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주의는 유물론, 물질주의, 자연주의, 물리주의로도 표현
과학주의로 종교적 믿음은 사적 영역으로 밀려나는 결과 초래진화론은 과학 아니야, 최신 연구결과들은 오히려 진화론 부정
‘신의 발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무신론자들의 이념
유신진화론은 복음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 역할 할 수 있어기독교 세계관은 신앙 변호하는 ‘성벽’, 세상 지식 출입 제어하는 ‘성문’
복음과 함께 기독교 세계관 정립하고, 선교 대상의 세계관 이해 필요
한국교회와 한국선교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항상 지목돼 온 ‘세속화’가 실제 사역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한국선교KMQ(편집인 성남용 목사)는 지난달 신반포교회(홍문수 목사)에서 ‘세속화와 선교’를 주제로 2022한국선교KMQ포럼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물질주의, 과학주의, 쾌락문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세속화의 은밀하고도 거대한 도전 앞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사역의 본질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본지는 이 포럼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을 연재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이해
류현모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 및 치과약리학 교수는 ‘과학주의와 선교: 과학만능주의 시대의 선교전략’에서 “과학주의, 과학·기술만능주의 시대에 기독교 세계관으로 이 세대와 하나님의 뜻 사이에 어느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분명히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속에 오염된 다른 세계관들을 무너뜨리고 그리스도께 복종하는 세계관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유전질환의 원인유전자를 찾고, 그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해 왔으며,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과제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2015년부터는 서울대학교에서 ‘세계관의 이해’ 강좌도 개설, 강의하고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한국생명윤리협회, 한국성과학연구협회 등에서 세계관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류현모 교수는 오늘의 시대에 대해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 과학적 발견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기술로 연결되면서 과학·기술이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 세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살고 있다”며 “이러한 생각의 씨앗은 학교 교육 속에서 은연중에 뿌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주의는 유물론, 물질주의, 자연주의, 물리주의라고도 표현되는데, 이것은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물질로서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만 실존한다는 방법론적 자연주의로 연결되고, 이 방법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신, 영혼, 사후세계 등을 부정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며 “결국 종교적 믿음은 사실(Fact)이 아니기 때문에 공적인 진리(Truth)로 제시될 수 없고 사적인 영역으로 밀려나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개개인이 가지게 되는 세계관은 가정교육을 통해 바탕색을 칠하고, 그 위에 학교 교육을 통해 강력한 덧칠을 하게 된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공교육은 무신론적 인본주의에 과학주의를 중시하면서 종교적인 색채를 없애려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 부모님의 신앙을 물려받은 아이들이라도 12년간의 공교육을 받으면 그 세계관의 선글라스 위에 강한 무신론적 얼룩이 지게 되고, 그 얼룩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거기에 덧붙여 대학교육은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그 위에 또 다른 종류의 얼룩들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오늘의 세상이 기독교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류 교수는 “가장 큰 이유는 과학주의라는 모더니즘 시대에 만들어진 이념에 의해 종교적 믿음을 비웃도록 교육받은 까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 선교사 레슬리 뉴비긴의 말을 인용해 “우리 모두 교차로에서의 삶을 살고 있다”며 “기독교인은 성경의 창조-타락-구속-완성의 이야기를 믿고 전하고, 또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이야기를 믿고 행하면서 삶의 현장인 교차로에서 만난다. 이 교차로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함으로써 그들을 우리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전도이고 선교”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는 말처럼 선교사적 삶을 살기 위해 성경의 통전적 이해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이 가진 세계관에 대한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주입되는 과학주의
류 교수는 과학주의에 대한 지침서와 학자들의 다양한 정의를 소개하며 “과학이 진리와 합리성의 유일한 근원이라는 신념이 과학주의”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독교 변증가이며 철학자인 J. P. 모어랜드는 저서 ‘과학, 과학주의 그리고 기독교’에서 과학주의에 대해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자연과학만이 실재에 대해 유일하고 진정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정의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 과학교육 과정 지침서 ‘과학의 기본 틀’에서는 종교나 철학적 신념으로 과학적 결론을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생에게 교사는 ‘네가 이 과학적 진리의 증거를 개인적으로는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 분야의 과학자들 사이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과학적 지식이다. 즉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지식의 일부이기 때문에 너에게 이것을 가르치는 것은 나의 의무’라고 말하라고 안내한다.
