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희 목사
▲이범희 목사
보훈은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보답이다. 보훈의 본령은 국가 공동체의 존립을 위하여 헌신하신 분들의 희생과 공헌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에 대한 변함없는 보답을 통하여 나라 사랑 정신을 선양하며 명예 존중의 가치관을 확장함으로써 국가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

보훈의 궁극적 목적은 기억을 통한 연대이다. 국립묘지는 국가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과 애착심을 강화한다. 또 역사와 국가의 맥을 이은 분들의 영혼이 깃든 성스러운 장소이다. 함께 걸어온 희생의 기억을 공유하는 결속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무명용사의 묘는 근대 국민 국가의 성격을 잘 설명해 준다. 이름 없는 병사를 기억하고 챙긴다는 것은 일찍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20년 11월 11일, 80만 명의 전사자 가운데 플랑드르에서 송환된 한 명의 무명용사의 유해를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역대 국왕들 사이에 안치했다. 다음은 묘석에 새겨진 비문이다.

‘하나님을 위해서, 국가와 조국을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과 제국을 위해서, 정의와 자유와 신성한 대의를 위해서 가장 소중한 생명을 온전히 바친 모든 이들을 추모하노니 하나님과 조국에 본분을 다하였으므로 역대 국왕들 사이에 묻히노라.’

영연맹 국가인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중심부의 국립전쟁기념관과 호주의 수도 캔버라의 전쟁기념관 기억의 전당에도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프랑스는 1920년 11월 11일 50만 명의 전사자를 상징하는 한 명의 무명 용사 유해를 개선문 아래에 무명용사의 묘에 묻고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설치하였다. 미국도 같은 해에 프랑스에서 제1차 대전 전사자의 유해를 운구하여 알링턴 국립묘지에 무명용사의 묘를 설치했고, 1954년 필라델피아 워싱턴 광장에 독립전쟁 무명용사비를 세웠다.

국립서울현충원 모습. 국립묘지는 국가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과 애착심을 강화한다.
▲국립서울현충원 모습. 국립묘지는 국가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과 애착심을 강화한다.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도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직사각형 진홍색 반암 위에 월계수 가지가 장식된 황동 조각의 깃발이 덮여 있고, 그 위에 철모가 있다. 그리고 그 앞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설치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영광의 공원 안에는 오벨리스크 형태의 무명용사의 묘와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필루스키 광장에도 무명용사의 묘와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묘석에는 ‘여기 폴란드 군인이 누워있다’라고 쓰여 있고 사각형 석판에 폴란드가 겪은 190개 전투의 이름과 날짜가 새겨져 있다.

가장 오래된 전사자 묘지는 그리스 중부의 BC 10세기의 레프칸디의 사원이다. 아테네에는 BC 490년 마라톤 전쟁의 전사자 192명이 묻힌 소로스 묘가 있다.

근대적 국립묘지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1862년 남북전쟁 때 북군의 전사자를 안장하기 위해서 14개의 국립묘지가 조성되었다. 지금은 151개소 외에 프랑스에 미군 묘지 26개가 있다. 지금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 국립묘지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는 영연방 6개국의 묘지관리위원회를 설립하여 153개국 2만 3천 지역에 115만기의 묘와 56만 개의 추모 시설을 공동 관리한다.

중국에는 정강산 열사 능원이 있다. 일본에는 치도리 가후치 전몰자 묘지가 있지만 야스쿠니 신사가 국가적 의례의 중심이 되었으며, 전사자 위패를 봉안한 호국신사 52개소가 있다.

6.25역사기억연대는 국립현충원 등에서 건국, 호국의 위인들을 소개하며 호국 보훈을 통한 국민통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 세계 국립묘지는 자신의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을 지켜낸 희생자들이 안식하는 성스럽고 자랑스러운 곳이다. 국립묘지 탐방과 추모 의식은 국가의 정체성을 밝혀주고 국민을 한마음으로 통합하게 한다.

이범희 목사
6.25역사기억연대 부대표
6.25역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