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대한제국 최초의 영문 주간지 ‘코리안 리포지터리(The Korean Repository) 1899’ 편역본이 출간된다.

개화기 선교역사, 교회역사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해 온 편역자 리진만 선교사(인도네시아, 우간다)는 최근 본지와 서울 중구 모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개화기 대한국 역사와 선교역사가 풍성한 이 희귀 자료는 국내외 어느 도서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자료였지만 편역본으로 나오게 되어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고 밝혔다.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편역본(준프로세스)은 아펜젤러 선교사와 존스 선교사가 공동편집해 발간한 국내 최초의 영문 주간지이다. 1899년 삼문출판사에서 발행한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주간지를 원형 그대로 재현했고, 여기에 번역본을 더해 본문과 번역 196쪽, 기타 미주와 부록 44쪽으로 구성됐다.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편역본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편역본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는 어떤 책인가?

“서지학자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잡지이다. 그 이유는 이 잡지의 전신인 ‘코리안 리포지터리’가 1892년 1월에 창간되어 1898년 12월호까지 월간으로 발행되다가 종간을 선언한 후, 이듬해 2월에 주간으로 다시 발간했지만 4개월 동안 17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었기 때문이다.

‘코리안 리포지터리’는 주간지로 탈바꿈한 지 5개월로 접어들던 1899년 6월 1일 자 호에서 폐간 선언을 하며 ‘독립신문(THE INDEPENDENT)’에 합병 형식으로 모든 경영권을 넘긴다는 사고(社告) ‘FINIS’를 실으며 20세기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표지(맨 왼쪽)를 편역본 첫 이미지로 사용했다. ⓒ준프로세스 제공

-대한제국 최초의 영문 주간지 ‘코리안 리포지터리’는 어떤 의미가 있나.

“‘코리안 리포지터리’는 선교사들이 1892년 1월에 창간한 ‘한국에서 발행된 최초의 근대잡지’이다. 선교사 올링거(F. Ohlinger) 부처가 1년간 발행한 후에 중단했다가 1895년 1월에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와 존스(George Hebert Jones)가 편집인으로, 헐버트(Homer B. Hulbert)는 부편집인으로 참여하여 1898년 12월까지 발행하였다. 배재학당 내에 소재하고 감리교 선교부에서 운영하는 삼문출판사(三文出版社, The Trilingual Press)에서 발간되었다.

코리안 리포지터리는 A5판보다 약간 작은 판형(15.5cm×22.5cm)에 40쪽 정도 분량이었다. 선교사들의 시각에서 본 한국어, 역사, 문화, 시사적인 내용 등 다양한 기사를 실었다. 당시 한국의 사정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1899년 2월부터는 주간으로 발행했는데, 월간과 같은 판형(A5판)으로 제8호까지는 4쪽, 그 이후로는 8쪽 분량이었고, 마지막 호인 1899년 6월 1일 자 지령은 제17호였다.

‘코리안 리포지터리’는 당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에게 근대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풍습, 종교, 언어를 소개하는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1899년 2월 주간 체제로 변경된 이유는 글을 기고하는 사람들이 부족했고,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공동편집자가 글을 쓰거나 다른 저자들의 글을 발췌해 싣는 횟수가 많아졌다. 편집 내용을 보자면 ‘CITY AND COUNTRY’와 ‘TELEGRAPHIC NEWS’에서 국내외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국의 공공 소식지인 관보(OFFICIAL GAZETTE) 내용을 정리해서 게재해 외국인들에게 대한국 현황을 알리는 소식지 성격이 강하다. 1899년 ‘코리안 리포지터리’ 영문 잡지가 폐간하며 계승한 곳은 ‘독립신문’이었고, ‘코리안 리포지터리’의 편집권만이 아니라 경영권까지 합병 형식으로 넘어갔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리안 리포지터리’는 사료적 가치와 역사적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편역본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편역본 부록면 ⓒ준프로세스 제공
-‘코리안 리포지터리’가 출간된 삼문출판사에 관해서도 소개해 달라.