류 교수는 “이는 과학 교사들이 창조론보다 진화론이 설득력 있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에 대한 지식은 오직 자연과학에서만 나오고, 자연과학에서 유래한 주장만 공적으로 보증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종교나 철학의 주장은 개인적, 주관적 선호의 문제이지 공적으로 주장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 리처드 르원틴은 ‘상식에 반하는 과학적 주장(진화론)에도 우리가 과학(진화론)의 편을 드는 이유는 우리가 사전에 유물론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의 발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할 수 없기 때문에 유물론은 절대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이러한 그의 생각은 과거 로마 교황청이 종교재판에서 갈릴레오의 과학 활동을 종교의 이름으로 핍박한 일화에 대한 피해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라며 “동일한 피해의식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의 말에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세계는 오랜 종교의 악몽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다. 종교의 장악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우리 과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야 하고 이는 문명에 대한 최대의 기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들을 배경으로 과학 철학자 톰 소렐은 과학주의에 대해 ‘과학, 특히 자연과학이 인간의 학문 중에서 가장 소중한데 그것은 과학이 가장 권위 있고, 진지하고, 유익하기 때문이란 신념이다’라고 정의 내렸다. 류 교수는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여러 근원에서 나온 지식들의 주장이 서로 다툴 때는 항상 과학적인 것이 비과학적인 다른 학문의 주장을 이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과학주의가 기독교에 끼치는 해악
류 교수는 J. P. 모어랜드의 저서를 인용하여 이러한 과학주의가 가져온 해악에 대해 설명했다. “과학주의는 기독교의 주장을 타당성의 범위 밖으로 몰아냈고, 기독교적인 삶의 기준에 변화를 일으켰다”며 “‘지식에 근거’한 신앙을 ‘맹목적인’ 신앙으로 만들어 버렸고, 개인 삶의 방향이 ‘진리 추구’에서 ‘즉각적 욕구의 만족’으로 변화됐으며, 윤리는 ‘적극적 선의 추구’에서 ‘해를 끼치지 않는 미니멀리즘’으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유의 추구 면에서 이전에는 자유에 따른 책임을 ‘중시’했으나, ‘미니멀리즘 혹은 단순한 권리’로 변화됐고, 관용의 의미 면에서는 ‘사람을 관용’하는 것에서 ‘행위나 생각의 관용’으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이는 성경의 가치를 지키려는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키웠고, 교회의 제자훈련을 훼손하고 양육을 비효율화하여, 외부의 어려운 공격에 머리만 감추는 타조처럼 과학주의의 공격에 대해 외면하는 기독교(Ostrich Christianity)가 되어 청년들을 교회에서 떠나게 했다고 말했다.
◇과학주의의 근원인 진화론
류 교수는 서양의 전통적인 기독교 세계관에서 무신론의 세계관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가장 큰 공로를 세운 것이 다윈이 주장한 가설 ‘진화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윈이 쓴 ‘종의 기원’(1859)에서 다윈이 관찰한 것은 전부 같은 종 안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보여준다”며 “곧 다윗은 ‘소진화’를 관찰했고, 그것을 가지고 ‘대진화’를 추론했는데, 대진화는 종을 넘어가는 것이므로, 진화에 대해 논쟁을 하게 되면 소진화, 대진화를 먼저 분명히 구분해놓고 논쟁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당시에도 널리 행해져 오던 선택적 교배를 통해 털을 많이 생산하는 양, 우유를 많이 생산하는 소, 알곡이 많이 열리는 밀, 꽃이 더 예쁜 튤립 등 같은 종 안에서도 원하는 특성을 강화시키는 품종개량을 설명한다”며 “또 자신이 세계 일주를 하면서 방문했던 곳의 특별한 기후와 환경으로 인해 자신이 영국에서 보아왔던 동식물이 형태적으로 많이 변화해 있는 것을 관찰한 내용을 기술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이런 관찰을 통해 다윈은 생명체들이 자연환경이나 사육, 혹은 재배의 인위적 환경 변화에 의해 형태가 점진적으로 변하며, 같은 종이라도 다른 환경 속에서 오랫동안 격리되어 유지되다 보면 전혀 다른 형태의 다른 종으로 변할 것으로 추측했다”며 “이런 형태의 변화는 단기간에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수백만 년부터 수억 년 등 아주 긴 시간적 요소의 도입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윈은 종과 그 인접 종 사이의 점진적 형태변화를 보여주는 일련의 중간화석들이 없는 것이 자기 이론의 문제점임을 그 책에서 고백했고, 후대에 그런 중간화석들이 발견되기를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다윈의 진화론을 요약하면 ‘①진화는 점진적이다 ②진화는 방향성이 없고, 우연에 의해 발생한다 ③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종류만 살아남는다 ④최초의 한 생명체로부터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진화했을 것이다’ 등이 있다.
