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내무부 장관 방문 중에도 메이테이 조직원들이 쿠키족 공격
마을 115곳 공격 받아 교회 221개, 가옥 4,000채 이상 불타
인도 마니푸르주에서 기독교 소수민족에 대한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무차별 공격이 연일 이어지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증가하고, 교회와 성도들의 가옥이 불타는 등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부족의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메이테이(Meitei)족 내 4개 지하조직은 총과 칼로 무장한 채 지난 5월 3일부터 6일(현지시간)까지 주도 임팔(Imphal)을 비롯해 마니푸르주 제2도시 추라챈드퍼(Churachandpur)와 인근의 틴캉파이(Thingkangphai) 등에서 기독교 소수민족인 쿠키(Kuki)족 마을을 공격하여 교회와 집을 불태웠다. 이 공격으로 최소 80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살해되고, 121개 교회와 1,800여 채 가옥이 전소되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또 최소 9천 명이 넘는 이재민이 피난을 떠났다.
공격은 잠시 멈추는 듯했으나 3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22일, 임팔에서 또다시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쿠키족 교회와 성도들의 집을 불태웠다. 그리고 지난 5월 27일 저녁, 오순절 성령강림절(5월 28일)을 하루 앞두고 다시 무장한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임팔 외곽 지역에 있는 쿠키 기독교인을 공격하여 이튿날 저녁까지 교회와 마을을 파괴하고 불태웠다.
이번 공격의 주도 세력으로 지목된 곳은 마니푸르 특공대(Manipur Commandos), 아람바이 텡골(Arambai Tenggol), 메이테이 리푼(Meitei Leepun), 메이테이 무장세력(Meitei Militants) 등 메이테이족 내 4개 지하조직이다.
또한 마니푸르주 주지사 바렌 싱(Biren Singh) 역시 메이테이족으로, 이번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지속적 폭력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지목받고 있다. 바렌 싱 주지사는 지난 3월 집 허가증을 요구하면서 산악 지역의 쿠키족 교회와 마을을 불도저로 밀어 파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5월 말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쿠키 기독교인 공격 사태에 대해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이 지역에서 보안군과 부족 무장세력 간 충돌이 있었다. 지난 4일간 당국이 보안 작전을 진행해 최소 40명의 테러리스트 무장세력을 사살했으며 일부는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력 사태의 주요 원인을 ‘하층민 우대 정책과 관련한 부족 간 이해관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도 정부는 피차별 카스트 집단 및 소수민족 집단으로, 카스트에 속하지 않은 불가촉천민(달리트)인 ‘지정 카스트’(SC, Scheduled Castes)와 전통 생활양식과 생활 터전을 고수하는 토착 소수민족을 ‘지정 부족’(ST, Scheduled Tribes)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정치, 대학 입학, 공무원 채용, 승진, 토지구매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현재 ‘마니푸리’로도 불리는 메이테이족은 마니푸르주에서는 250만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부족으로, 주도 임팔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쿠키족은 20만 인구 대부분이 마니푸르주 제2도시이자 산악 지역인 추라챈드퍼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20일경 마니푸르 고등법원이 지정 부족인 쿠키족에 주는 혜택과 권한을 메이테이족에게도 부여해 추라챈드퍼에 땅을 살 수 있도록 했다.
현지 전문가는 “주지사와 메이테이족이 땅을 살 수 있다는 판결이 났으면 법대로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쿠키 기독교인들을 무참히 죽이고 교회와 집을 불태웠다”며 “심지어 쿠키 기독교인들은 메이테이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쿠키족을 인종 말살하려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추라챈드퍼에 기차역이 들어서면 산악 지대 쿠키족에 대한 큰 상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주지사를 비롯해 메이테이족 전체가 쿠키족이 사는 땅을 욕심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공격에 대해 쿠키족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지킴으로써 기독교와 교회를 지키고, 가정과 자녀들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단지 이해관계와 민족 갈등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공격으로 쿠키족 기독교인 난민 약 30,195명이 총 137개 피난처로 흩어져 대피했다. 람카에는 77개 피난처에 12,838명, 캉폭피에는 47개 피난처에 10,305명, 미조람에는 7개 피난처에 6,693명, 구하와티의 3개 피난처에 183명, 미얀마 국경의 모레에는 2개 피난처에 160명, 델리의 1개 피난처에 16명이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폭력 사태에 대해 현지 매체인 실롱타임(The Shillong Times)의 편집자는 29일 “바렌 싱 주지사가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쿠키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분류하는 방식은 이미 그들을 필요 없는 이들로 간주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란 진압 작전의 최악의 상황에서도 국가군은 총을 쏘지 않았다. 결국 국가에 대항하여 무기를 든 사람들은 인도 헌법의 범위 내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불평이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불만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30일 미조람주 현지 침례교단 총회장은 “마니푸르주 주정부는 메이테이 지하조직인 아람바이 텡골이 정부군 무기센터에서 무기와 탄약을 꺼내 반대편에 있는 기독교 소수민족인 쿠키족을 쏘는 것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침례교단 총회장은 “인도 군인들은 쿠키족이 자기 방어를 위해 가지고 있는 사냥용 엽총을 빼앗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거기에다 더해 식량까지 강탈하고 있다”며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는 한 쿠키족을 구할 기회는 없다”고 호소했다.
현지 전문가도 “주님께서 절대적으로 일하셔야 해결될 것”이라며 “한국교회와 성도님들의 기도로 예수님께서 천군천사를 동원하여 일하시도록 중보기도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