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도의 신전에서 나타나는 공간 초월을 위한 다섯 가지 요소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전에서 드리는 제사를 통해서 공간의 초월이 이뤄지는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신전은 세속적인 공간으로부터 구별된 신성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힌두교의 신전을 살펴보면 창문이 없습니다. 창문은 성전 안과 세상과의 교류를 상징하는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창문이 없는 것은 신전의 역할이 세상과의 교통보다는 벽 너머에 있는 신의 세계로 나가는 것에 집중한다는 상징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속적인 공간에서 신전으로 옮겨갈 때 이러한 공간의 이동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의식이 있습니다.

인도의 신전
▲인도의 신전 ⓒ위키미디어
이러한 의식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 감각과도 관계가 있는데요. 오감은 촉각, 청각, 시각, 후각, 미각입니다. 오감은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감을 준 분은 창조주입니다. 그리고 신이 살고 있는 세계는 이러한 오감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감각과 관련된 의식을 행하는 것은 인간에게 오감을 부여한 창조주에게 인간의 오감을 되돌려 주면서, 세속적인 공간에서 신이 거하고 있는 신성한 공간으로 옮겨간다는 상징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촉각과 관련된 의식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인들이 명절을 맞이하거나 웃어른을 만나면 큰절을 합니다. 이러한 큰절은 상대방을 지극히 높이면서 나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입니다. 마찬가지로 인도인들은 웃어른의 발에 손을 갖다 대 자기 자신을 종과 같은 위치에 내려놓음으로써 웃어른을 높입니다. 이때 웃어른은 인사를 하는 그 사람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축복을 합니다. 인도의 신전을 보게 되면, 모든 신전은 계단을 통해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전을 신의 현현으로 생각하면 신전의 첫 계단은 그 신의 발바닥과 같습니다. 신전을 찾는 인도인들은 첫 계단에 발을 내딛기 전에 첫 계단에 손을 대, 자신이 그 신에게 종과 같은 존재인 것을 나타내고 그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청각과 관련된 의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종은 놋쇠로 만들며 신전의 입구에 달려있어서 신전 안으로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울립니다. 신전으로 들어갈 때 울리는 것은 신전의 신에게 자신의 도착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종이 울리는 소리가 신전 내부에 울리면서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고 제사를 드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의 일들을 잊고 신에게 집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모든 제사를 끝내고 신전 밖으로 나갈 때 종을 울리는 것은 신전의 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됩니다.

셋째로 후각과 관련된 의식은 꽃을 바치는 의식입니다. 꽃 중에서 제사에 쓰일 수 있는 꽃이 있는데요. 꽃에서 나는 향기는 신의 마음도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특별히 메리골드는 힌두교에서 신성한 색깔이라고 생각하는 사프란색으로, 지혜와 문제 해결의 신인 코끼리 신 가네쉬에게 바치는 꽃입니다. 또한 향을 피우는 것도 향기를 내는 또 다른 방법으로써 빠질 수 없는 제사 의식입니다.

넷째로 시각과 관련된 의식은 불을 바치는 의식입니다. 불은 고대 힌두교로부터 섬기던 자연신 아그니로서, 우주를 생성케 한 5가지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불이 상징하는 것은 성결과 절제와 변화로, 제사를 드리는 자의 죄를 사하고 새롭게 한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명 불의 제사인 아라띠 뿌자는 이러한 신의 축복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섯째로 미각은 신에게 바치는 음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신에게 음식을 바침으로써 신은 나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축복을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힌두교 사제가 제사를 지내는 사람의 이마에 칠해주는 빨간색의 틸락도 쌀을 내포하고 있어 물질적인 번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힌두교의 많은 의식이 물질적인 축복과 건강, 문제의 해결과 같은 현세적인 축복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신전과 같은 신성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도 신의 힘을 빌려서 이 세상에서의 축복을 받으려는 기대감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