◇다윈의 이론에서 덧붙여진 내용
류현모 교수는 “진화론은 과학계에 하나님의 자리를 과학자들이 차지할 수 있음을 제시했고, 그 이념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후 과학계에서 지속되고 있다”며 다윈의 이론에서 덧붙여진 내용 등을 다양한 학자의 글을 인용해 소개했다.
첫째, 영국 지질학회 라이엘이라는 학자는 다윈의 진화론에 맞춰 지층의 나이를 수억 년 단위로 격상시켰으나, 이들이 지층 연대를 설정할 때는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도 없는 시대였다. 이들은 점진적 변화로 아메바에서 사람께지 변화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을 가정하고 근거도 없이 지층의 나이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둘째,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할 당시 영국에 있었던 마르크스는 진화론을 신의 간섭을 배제할 수 있는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설명하던 경제 체제의 변화를 생물학적으로 동일하게 보여주는 과학적 발견으로 진화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신은 없으며, 존재할 수 없으며,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장한 무신론의 기원론에 기반으로 받아들였다. 류 교수는 “이후 소련 공산당과 소련 과학원은 진화론의 기반이 되는 근거 없는 과학 이론들을 수없이 생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소련 과학원의 오파린은 원시 수프 이론을 주장하면서, 생명이 생성될 유기물의 농도가 높은 시궁창 같은 웅덩이가 있었고, 그로부터 생명이 저절로 탄생했을 것이라는 ‘화학 진화론’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근거 없는 상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셋째, 시조새 사건이다. 류 교수는 “중간 화석이 없는 것이 자기 이론의 문제점이라는 다윈의 고백 때문에 그를 지지하던 대영박물관은 중간 화석을 발견하면 비싸게 사겠다는 공고를 했다”며 “이 소문을 들은 독일의 장사꾼들이 그 지역에서 나온 화석을 조류와 파충류의 중간화석이라 주장하며 비싸게 팔아먹는다. 그러나 나중에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론은 시조새 화석은 새의 화석이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화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뿐만 아니라 중간 화석은 하나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두 종 사이의 형태 변화를 단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련의 화석들이 존재해야만 한다”며 “진화론자인 UC 버클리 교수 클라크 호웰은 ‘인류 진화를 설명할 만한 증거(화석 혹은 유골)는 없다.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 이 분야는 아주 적은 증거를 가지고 설화적인 처리를 요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인류 진화에 대한 완성된 시나리오는 우리가 알 수 있는 범위 너머에 있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라고 고백한다”고 말했다.
넷째, 동물 발생과정에 대한 그림을 남긴 에른스트 헤켈은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는 한 개체의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그 속에 진화의 과정을 반복하여 보여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류 교수는 “헤켈의 그림은 거짓이라는 것이 이후 많은 사진에 의해 드러났고, 헤켈 자신도 진화론을 지지할 목적으로 그림을 변조했음을 나중에 고백했지만 진화론 지지자들에 의해 묻혀버렸다”고 지적했다.
