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한국선교KMQ포럼
▲2022한국선교KMQ포럼(선교와 패러다임 8th)이 ‘세속화와 선교’를 주제로 열렸다. ⓒ이지희 기자

한국교회와 한국선교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항상 지목돼 온 ‘세속화’가 실제 사역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선교 전문 계간지 한국선교KMQ(편집인 성남용 목사)는 18일 신반포교회(홍문수 목사)에서 ‘세속화와 선교’를 주제로 2022한국선교KMQ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전문가 5명의 발제와 질의 응답 및 토론, 종합토의 등의 순서로 7시간 넘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물질주의, 과학주의, 쾌락문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세속화의 은밀하고도 거대한 도전 앞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사역의 본질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본지는 이번 포럼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을 연재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선교KMQ 편집위원 정태엽 목사(한남교회)의 사회로 시작된 개회예배에서 홍문수 목사는 ‘성령의 선교’(행 16:6~10)를 주제로 한 설교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고 성령의 인도를 따라 행하는 한국교회가 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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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수 목사가 개회예배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홍 목사는 “사도행전은 성령행전이다. 바울이 주도한 것 같지만 사실은 성령이 주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고 “또 사도행전은 오픈북으로, 아직 성령의 선교는 끝나지 않았고 주님이 오실 날까지 지속될 것을 말한다. 시대마다 존재하는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끊임없이 성령의 선교를 따라오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령께서 있는 한 이 과업은 절대로 중단되거나 위축되지 않고 하나님의 길로 반드시 나아가리라 확신한다”면서 “성령의 인도에 민감했던 언더우드가 인도 선교를 준비하다가 성령의 말씀에 순종하여 조선으로 출발한 것처럼, 성령께서 이 포럼 자리에 임하셔서 성령께서 이끄시는 자리가 되며, 성령의 인도대로 행하는 한국교회가 될 것”을 축원했다. 이어 한국선교KMQ 초대 편집인이자 명예이사장인 강승삼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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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삼 목사가 축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오전 세션 Ⅰ에서는 조명순 선교사(한국형선교개발원)의 사회로 KMQ 편집인 성남용 목사(삼광교회)가 포럼 개요와 취지를 설명했다. 성 목사는 “세속화가 세상은 말할 것도 없고, 교회와 선교회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주제를 다루게 됐다”며 세속화를 촉진시킨 동인과 세속화의 극복 방안 등을 제언했다.

성남용 목사는 “세속화란 교회와 선교회가 성경적 원리를 따르는 대신, 세상의 가치와 제도를 따르려는 경향성을 의미한다”며 “신앙인의 삶에서도 세상적 원리가 강하게 작동하여, 교회 지도자들도 자기 십자가가 아닌 자기 영광을 추구하려 할 수 있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보다 세상의 가치를 더 귀하게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화(modernization)가 세속화(secularization)를 촉진시킬 것이라 예측한 사람들이 많다. 현대화와 신앙심을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현대화가 아무리 넓고 크게 진행돼도 세상에는 신앙 외에는 답할 수 없는 선과 악, 죄와 구원, 죽음과 영원의 문제 등의 질문들이 많다. 삶의 의미나 이유 같은 형이상학적 주제들에 대한 답도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도 신앙의 필요성은 결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성남용 목사는 세속화를 촉진시킨 동인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사람들의 세계관이 변했다는 것이다. 성 목사는 “모더니즘은 하나님 중심적 세계관인 중세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갖게 했다. 하나님의 계시나 진리 대신 사람의 이성이나 경험을 최종 권위가 되게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공통점은 모두 사람을 우주의 중심에 세운 세계관으로, 인간을 만물의 척도라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모더니즘의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카르트(1596~1650)는 그동안 믿어온 것을 의심해야 한다며 계시가 아닌 이성을 진리와 연결시켰다”며 “그는 인식주체로서 사람을 우주의 중심에 세우며, 이데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한 플라톤처럼 세상을 물질 세계와 정신(영적) 세계로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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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용 목사가 포럼 개요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성 목사는 “칸트(1724~1804)는 세상을 실체(물자체)와 현상으로 구분하여, 이성이 감각하여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알 수 있다며 물질, 자연, 자연적 사실, 현상적 사실의 과학 영역을 영, 초자연, 개인적 가치, 초월적 진리 등 종교 영역으로부터 구별했다”며 “이런 사실의 영역과 가치의 영역에 대한 분리가 모더니즘의 근간을 이루는 이원론적 세계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칸트가 초월적 세계나 믿음이 인간의 인식 범위를 벗어난다고 했지,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칸트는 선한 사회와 도덕률을 위해서도 초월적 하나님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신앙의 세계를 긍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교회는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을 분리하면서 세상과 단절하고, 성과 속의 구분을 당연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성 목사는 “아브라함 카이퍼(1837~1920)는 이에 대해 이원론적 구분을 거부하고, 세상도 하나님이 지으셨으니 삶의 모든 영역을 복음화하자는 신칼빈주의 운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원론적 세계관은 신학과 이성의 타협을 통한 신학 작업으로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성 목사는 “대표적인 것이 불트만(1884~1976)의 비신화화 신학”이라며 “이는 성경 속 이야기들을 이성과 경험의 범주 안에서 설명하려 한 노력이고, 복음의 초월성을 스스로 훼손하면서 세상의 타당성 구조에 맞추려 한 것이다. 결국 이런 자유주의 신학은 교회를 더 세속화시키는 일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세속화를 촉진한 두 번째 동인으로는 도시화율이 높아진 것을 꼽았다. 