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가 있다. 카스트와 돈과 교육이다. 예를 들어 카스트가 높은 카스트이면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부유한 집안이라면 인도 사회에서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은 정치적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존경이나 추앙을 받게 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그래서 가장 낮은 카스트이지만 높은 교육을 받고 상당한 경제적 수준에 있다면, 그는 상당한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차지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로부터 받는 존경은 높은 카스트로서 같은 수준에 있는 사람보다는 덜하다. 간디가 존경을 받는 것도 그가 높은 카스트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반면 인도 정부의 초대 법무 장관을 지낸 암베드카는 간디와 같은 수준의 교육과 경제적 수준에 올랐지만, 불가촉천민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사회적으로 그를 추앙하는 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카스트도 낮고 경제적 수준도 낙후된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면 오직 교육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인도의 유명한 경제학자요, 뿌네 대학의 실질적인 총장이었던 나렌드라 자다브(Narendra Jadhav)는 불가촉천민 출신으로서 아버지는 가난한 릭샤꾼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공부에 뛰어난 자질을 가진 아들을 좋은 학교에서 교육받게 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학교 교장실에 들어가 배를 드러내고 아들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으면 배를 가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가진 나렌드라 자다브는 오직 공부의 신처럼 공부를 하고 해외 유학을 마치고 인도 사회의 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불가촉천민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아웃카스트’ ‘불가촉’을 포함하는 세 권의 자서전적인 책에 여실히 드러난다. 마치 미국 사회에서 천대받던 흑인 노예 출신이 노예에서 해방된 후 공부하여 대학 총장에까지 이른 이야기와 비슷할 것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이번에 영국 역사상 최초로 최연소, 비백인 총리 자리에 오른 리시 수낵 총리는 북인도의 브라만 집안 출신이다. 동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민 온 의사인 아버지와 약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전형적인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이민자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공부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 학위를 받고 영국에서 금융인으로 자신의 캐리어를 시작했지만, 2015년 영국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정계 입문 7년 만에 총리의 자리에까지 이르렀다. 그의 정치적 야망을 두고 “제국이 역습을 당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가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 이민자 집안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와 결혼한 악샤따 무르띠 여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악샤따 무르띠는 남인도 브라만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 정보통신 분야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IT 기업 ‘인포시스’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흙수저에서 시작해서 대기업의 회장 자리에 오른 악샤따 무르띠의 아버지는 억만장자가 되어서도 가족 간의 대화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TV를 집안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브라만 카스트의 엄격한 전통, 최고 수준의 교육, 억만장자의 지위를 모두 갖추었다.

그의 딸이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국 이민자 집안의 청년과 눈이 맞았을 때 두 집안이 브라만 출신이었기 때문에 반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카스트가 달랐다면 그들의 결혼은 열매를 맺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결혼으로 두 사람은 인도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최고의 요소를 갖추고, 결국 인도를 지배했던 지배자들의 땅에서 최고의 사회적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도전은 끊임없이 이뤄질 것이다. 권력 지향적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말이다.(yoonsik.lee2013@gmail.com)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