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도의 축제 속에서 나타나는 공간의 초월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인류학에서는 이 세상의 공간을 ‘신성한 세계’와 ‘세속적인 세계’로 구분을 합니다. 여기서 ‘신성한 공간’은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 속에서 존재하지만 세속적인 세계와는 구별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적인 의식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이러한 신성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신성한 공간이기에 종교의식이 이뤄지기보다는 종교의식이 이뤄지기 때문에 신성한 공간이 된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뒤르켕(Durkheim)이라는 사회학자는 신성한 공간을 만드는 사회적 장치를 종교적인 구조물(in-built religious building)에서 찾았습니다. 신전이 있으면 그 신전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신성한 공간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신전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신전을 보면 더 경이로운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이는 원시적인 인간의 감정에 기초한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르체 엘리아데(Mircea Eliade)라는 종교학자는 자연의 특정한 장소가 의미 있는 세상의 강력한 중심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예컨대 힌두교에서는 강이나 호수와 같이 물이 있는 곳은 신성한 공간이 됩니다. 수천만 명이 몰려드는 꿈브멜라는 세 개의 강이 모이는 상감이라는 지역에서 모일 때 가장 큰 축제가 됩니다. 세 개의 강이 모이기 때문에 각 강이 가지고 있는 영적인 에너지가 합해짐으로써 가장 강력한 힘과 영적인 축복이 임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뿌쉬까르 멜라의 경우, 가축들이 모이는 사막 지역을 신성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뿌쉬까르 호수입니다. 이 호수가 없이는 이 지역이 신성한 공간으로 인정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이 만드는 신성한 공간은 그 신전 안에 신성한 공간이 국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장소 때문에 신성한 공간이 되는 것은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어서 나타납니다.
미국의 많은 문화인류학자는 신성한 공간을 만드는 사회적 장치로서 종교의식에 주목합니다. 조나단 스미스(Jonathan Smith)라는 학자는 ‘종교의식의 문화적 노동’(the cultural labor of ritual)에 의해서 신성한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노동은 주의(attention), 기억(memory), 디자인(design), 조형(construction), 장소의 통제(control of place)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작용들이 모여서 형식화되고 반복적이고 상징적인 퍼포먼스, 즉 종교의식을 만듭니다. 이러한 종교의식은 보통의 환경(ordinary environment)에서 신성한 공간을 만드는 특별한 행동약식의 퍼포먼스(performance of controlled extraordinary patterns of action)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홀리 축제에서는 평범한 공터에서 나뭇단을 쌓아놓고 불의 제사를 드립니다. 이를 통해 개나 소들도 지나다니던 평범한 공터가 임시 신전과 같은 신성한 공간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무 제단에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은 신을 벗고 가까이 다가가서 제사를 지냅니다. 신을 벗는 행위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상징적 행위입니다.
이렇게 종교의식을 통해서 평범한 공간이 신성한 공간으로 변화되는 것을 공간의 초월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힌두교의 축제는 종교의식을 통해서 인도아대륙의 모든 공간을 신성한 공간으로 초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