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인도인 자신들은 카스트를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단위로 바라본다. 그래서 카스트가 없는 사람은 사회의 구성인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도에서는 이슬람이나 기독교에 속한 사람들도 당연히 카스트를 가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인도인류학서베이(Anthropological Survey of India)는 수십 년 동안 인도 전역에 있는 카스트를 조사하였다. 이 조사에서는 무슬림은 물론이고 기독교인들까지도 카스트의 범주에 넣어서 분류하였다. 특이한 것은 각 기독교의 교단에 따라서 카스트를 분류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형제교회, 감리교회, 장로교회, 카톨릭, 오순절파 등이 하나의 카스트 집단으로 구분되었다. 즉 카스트는 인도라는 한 국가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로서, 인도아대륙에서 사는 모든 사람이 속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범주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서 이렇게 기독교의 종파를 하나의 카스트로 인식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결혼이 대부분 그 종파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카스트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는 카스트가 없다는 것을 하나의 교리로 천명하기도 하지만, 인도의 학문적이고 행정적인 범주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식으로 카스트를 간주하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카스트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같은 카스트 집단이 동족결혼의 단위가 된다는 것이다. 도시 지역의 젊은이들이 열 명 중 한 명은 연애결혼을 한다는 통계가 있기는 하지만, 같은 카스트 안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인도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발행되는 일요일 일간지에서는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카스트별로 결혼 상대자를 찾는다는 결혼광고가 나온다. 카스트에 맞춰 결혼하려다 보니 신문광고가 가장 보편적인 결혼의 수단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교육을 받은 컴퓨터 공학자도 자신의 카스트를 따라서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을 보면, 카스트가 결혼의 단위로 얼마나 중요한 범주가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도 같은 카스트 그룹 안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데, 기독교인들도 다른 가족들과 친인척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높은 카스트의 경우, 결혼이 동족 가운데서 이뤄지는 것이 순수한 혈통을 지키는 수단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중요한 동기를 갖는다. 전통적으로 농경사회였던 인도는 땅이 매우 중요한 경제적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결혼을 같은 종족 안에서 해야 농사지을 땅이 다른 종족에게로 가지 않는다. 같은 카스트 안에서의 결혼은 이처럼 여러 동기가 내포되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사회적 전통으로 발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카스트는 정체성의 근원이 된다. 인도와 같은 문화다원주의 사회에서는 하나의 카스트 그룹을 다른 카스트 그룹들과의 관계성에서 구별 짓는 특성과 의식에서 정체성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인도에서 민족성을 결정짓는 요소들 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카스트와 종교이다. 그러므로 무슬림이나 크리스천의 경우에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결정할 때는 카스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즉 신앙적인 정체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범주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세워나갈 때 카스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브라만 출신의 기독교인들과 천민 출신의 기독교인들 간의 정체성이 큰 차이가 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내부자적인 관점에서 보면, 카스트 제도는 인도 사회를 구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요소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카스트는 모든 인도인의 개인적인 삶을 지배하는 사회적·문화적 발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