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인 피랍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15년째 여행금지국가로, 외교부의 사전 허가 없이는 한국인의 방문, 체류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시민권을 가진 한인 선교사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은 지금까지 한 번도 국경이 닫힌 적 없는, 복음전도와 구제가 여전히 절실한 땅끝 선교 현장이었다. 최근 2주 사이에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과 미군의 완전 철수로 갑작스럽게 아프간 국경이 닫혔지만, 최근까지도 아프간에서는 미주 한인교계가 파송한 한인 선교사들의 사역이 이어져 왔다.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직후, 선교본부의 철수 명령을 받고 출국해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하갈렙(가명) 선교사와 최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프간 내 사역과 아프간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원의 역사와 기도제목에 관해 들어봤다. 2019년 초 아프간에서 진행한 단기선교에서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한 하 선교사는 미국에서 준비 과정을 거쳐 아프간 현지 사역팀에 합류했다. 아프간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여 일시 철수하는 바람에 비록 현장 사역 기간은 짧지만, 팀사역을 하며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나눠줬다.
“1995년 세계선교에 헌신했는데, 주님이 미국으로 인도하셔서 미국에서 사역하고 있었다. 2018년 한 선교집회에서 아프간 선교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만 해도 아프간 하면 한국인 선교팀을 납치, 살해한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아프간에 한국인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미주 한인 선교사들이 아프간에 들어갔고, 2011년 이경휘 선교사가 아프간 입국 40일 만에 순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고 가슴에 큰불이 타는 것 같았다.
한국인들은 못 들어가지만 미주 한인은 들어갈 수 있는 나라, 그 나라를 위해 주님이 내게 미국시민권을 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하나님이 나를 그 땅으로 부르시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2019년 아프간에 단기선교를 다녀온 뒤 미국에서 준비하여 다시 아프간에 들어갔다.”
“마태복음 24장 14절에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해지면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고 했다. 1989년 제2차 로잔대회에서 고 랄프 윈터 박사의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에 약 24,000종족 중 11,000종족은 아직 미전도종족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후 세계교회가 미전도종족 선교에 눈을 뜨면서 2010년에는 미전도종족이 약 3,000종족이 남았고, 현재는 800종족이 안 된다. 그러나 이 800종족에 가까운 미전도종족의 대부분이 이슬람권 나라에 있다.
오늘날 하나님이 이슬람권 나라들에도 강력히 역사하셔서 많은 나라에서 영적 부흥과 선교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국적의 선교사들이 들어갈 수 없는 나라들이 있다. 2007년 아프간 피랍 사건 이후 아프간을 비롯하여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소말리아가 여행금지국가다.
선교적 의미에서 아프간은 대표적인 미전도종족으로, 한국인 선교사가 갈 수 없는 땅끝 중의 땅끝이다. 영적 의미를 살펴보면, 2007년과 2011년 지속적으로 한국인 선교사들의 피가 뿌려진 나라로, 한인이 이 나라의 복음화와 선교를 계속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아프간 국민도 열악한 정치, 경제 상황과 이슬람에 대한 실망 등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이 주님께 열려있는 것을 본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면 주님께 돌아오는데, 대부분 믿는 자가 수많은 기도 응답과 하나님을 체험한 간증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에게도 복음을 전하는데, 이미 인터넷으로 복음을 접한 청년들이 많다.”
ㅡ아프간에서는 어떤 사역을 했나.
“현지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주님을 영접하면 세례를 위한 교육을 받게 했다. 세례를 받은 뒤 예배 참석하게 되면 성경공부, 기도 모임, 선교 훈련 등을 통해 제자훈련을 했다. 또한 심방하고 현지인 교회를 섬기는 일을 했다.”
“믿는 자 중에 믿음이 약한 자들은 ‘예수님이 왜 우리를 탈레반으로부터 지켜주지 않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이 어려울 때 매일 모여서 예배하고 기도하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고 들었다.”
ㅡ아프간 주민들이 염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군에게 협력했던 사람들을 비롯하여 아프간 정부와 경찰, 군대에서 일했던 사람들, 그리고 외국인들을 도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 비밀 기독교 신자에 대한 색출과 보복, 살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크다. 또 12세 이상 45세 미만의 여성들에 대한 강제 결혼과 여성들을 학교와 일자리에서 배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렇다. 이미 터키에서 아프간 난민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분들이 있다. 난민이 되면 마음이 더 가난해지기 때문에 많은 영혼이 주께 돌아오는데, 그들 중 일부는 자국민과 타국민을 위한 사역자로 세워지고 있다.”
ㅡ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일단 한국에 가서 아프간의 변화되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려 한다.”
ㅡ아프간을 위한 기도제목이 있나.
“첫째 △아프간 교회들을 위하여-모든 믿는 자의 처소를 불꽃 같은 눈동자로 지켜주시고, 보호하시도록 △순교자를 위해-주님이 원하시면 기쁨과 영광으로 감당해서 아프간 부흥의 초석이 되며, 하늘의 큰 상급 받도록 △배교자가 나오지 않도록-저들을 두려움에서 지켜주시도록 △진정한 지도자들이 세워지도록-이들을 통해 아프간 교회가 이 환란을 믿음과 기도로 승리하도록 기도해 달라.
둘째 △탈레반의 집권으로 고통받는 여성·소녀들을 위해, 대량학살의 위험에 처해있는 하자라족을 보호하시고, 살 소망을 주시도록, 주님이 찾아가시어 구원하시도록, 셋째 △탈레반의 집권을 통해 고조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의 활동이 멈추고,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가 아프간과 중동·세계에 임하도록 기도를 부탁한다.
넷째 △아프간의 부흥을 위하여-주님 앞에 나아온 이 땅의 청년들을 붙들어주시고, 주님이 깊이 만나주시고 강건케 하사 이 나라의 영적 부흥을 일으키는 거룩한 주의 제자들로 서도록 △오랜 세월 이 나라에서 역사하는 사망과 전쟁의 영이 다 떠나고, 사망과 두려움이 창궐하는 이때 오히려 모든 아프간의 영혼이 생명을 갈급해 하며 주 앞으로 쏟아져 나아오도록, 이것을 위해 세계교회가 눈물로 기도하게 하시고, 아프간의 사망의 역사는 완전히 끊어지고 하나님의 생명으로 충만한 땅이 되도록 함께 기도를 모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