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34명의 재한 아프가니스탄인은 외교부 청사 인근에서 아프간 주둔 한국군과 한국기업 및 NGO, 교회 등과 협력한 현지 가족의 구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호택 피난처 대표는 이날 “우리 정부에서 420여 명 정도의 한국군, 미군 협조 아프간인들을 구출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서 감사하다”며 “그런데 한국 정부와 민간, 한국교회를 다양한 형태로 도운 이들은 배제되어 있다. 아프간 내 한국 협력자의 구출은 패전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박 선교사는 “지난 20일에도 외교부에 현지 가족들의 구출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며 “우리가 함께 한국 정부에 요구하면 한국 정부에서 생각하고 봐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한국에 입국한 박 선교사는 한국 여성 선교사와 결혼하고 작년에 귀화했다.
박나심 선교사는 먼저 아프간 내 지하교회 신자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임을 알렸다. 그는 “아프간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개종하여 다른 종교를 믿으면 안 된다”며 “그래서 기독교 개종자들은 숨어있고, 만약 (개종 사실이) 밝혀지면 사살당한다”고 말했다.
박 선교사는 “(아프간 현지의) 우리 집도 성경책이 있었는데, 탈레반이 장악하자마자 여동생이 쓰레기통에 담아놓았고, 성경을 버리는 일 자체도 너무 위험해서 밤 2시에 차에 싣고 출발해 다른 곳에 버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성경 같은 것이 발견되면 아무 말 없이 죽임당한다. 그 사람들(탈레반)에게는 죽이라는 것이 알라의 명령”이라며 “그러므로 성경책이 집에 있거나 핸드폰에 (기독교) 어플이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나심 선교사는 지하교인 가정이 발각될 시, 남편을 죽이고 부인과 자녀들을 탈레반 전사에 전리품으로 주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사실인지 묻자 “판사가 판단할 때 남편을 죽이고, 와이프를 탈레반 등 무슬림과 결혼시키고 가족들은 모스크에서 교육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샤리아법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예로, 탈레반은 지난 6월 아프간 루스타크 지역을 점령한 후 15세 이상 소녀와 40세 이하 과부는 모두 탈레반 전사들과 결혼해야 한다는 ‘강제 혼인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또 “아프간 현지에서뿐 아니라, 가족이 타국에서 기독교인들과 같이 일하거나, 기독교를 믿고 활동하는 것이 알려지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고 전했다.
박 선교사는 “이러한 이유로 기독교인들도 구출이 필요하지만, 외국인들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다 위험하다”며 “(탈레반 입장에서) 반 탈레반 세력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못 믿을 자’이고 못 믿을 자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 이들의 가족 또한 전부 죽을 위험이 있다”며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시위에 참여한 재한 아프간인의 70%는 난민신청자이며, 30%는 유학생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얼굴 등 신분이 노출될 경우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데도, 현지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
장영수 A-PEN 사무총장은 “탈레반과의 전쟁에 패한 미국과 40여 개국의 국제동맹군은 철수하면서 자신들과 함께 일한 아프간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었다”며 “어찌 됐든 전쟁을 벌였기 때문에 이를 도운 국제동맹군은 패전의 책임을 지기 위해 비행기를 띄우고, 관련된 아프간인들을 구출하고 있다. 한국군, 한국기업과 NGO 등과 함께 일한 현지인들을 구출하는 일은 인도주의가 아닌 당연히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