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에서 가장 추운 1월이 되면서 감기 환자와 코로나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고향에서 인원을 충원한 다음에야 거점 지역을 떠날 정도로 이들의 시위는 독립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는데요. 인도 농부들의 절박한 분노는 왜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먼저 인도에서 농업의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인도 인구 13억 중에서 60%의 인구가 기본적인 생활 수단으로 농업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력은 2011년 센서스에 따르면 1억 1,890만 명으로, 4억 8,100만 명이나 되는 인도 전체 노동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9년 인도 전체 GDP인 2조 8,689억 달러 중 16%는 농업에서 창출되고 있습니다. GDP에서 말하는 농업은 임업, 수렵, 수산업, 가축생산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밀과 쌀 생산량은 세계에서 두 번째이며 식품 시장은 세계 6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데, 그만큼 농업은 수많은 인도인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농민 시위는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단순한 시위를 넘어 그들과 그들의 자손들의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쟁점은 정부가 수십 년간 지켜온 핵심 곡물의 최저가격제를 보장하라는 것인데요. 모디 정부는 현재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중간단계의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인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민은 농업 대부분의 이익을 대규모 기업들이 가져갈 것이고, 최저가격도 보장받지 못하는 농민들은 결국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염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이익을 몇몇 대기업들이 가져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도에서도 1%의 인구가 인도 부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10%의 인구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최근 농부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인도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은 벼랑 끝에 서 있는 농부들에게 더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한 청년은 “나의 할아버지는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들의 미래”라고 호소하였습니다. 단순한 농민 시위가 이제는 전국적인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 내면서 점차로 조직적인 저항운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거점 지역 내에는 의료캠프뿐만 아니라 빨래방, 편의점 등의 시설을 갖추면서 장기적인 저항운동을 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농민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인도의 최남단 케랄라주에서도 500톤의 파인애플을 지원하는 등 수많은 지원행렬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대기업 자본가들과 정치지도자들의 결탁을 통해 지배 세력이 구축되는 세상 속에서 절규하는 농민들의 저항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 같이 인도 농업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개인투자자들과 공공 지원의 균형을 이루면서 환경문제도 생각하는 성숙한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모든 사회가 당면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심하게 앓고 있는 인도가 양보와 협력으로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