은 쿠키의 얼굴이다. 예쁘다, 예쁘다... 우리는 오랫동안 너희들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고 욕설로 끝나는 음성을 넣어 SNS에 공유했다.

현지 전문가는 “또 다른 SNS 게시물에는 공격자 중 한 명이 얼굴이 흐릿한 채 한 손에는 참수된 데이비드의 머리를,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며 “이 남성이 입은 셔츠, 바지, 군용 조끼, 신발은 쿰비주 하원의원인 마이렘밤 로메쉬(Mairembam Romesh)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착용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알렸다.

데이비드 티엑을 참수한 범인들의 얼굴을 데이비드의 가족들이 경찰에 제출했으나, 주 정부나 중앙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범인 중 한 명의 신원도 밝혀져 SNS에 확산됐으나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현지 전문가는 “쿠키족 공동체 전체를 충격에 빠트린 이 잔인한 살인 사건은 동료 인간을 대하는 메이테이 공동체의 야만성과 도덕적 공허함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데이비드는 떠났지만 모든 쿠키족 부족의 마음속에는 ‘라자의 용감한 비무장 수호자’로 계속 살아있다”고 전했다.

한편, 마니푸르 폭력 사태로 최대 7만 5천 명의 기독교 쿠키족 난민이 발생하여 인근인 미조람주, 나갈랜드주, 아쌈주, 트리푸라주, 메갈라야주를 포함해 인도의 여러 도시로 흩어졌다. 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쿠키족 난민 캠프에서는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해 관심과 기도를 요청하고 있다.(후원계좌: 우리은행 1006-701-559637 함께 하는 교회, 박동휘 목사 010-4924-7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