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단체와 직접 협상, 요구 사항 그대로 수용은
적의 정당성 인정하거나 고양시키는 것”

탈레반
▲최근 아프간 현지에서 새로 출범한 탈레반 정권이 반 탈레반 활동을 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장면(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은 없습니다). ⓒ페이스북 캡처
최근 미 육군군사(軍史)연구소가 발행한 연구 책자에서 2007년 아프간 피랍사건 당시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로 언급됐다.

전현직 영관급 장교와 민간 군사 연구가 등 12명으로 구성된 ‘항구적 자유 작전 연구단’은 지난 17일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아프간 전쟁 공식 기록서 ‘고대 땅에서의 현대 전쟁’ 1, 2권을 발행했다. 1권은 436쪽, 2권은 580쪽 등 총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2권에 아프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이 언급됐다. 아프간 피랍사건은 2007년 7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간 남동부 가즈니주에서 버스로 이동하던 분당 샘물교회 교인 20명과 현지 선교사 3명을 납치하여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를 살해하고, 나머지 21명을 8월 말에 풀어준 사건이다.

연구단은 “교회 지도자들은 구호 활동을 위해 (아프간에) 왔다고 주장했지만, 탈레반은 이들이 개종시키려 했다고 비난했다”고 기록하고,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럽게도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 직접 협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 미국 장교가 말한 것처럼 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거나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인질 두 명을 살해한 납치자들은 6주간의 협상 과정에서 우선 두 명을 풀어준 뒤, 한국 정부가 연말까지 아프간 주둔군 200명을 철수하겠다는 확약을 받고 나서 나머지 인질들을 풀어줬다”면서 인질 석방의 대가로 연내 철군 약속이라는 테러 단체의 요구 사항을 한국 정부가 그대로 수용한 점도 비판적 시각으로 언급했다. 연구단은 이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이 분쟁 지역에서 동맹을 강제로 철수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책자는 앞으로 아프간 전쟁에 대한 미군의 공식적, 객관적 평가가 담긴 사료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