다섯째, 밀러-유리의 실험이 있다. 소련의 오파린이 세운 화학진화론을 입증하기 위해 무기물에서 생명체의 재료가 될 수 있는 아미노산이 합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류 교수는 “먼저 이 실험 환경이 원시 지구의 대기가 현재와 아주 다른 것을 가정했고, 생성된 아미노산이 생명체가 이용하지 않는 이성질체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설령 이 물질이 사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 생명의 탄생과는 전혀 무관한 결과일 뿐이다. 생명 탄생을 위해서는 이런 유기물 단량체가 중합하여 다양한 유기물 다량체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들이 잘 조합되어 하나의 세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다윈의 핀치, 후추나방의 환경 적응, 날개 4개 달린 돌연변이 초파리 등 수많은 현상이 진화론 지지를 위해 제안됐으나, 모두 억지를 끼워 맞춘 내용들로 밝혀졌다고 했다.
◇진화론에 대한 철학적 비판, 과학적 비판, 유신진화론 비판
류 교수는 오히려 최신의 연구결과들은 진화론을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진화론은 첫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크레이그 벤터는 인간 유전체의 전체 서열을 모두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이후 사립연구소를 설립하고 합성생물학, 즉 새로운 생명체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최초 생명체가 어느 정도로 간단했을지 파악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간단한 생명체로 알려진 세균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의 유전자 개수 525개에서 유전자를 각각 넣었다 뺐다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생명체로서 생명 현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480개의 유전자와 그 유전자로 만들어낸 단백질이 한꺼번에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류 교수는 “즉 진화론에서 이야기하는 점진적인 하나의 유전자, 하나의 단백질로서 생명의 시작을 노려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가 이중나선구조를 가진 것을 밝혀 노벨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은 1970년대 분자생물학의 중심 명제를 발표했다. 핵 속의 DNA 염기서열은 생명현상의 정보를 가졌고, 이 전체 정보 중 하나의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염기서열 정보만 mRNA로 전사하고 세포질에서 단백질로 번역함으로써 그 단백질이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세포 분열을 위해서는 DNA 복제, 전사, 번역 과정이 필요한데, 각 반응을 촉매하는 단백질 효소가 반드시 필요했다. DNA 염기서열로 저장된 단백질 효소 정보와 효소인 단백질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으면 생명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즉 정보와 정보의 산물이 동시에 존재해야 하는데, 진화론의 점진적 진화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셋째, 2005년 최고 과학저널 네이처에서 침팬지 유전자가 사람 유전자와 98% 상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연구에서는 침팬지 유전체가 사람보다 약 20% 큰 것이 밝혀졌다. 류 교수는 “크기만 해도 20%나 차이 나는데 어떻게 98% 상동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발표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후 연구에서 침팬지와 사람은 70% 이하 상동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람은 체세포마다 46개 염색체를 가지지만 침팬지는 48개 염색체를 가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염색체 숫자가 다르고 각 염색체 상 유전자 배열이 다른 동물 사이에 교배를 통해 새끼를 낳을 수 없다”며 “따라서 아무리 외형이 비슷한 인접 종이라 해도 진화를 통해 새로운 종이 생기는 일은 불가능하다. 즉 같은 종 안에서의 소진화는 가능하지만, 종의 장벽을 넘어서는 대진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유신진화론에 대해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지나며 진화론, 무신론, 상대주의 교육을 받은 기독교인 중 하나님에 의한 천지와 생명 창조를 믿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많아졌다”며 “일부 기독교인 과학자들이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에 유신진화론이라는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이는 하나님이 우주와 생명체 탄생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신 후 다음 과정은 진화에 맡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경학자 웨인 그루뎀은 ‘유신진화론도 결국 진화론이며, 창세기 앞부분의 창조주 하나님의 역할을 크게 수정했다’고 비판했고, 기독교 변증가 오스 기니스는 ‘교회가 유신진화론을 수용함으로써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다고 비판했다. J. P 모어랜드는 ‘유신진화론을 받아들이면 진화 과정 중 첫 사람 아담을 특정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고, 원죄의 책임 소재나 존재 여부도 불분명하게 만든다. 