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에서 두 달 전 촬영된 메이테이족 폭도들의 쿠키족 여성 두 명에 대한 성폭행 영상이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쿠키족 피해 영상과 사진들이 계속 공개되면서 공분이 들끓고 있다.
지난 5월 3일부터 6일까지 힌두 소수부족인 메이테이족 폭도들은 주도 임팔(Impal) 등에서 기독교 소수부족인 쿠키족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공격 직전과 직후인 4월 말부터 지금까지도 쿠키족의 주 거주 지역인 추라챈드퍼(Churachandpur) 지역은 인터넷 연결이 안 돼, 인근의 인터넷이 가능한 지역에 피신한 현지인 목회자, 성도들을 통해 간간이 쿠키족 피해 소식과 급증하는 쿠키족 난민에게 필요한 구호물품 요청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추라챈드퍼의 관공서와 경찰서, 군부대, 은행, 기업체에서 인터넷 연결이 되면서 끔찍한 피해 영상과 사진들이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다.
현지 전문가는 “힌두 메이테이족 폭도들이 추라챈드퍼 지역 랑자 마을을 불태운 후, 쿠키족 성도 데이비드 티엑(David Thiek)을 참수해 머리를 울타리에 전시한 사진을 최근 전달받았다. 얼마나 폭행했으면 오른쪽 귀가 없어졌다”라며 “(메이테이 폭도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만행을 저질렀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피해 영상에서는 쿠키족 교회와 성도들의 가옥이 불타고 파괴됐으며, 메이테이 폭도들이 쓰러진 쿠키족을 무기로 내려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타당한 쿠키족 목회자 등이 등장했다. 23일 소셜 미디어에는 불에 탄 쿠키족 여성 시신 사진도 공개됐다.
◇쿠키족 여성 성폭행 영상 공개 후 인도 전역 공분 ‘일파만파’
지난 5월 4일 마니푸르주 캉폭피 지역에서 메이테이족 폭도들이 쿠키족 여성을 발가벗겨 끌고 다니면서 성폭행하는 영상이 한참 뒤인 7월 19일 온라인상에 공개됐다. 이튿날인 7월 20일 메이테이족 주범과 공범 등 4명이 구속됐고, 같은 날 마니푸르주 여성사회운동단체인 ‘메이라 파이비 그룹’의 여성 수십 명이 주범 중 한 명의 집을 막대기로 부수고 불태워 직접 응징에 나서기도 했다. 23일 현재 6번째 피의자까지 체포됐다.
지금까지 힌두 메이테이 폭도들에 살해된 기독교 쿠키족들을 ‘테러리스트’로 분류하고, 메이테이족의 폭력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지목받아 온 메이테이족 출신 바렌 싱(Biren Singh) 마니푸르주 주지사는 지난달 자신이 국가 내부업무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하면서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 바렌 싱 주지사는 이어 중앙 정부가 마니푸르 사태를 가능한 빨리 해결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마찬가지로 마니푸르 폭력 사태에 침묵을 지켜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쿠키족 여성 성폭행 피해 영상 공개 이후 처음으로 ‘성폭행 사태’에 국한하여 “인도 시민 사회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건으로, 어떤 죄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마니푸르주 여성 2명에게 일어난 일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인도 수도 뉴델리를 비롯해 각지에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사건 발생 두 달 반 만에 범죄자들을 구속한 주 정부와 중앙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함께 책임 추궁 여론도 커지고 있다.
현지 전문가는 “캉폭피 지역에서 성폭행 영상이 촬영된 곳은 해발 1,000m에 위치한 논으로, 6월부터 벼를 심는다. 영상이 촬영된 5월에는 벼를 다 베어낸 상태”라며 “힌두 메이테이족 청년들에게 집단 강간당한 쿠키족 여성들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전했다.
◇추라챈드퍼서 대규모 시위, 이웃 미조람주·나갈랜드주 주민도 들고 일어나
추라챈드퍼에서는 해당 성폭행 영상을 접한 쿠키족들이 20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또 마니푸르주와 인접한 미조람주와 나갈랜드주 주민도 들고 일어나게 했다. 미조족이 거주하는 미조람주는 약 110만 인구의 95% 정도가 기독교인이며, 나머지 5%는 힌두교인으로서 군인, 경찰, 공무원 등 기득권층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조람주는 5월 초 마니푸르주 폭력 사태 이후 위험한 산악지대 길로 쿠키족 난민을 위한 생필품을 공급해 왔다.
이번 쿠키족 여성 성폭행 영상 공개 이후 미조람주의 전 미조람 반군세력들은 힌두 메이테이 공동체에 미조람주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들은 “민족 분쟁으로 찢어진 주(마니푸르주)에서 두 명의 여성이 알몸으로 행진한 사건에 대해 미조람주 젊은이들 사이에 분노가 일어나고 있으므로, 메이테이족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미조람주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마니푸르의 쿠키족 공동체에 가해진 폭력으로 인해 미조족의 정서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만약 미조람주의 메이테이족에게 폭력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며 “미조람의 상황이 긴장되어 마니푸르에서 온 메이테이 사람들이 미조람주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자 미조람 정부도 주도 아이자울에 거주하는 메이테이족들에 보안 경비를 제공했다.
현지 전문가는 “아이자울 공항에는 희고 큰 십자가가 서 있고, 집안마다 목사를 배출한 미조족에게 마니푸르주 쿠키족은 동일한 인종일 뿐 아니라, 같은 믿음 안에 있는 형제와 같은 이들”이라며 “지금껏 메이테이족의 폭력 사태에 참아오다가, 성폭행 영상 공개 이후 더이상 메이테이족에게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어머니협회(Naga Mothers’ Association·NMA)도 20일 “마니푸르의 지속적인 인종 청소 전쟁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범죄에 국가여성위원회(National Commission for Women·NCW)의 즉각적인 개입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공개했다. NMA는 “우리는 2023년 5월 3일 이후 계속해서 여성에게 자행되는 폭력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마니푸르에서 여성과 어린 소녀를 무자비하게 강간하고 살해하고 말할 수 없는 폭력을 가하는 이 전쟁의 표적으로 만든 두 가지 사건과 수많은 다른 사건에 대해 NCW의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나갈랜드의 쿠키족 학생 조직 KSON은 23일 호소문에서 “쿠키족 여성들이 집단 강간과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성범죄에 시달리는 동안 쿠키족 남성들은 참수 및 신체 훼손을 당했다. 이러한 행위는 그들이 야만적일 뿐만 아니라 학살적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데이비드 티크가 참수당한 랑자 마을 사건과 마니푸르의 특정 MLA(Manipur Legislative Assembly, 마니푸르 입법부로 현 여당인 BJP 회원들)에 찬성하는 것으로 밝혀진 그의 살인범이 현재까지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올바른 생각을 가진 모든 시민, NGO, 여성 권리 옹호 단체, 그리고 동료 부족 시민사회단체가 목소리 없는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