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의 역사를 통해서 발전해 온 인도의 카스트는 현대 사회에서도 모든 인도인의 삶의 현장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카스트의 역동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스트 시스템은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이다.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은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끊임없이 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변화를 통해서 사회적 구조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카스트 시스템이 현대 인도에서 어떠한 변화를 통해서 사회적 시스템으로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카스트에 기초한 정치권력 구조가 현대 사회에서 급속도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1947년 독립 이후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체제를 운영하는 나라이다. 민주주의 꽃은 선거에 있다고 말한다. 선거에서 나타나는 권력구조의 재분배는 인구수에 기초한 것이다. 즉 인구수가 권력과 비례해지는 것을 현대 민주주의가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인도에서 10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인구 센서스를 살펴보자. 2011년 센서스에 의하면 인도의 인구는 카스트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브라만(5.0%), 기타상층카스트(18.4%), 기타낙후계급(OBC)(32.0%), 지정카스트(SC)(16.2%), 지정부족(ST)(8.2%), 이슬람(14.2%), 기타(6.0%). <합계 100.0%>

고대 사회로부터 낮은 카스트라고 분류됐거나 카스트의 분류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사람들은 기타낙후계급, 지정카스트, 지정부족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비율은 위에서 보듯 합산을 하면 56.4%를 차지하고 있다. 반수가 넘는 숫자이다. 여기서 지정한다는 것은 국가에서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서 지정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정카스트와 지정부족은 10년에 한 차례 각 주의 수상이 발표하도록 되어 있다. 고대 사회로부터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렸던 지정카스트와 지정부족의 경우에도 전체 인구수의 24.4%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수로 보면, 대략 3억 명이나 된다. 이들은 지정카스트와 지정부족이라는 사회적 구분에 따라 전통적인 힌두교의 내부 질서로 편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으로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인구수가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근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발달한 카스트의 연합과 카스트에 기초한 정치는 인도의 독립 이후 특별히 ‘집단주의 정치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인도의 현대 정치에서 1980년대 이후 네루 가문을 중심으로 한 일당 우위의 정당체계가 와해되고 다당제가 출현하면서 다양한 카스트 집단의 정치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기간에 불가촉천민으로 천대를 받던 지정카스트의 정치력이 강화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새로운 사회 환경에서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카스트를 일종의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야와띠
▲마야와띠 전 우타르프라데시 주수상 ⓒ마야와띠 페이스북

인도에서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면서 힌두교의 성지가 가장 많은 우타르프라데시(UP)주의 경우, 1995년부터 네 차례나 주수상을 역임했던 마야와띠는 이러한 다수의 힘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정치권력을 창출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정카스트에 속한 낮은 카스트 출신으로 누구나 다니는 공립학교를 다녔던 마야와띠는 지정카스트의 정치력 강화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다수당(Bahujan Samaj Party)의 당수가 되면서 네 차례나 주수상이 될 수 있었다. 이는 이른바 불가촉천민이라고 여겨졌던 바후잔(다수)의 힘을 적절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정카스트 그룹이 인도 다수당을 통하여 독자적인 전국 정당을 창설하고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세력으로 부상한 것은 일차적으로 지정카스트의 사회 경제적인 힘의 강화와 그에 따른 정치적 관심과 의식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야와띠의 등장을 가리켜 인도의 수상을 역임했던 한 정치인은 “민주주의의 기적”이라고 칭했다. 고대 사회에서 불가촉천민에 속했던 사람들 가운데서 수많은 정치인이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 등장하면서 카스트의 정치화에 따른 사회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인도의 카스트 시스템이 전통적인 씨족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서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 출신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카스트에 대한 인적인 대표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디 정부에서 수상과 대통령이 모두 낮은 카스트 출신이라는 것은 종교뿐만 아니라 카스트가 정치권력을 창출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카스트가 인도 정치권력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해주고 있다.(yoonsik.lee2013@gmail.com)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