원죄의 교리가 희미해지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복음 역시 그 필요성을 상실한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유신진화론을 취하는 순간 신학과 성경의 가르침은 과학의 검열을 받아야 하는 위치로 전락하고, 성경의 첫 부분에 대한 해석을 포기해본 경험은 이후 과학으로부터 압력이 올 때마다 해석을 쉽게 수정하게끔 만들 수 있다”며 “유신진화론은 복음을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진화론은 과학이 아니다. 실험을 통하여 재현 혹은 검증 가능한 사실(방법론적 자연주의)인 실험과학, 기원론처럼 재현이나 검증 불가능한 사안을 다루는 역사과학도 아니다”라며 “형이상학적인 진화론의 주장이 지속되는 이유는, 신의 발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무신론자들의 이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과학주의의 비판
리처드 도킨스, 다니엘 데넷,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루이스 윌퍼트, 빅터 스텡거 등 공격적 무신론자(과학주의자)들은 과학주의, 과학제일주의, 과학만능주의를 주장한다. 하지만 80세에 무신론자 논객에서 유신론으로 전향한 앤터니 플루는 ‘공격적 무신론자들은 자기 믿음의 근거를 논증하지 않고 상대의 주장을 듣지 않고 비판만 한다. 과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과학적 주장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철학적인 것인데 철학적 논증은 초등학생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피터 메더워는 ‘과학이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행하는 것, 비과학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을 무시하고 비판하는 것들보다 더 빠르게 과학을 망신시키는 일은 없다’면서 과학주의를 경계하라고 조언했고, 물리학자 이안 허친슨은 ‘과학주의자들은 다른 학문들을 촉진하기는커녕 위험에 처하게 하고 최후에 그들의 오만함과 지적 따돌림의 대가로서 다른 학문 공동체들로부터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반응만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류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메트릭스, 아바타), 유전자 편집, 새로운 생명의 합성, 전지전능한 AI, 무인이동장비(드론, 차, 항공기), 육체적 한계를 극복할 사이보그 등 오늘의 과학기술을 소개하며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방향은 과학자들만의 손에 맡길 수 없다”며 “신학, 철학, 윤리학 등 다른 학문들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과학기술이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격리되어 있을 수는 없다”며 “인터넷, 스마트폰, 줌, 의료 등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진선미의에 맞게 사용할 방법을 개발할 것”을 요청했다.
◇과학주의 시대의 선교
류현모 교수는 “진화론, 무신론, 상대주의, 젠더이념 교육으로 기독교 내부에도 많은 변질과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독교 세계관은 우리 신앙을 변호하는 성벽이며 세상의 오염된 지식의 출입을 제어하는 성문으로, 선교 준비는 명확한 복음과 함께 선교사 자신의 기독교 세계관 정립에서 시작하고, 그다음 선교 대상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어떤 개인이 모든 지식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명확하게 가질 수 없지만, 선교 혹은 전도의 현장에서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자기 전공이 아니어도 최소한의 분명한 답변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다양한 학문으로부터의 반기독교적 공격에 대해 확립된 답변들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고, 우리 세계관 속에 오염되어 있을지도 모를 다른 세계관의 요소들을 분별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세계관 전쟁은 영적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속에 오염된 선입견이나 편견은 세워질 때는 너무나 쉽게 세워지지만, 그것을 허물 때는 마치 견고한 진처럼 저항한다”면서 “세계관 정립은 평생의 노력이 필요한 성화의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우리 모두에게 ‘기준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는데, 그 기준은 결국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와 삼위일체로 수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자연과 성경 둘 다 하나님이 저자라고 이야기하는데, 자연을 해석하는 ‘과학’과 성경을 해석하는 ‘신학’이 지금 ‘잠재적 갈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지금 나타나고 있는 어떤 갈등 요소를 빨리 판단하지 말고, 어느 쪽 해석이 맞는지 열어놓고 다퉈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오늘날은 갈릴레이 시대와는 과학과 신학이 뒤바뀐 위치에 있는데,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대적해 높아진 것을 전부 무너뜨리고 나의 세계관을 다시 한번 관찰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