“한국 기독교 출판사로서는 최초가 되는 감리교의 출판사로, ‘삼문(三文)’은 한글, 영어, 중국어로 인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 가지 언어란 의미에서 붙여졌다. 삼문출판사는 당시 서울 정동에 있었기 때문에 ‘정동예수교출판소’라고 불리기도 하였고,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의 약자인 ‘MEM(Methodist Episcopal Mission)’을 중국어 ‘美以美(메이이메이)’로 읽고 표기한 데서 ‘美以美活版所(미이미활판소)’로 불리기도 하였다. 다른 이름으로는 ‘韓美華出版所(한미화출판소)’라고도 불렀다.

삼문출판사는 당시 정부의 인쇄 시설인 박문국(博文局), 민간 인쇄 시설인 광인사인쇄공소(廣印社印刷功所)와 더불어 출판과 문서선교를 주도한 유일한 기독교 출판사였다. 아펜젤러는 삼문출판사를 배재학당 내에 설립하여 배재학당 학생 중 학비가 부족해 학업이 힘든 학생들을 위해 활자 조판 등 인쇄 업무를 하게 하여 스스로 학비를 벌 수 있도록 도왔다. 숙련되지 않은 학생 조판 기술자들의 참여로 ‘코리안 리포지터리’는 많은 오자와 탈자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삼문출판사는 개화기 수많은 책과 신문을 출간한 출판사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문 잡지 ‘코리안 리포지터리’를 위시하여 여러 종류의 기독교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을 발간했다. 또한 일반 서적과 교과서 및 기독교 출판사 명성에 걸맞은 대부분의 성경과 찬송가, 교리서 등을 출간했다.”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편역본
ⓒ준프로세스 제공
-2025년 새해 첫 주를 맞아 처음으로 편역 출간되어 의미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특징은?

“1899년 2월 9일부터 6월 1일까지 주간으로 17회 활판 인쇄된 ‘코리안 리포지터리’를 편역자인 제가 컴퓨터로 옮기고 이를 번역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지령별로 역주(譯註)를 달았다.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 일차 사료를 영인본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읽기에 편하고 연구에 용이하도록 판독이 불가한 일부 단어는 문맥과 상황을 고려해서 재생했다. 심층 연구를 원하는 연구자들은 이 원본 자료를 연세대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아카이브에서 참조해 볼 수 있다.

1899년 발행 ‘코리안 리포지터리’는 대한제국 최초의 영문 주간지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에 대한 연구가 단지 몇몇 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연구의 토대가 되는 ‘코리안 리포지터리 1899’ 원본이 연세대 중앙도서관과 완주책박물관 이외에는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대학 도서관에서도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역자 리진만 선교사는 “이번 출간을 계기로 개화기 선교역사, 근대역사, 특별히 언론 문화의 지평을 연 ‘코리안 리포지터리’와 이 책을 발간한 삼문출판사와 편집에 참여한 여러 선교사에 대한 재조명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편역자 리진만 선교사는 “이번 출간을 계기로 개화기 선교역사, 근대역사, 특별히 언론 문화의 지평을 연 ‘코리안 리포지터리’와 이 책을 발간한 삼문출판사와 편집에 참여한 여러 선교사에 대한 재조명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준프로세스 제공
특별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No. 2와 No. 16의 자료는 전 세계에 처음으로 내어놓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1899년 발간된 ‘코리안 리포지터리’ 내용은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못했고, 또한 일부 학자들의 논문과 책뿐만 아니라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여러 오류가 발견된다. 저는 이것이 한 세기 이전에 간행된 자료에 접근할 기회가 없어 연구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부디 이번 편역본 발간을 계기로, 개화기 선교역사, 근대역사, 특별히 언론 문화의 지평을 연 ‘코리안 리포지터리’뿐 아니라 이 책을 발간한 삼문출판사와 편집에 참여한 여러 선교사에 대한 재조명이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편역자로서 소감과 기대는.

“이 책을 발간하기까지 성원해 주신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이영미 박사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브라더 안토니(Brother Anthony) 수사님, 완주책박물관 박대헌 관장님, 원주연세의료원 의료사료관 안성구 관장님, 아펜젤러기념사업회 김낙환 박사님,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님, 그리고 미국에 있는 나의 조카 조이 김 박사(Dr. Joy Kim)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출판사 준프로세스에서 펴내는 이 자료집이 한국 근대사와 한국 초기 선교역사를 연구하는 데 기여하길 소망한다. 독자들과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편역자로서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내놓는다.”(문의 02-2266-5563 준프로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