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민족주의 박해 속 재난 직면, 기독교 신앙 공동체 흔들려
생활 터전 상실해 구호 절실, “희망과 영적 회복 위해 기도”

지난 26일 네팔 대홍수로 발생한 급류에 폐허가 된 강 인근 마을
▲지난 26일 네팔 대홍수로 발생한 급류에 폐허가 된 강 인근 마을 ⓒICC
지난달 26일 네팔과 티베트 국경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현지 교회들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기독교연대(ICC), 영국오픈도어, 미션네트워크뉴스(MNN) 등 국제 기독 단체들은 현지 상황을 전하며, 피해 성도들을 위한 기도와 구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번 참사는 26일 아침, 티베트 히말라야 산맥에서 대규모 빙하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했다. 무너진 얼음과 바위는 아래쪽 렌데강을 막아 댐을 형성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붕괴됐다. 이로 인해 발생한 급류가 티베트 지역은 물론 국경을 넘어 네팔 라수와 지구와 하류 지역까지 순식간에 덮쳤다. 이 사고로 1일 현재 사망자 수가 900명, 실종자가 4,700명을 넘었으며, 피해 규모는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재해로 수력발전소 7곳 이상이 파손돼 피해 지역 상당수가 전력 공급이 끊겼고, 통신망과 도로까지 차단되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는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피해 지역 일대 교회의 목회자 포함 성도 다수 실종

네팔 홍수는 지역 교회 공동체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ICC 직원은 “교회 건물들이 급류에 휩쓸려 가거나 부분적으로 파손됐으며, 목사를 포함한 수많은 기독교인이 실종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지역 교회 지도자들이 전기와 휴대전화, 인터넷, 도로 접근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 규모와 손실을 완전히 파악하는 데 며칠 더 소요될 것”으로 봤다. 또 “저희 ICC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피해 가정에 긴급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네팔기독교교회연합(NCCUK) 역시 최근 라수와와 누와코트 지역 교회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누와코트의 나우 조티 침례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 건물이 파손됐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보다 많은 인원이 여전히 실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오픈도어가 전한 현지 소식에 따르면,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트리슐리에서는 교회 소속 7가구가 홍수 피해를 보았다. 또 라수와 지구에 있는 5개 교회에서 교인 17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강변에 거주하던 가정들 가운데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교인 20~25명도 소식이 끊긴 상태다.

◇“직업과 생계까지 잃어”... 신앙 공동체 기반 흔들

이번 재난은 단순한 인명·재산 피해를 넘어, 현지 신앙 공동체의 기반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홍수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사람들 외에도, 삶의 터전과 생계 수단을 잃은 성도들의 이야기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도어 현지 파트너는 “사상자와 인명 피해 외에도 홍수로 마을들이 휩쓸려 가고 여러 도로와 수력발전 시설이 파괴되었다”며 “많은 가족이 집을 잃고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구할 수 없게 만든 심각한 재난”이라며 긴급 기도를 요청했다.

피해 지역의 교회 담임목사는 교인 중 상당수가 일용직 노동에 생계를 의존했는데, 이번 재해로 일자리나 수입원을 잃은 교인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수력 발전 프로젝트, 터널 건설, 하천 정비 작업, 국경 관련 사업 등에 종사하던 성도들이 홍수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국제 선교단체, 네팔 홍수 피해 지역 긴급 구호 나서

미션네트워크뉴스(MNN)에 따르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선교단체 A3는 네팔 홍수 피해 지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3 소속 치트리는 “A3 네트워크에 속한 교회 11곳이 홍수 피해를 당했다”며 “그중 한 교회는 재난 지역의 중심부에 있었는데, 담임 목사만이 유일한 생존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치트리는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재난 지역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 행동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3는 과거 네팔 대지진 때도 생존자들을 도운 이력이 있다. 당시 이들의 봉사를 지켜본 뒤 많은 사람이 기독교로 개종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트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하나님이 사람들을 벌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분께 돌아오도록 가르치시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것이고, 생존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님께 나아와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힌두 민족주의 속 네팔 기독교 박해 심화… 재난 여파 주목

네팔교회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해 왔으나, 여러 압박에 직면해 있다. ICC에 따르면 2021년 인구 조사에서 네팔의 기독교 인구는 51만 2천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10년 전 대비 약 13만 6천 명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기독교인의 증가와 함께 박해 역시 증가하고 있다.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은 힌두 민족주의의 확산이 네팔을 다시 힌두 국가로 규정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기독교의 성장을 억압하는 의도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힌두교를 떠나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은 심각한 사회적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교회를 향한 공격과 목회자 체포, 기독교인에 대한 신성모독·개종금지법 적용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팔 내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졌으며, 일부 보고서는 이웃 나라인 인도의 정치적·이념적 영향이 네팔 내 반기독교 정서를 강화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최근 힌두교 지도자 대표단이 네팔 정부를 만나, 네팔을 힌두 국가로 선포할 것을 요구하면서 네팔 기독교인들은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영국오픈도어는 네팔이 올해 세계감시목록(World Watch List)에서 46위에 올라, 3년 만에 50위권에 재진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작년에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K.P.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과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오픈도어는 “이러한 박해는 대부분 모든 네팔 국민이 힌두교도가 되어야 하고, 네팔이 공식적으로 힌두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힌두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 기독 단체들은 이번 네팔 홍수로 피해를 입은 성도들을 위해 지속적인 기도와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오픈도어 현지 파트너는 “이 지역 교회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현지의 필요를 파악하고 있다”며 “시의적절하게 소통하고, 지혜롭고 분별력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영국오픈도어는 “이 시기에 교회가 피난처이자 도움과 희망의 원천이 될 것”이라며 “슬픔에 잠긴 이들이 위로와 힘을 얻고, 구조 활동이 방해받지 않으며, 실종자들이 생존한 채 발견되기를, 또 당국과 구호단체들이 피해자들의 회복을 도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MNN도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위로가 임하고, 집은 잃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모든 수혜 생존자에게 영적 각성이 일어나도록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