성 목사는 “2018년 유엔의 도시화 전망 통계에서 1950년대 세계 도시화율은 29%였지만, 2018년 54%가 되었고, 참고로 한국은 94%나 된다”며 “농촌은 가족과 씨족, 공동체와 전통을 중시하고 개인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도시에서는 공공과 개인 영역이 구분되며, 개인주의가 용납되고, 개인이 집단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익명성으로 인한 전통과의 분리가 촉진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비 콕스가 ‘세속사회’에서 지적한 대로 도시화는 사람들의 전통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하게 하여, 전통적인 신앙에서 벗어나게 하는 세속화와 함께 이루어지게 했다”며 “다양성의 수용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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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용 목사는 교회의 세속화 극복 방안으로 다섯 가지를 소개했다. ⓒ이지희 기자
세 번째 동인으로는 세속역사가 곧 교회역사인 점을 들었다. 성 목사는 “유럽의 대부분이 기독교 국가였기 때문에 오욕으로 뒤덮인 세상 역사 속에 교회 역사가 섞여 있다”며 “그래서 유럽교회가 세속화의 영향을 제일 크게 받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정치적 요직을 차지한 정치인들 중 교회 지도자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은 정적이었을 교회 지도자들을 지지하지 못했을 것이고, 이것이 교회의 세속화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성 목사는 “지금도 다수의 유럽인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여기지만, 주일을 성수하는 성도들은 많지 않다”며 “기독교가 세속문화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교회의 세속화 극복 방안으로 다섯 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다. 성 목사는 “칸트는 이성과 과학의 시각으로 초월과 신앙의 세계를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이성과 초월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는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이 이 둘 사이를 연결시킬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윗은 여호와의 집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이 한 가지 소원(시 27:4)이라고 하는 등 자신이 보는 모든 곳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았다”라며 “하나님의 아름다움,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있어야 선교할 수 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이 예배이고, 그 영광을 열방에 전파하는 것이 선교로, 우리가 먼저 진정한 예배자가 되어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의 아름다움을 보는 능력을 키우고, 세상에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라!’고 외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 번째, 복음의 능력을 확신할 것을 강조했다. 성 목사는 “예수님의 십자가만이 세상의 죄와 벌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고, 세상의 악을 치유하는 유일한 해독제”라며 “하나님의 지혜와 하나님의 능력,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 복음의 능력을 확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교회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목사는 “하나님이 세속사회와 싸우는 유일한 도구로 교회를 세우셨다”며 “하지만 이 땅의 교회는 거룩하지도 않고 흠도 많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교회도 끝까지 사랑하신다(롬 5:6~8)”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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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네 번째,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목사는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있는데, 여기에서 개혁(reformation)은 혁명(revolution)이 아니라 원형으로의 회복(restoration)”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속화된 중세 교회의 모습은 교회가 빵을 주고, 신비한 기적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다스렸다”며 “하지만 교회는 세속적 욕망을 채워 주려 하지 말고 하나님 말씀만을 주려 해야 하고, 신비스러움으로 치장하지 말고 믿음으로 인내해야 하며, 권세로 다스리지 말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이웃을 섬기며 하나님만을 경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속에서 벗어나 신성(SACR)을 만드는 것(FIC)은 희생(SACRIFICE)밖에 없다”며 “이는 교회와 성도의 자기 십자가가 교회를 세속으로부터 지키는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또 “예수님이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셨던 것처럼, 교회는 권력과 힘으로부터 멀어져 세상의 약자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며 “교회의 영광은 세속 권력이나 화려한 건물에 있지 않고, 예수님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는 섬김의 삶을 통해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 부흥하는 교회들과 함께 세계적 신학 하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목사는 “비신화화 같은 이성 중심적이고 세속적인 신학에서 벗어나는 등 탈유럽화 신학이 필요하다”며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신학, 성령의 역사를 체험케 하는 신학, 하나님 말씀 중심적인 신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쇠퇴하는 유럽교회 중심이 아닌, 부흥하는 2/3세계 교회 중심의 신학이 필요하다”며 “부흥하는 교회들과 함께 세계적 신학 하기(global theologiztion), 또는 메타신학 하기(metatheologizing)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횃불처럼 타오르는 불꽃이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신학 작업은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게 하고, 미래의 교회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 세션 Ⅰ에서는 김마가 GO선교회 본부장이 ‘물질주의 시대의 선교’, 류현모 서울대 교수가 ‘과학주의와 선교’, 세션 Ⅱ에서는 이승구 합신대 교수가 ‘쾌락문화와 선교’, 오석환 캄보디아 선교사가 ‘우리의 동역자 관계는 성경적인가?’, 장은경 도미니카공화국 선교사가 ‘타문화권 선교에서 세속화에 대한 선교적 의미’에 대해 각각 발제했으며, 질의 응답 및 토론, 종합토의, 총평 등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