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매우 오래 전부터 누적되어 온 리스크
국제질서의 재편 과정, 자유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권위주의 세력 간 패권 경쟁의 양상 보여줘

한국은 지정학적인 리스크 크고, 잠재적 위협에 둘러싸여 있어
한미동맹 강화, 자유 민주주 국가 간의 가치동맹 강화,
외교안보 중요성·심각성 공유, 학습하는 국민공공외교 강화해야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가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라시아 서쪽의 문제가 아니라, 유라시아 동쪽에 있는 한국과 한반도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양구 전 대사는 2016년 3월 초부터 2019년 3월 초까지 우크라이나 대사로 재임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농업 메가 프로젝트와 이를 기반으로 한 농업 실크로드, 에너지와 교통, 물류 등 멀티플 실크로드 구축이라는 드림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부임을 앞두고 사랑의교회 전문인 선교사로 파송 받은 이 전 대사는 과거 크리스천들을 위한 특강 등에서 스스로 ‘대한민국의 대사’이자 ‘하나님의 대사’라는 정체성을 갖고, 일이 사역이며 신앙이라는 원칙과 결단으로 직무에 임했다고 간증해 온 크리스천 리더다.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 ⓒ페이스북

이양구 전 대사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서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강의 주제가 바로 ‘유라시아 지정학과 한반도’였다”라며 “참으로 제국을 꿈꾸는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과 야망과 구체적인 행동 패턴을 보면 식은땀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면 하에 지뢰가 터지지 않았을 뿐이지 매우 오래 전부터 누적되어 온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고 이번 사태에 대해 분석했다.

이 전 대사는 또 1대 29대 300의 ‘하인리히 법칙’을 언급하며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 300번의 작은 사고가 나고, 29번의 보다 큰 사고가 난 후에 대형 사고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예방과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여러 면에서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준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사태가)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 있다는 것도 보여 주고, 자유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권위주의 세력 간 패권 경쟁의 양상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나 우리와 같은 지정학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피벗 스테이트(pivot state, 중심축 국가)로서 어떤 생존과 번영 전략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돌아가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님께서 강조하였듯, 첫째는 자강이요, 둘째는 동맹이요, 셋째는 미들파워 국가 간의 네트워킹”이라고 답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이 전 대사는 “포괄적 안보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보 문제가 단지 군사력 문제만 국한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동북아시아 한반도에도 러시아·중국·북한 간의 연대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런 빅픽처(큰 그림)를 읽고, 우리로서도 치밀한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양구 전 대사는 “선진국의 특징은 외교안보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정치화 하지 않는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큰 위치에 있는 우리로서는, (또한) 중국·러시아·북한 같은 만만치 않은 잠재적 위협에 둘러싸인 우리로서는 더욱더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한미동맹의 강화, 일본과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 간의 가치동맹 강화, 그리고 외교안보 중요성과 심각성을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대 국민공공외교 강화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이번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이 되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봤다. “본질은 미국과 유럽의 쇠퇴와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가의 부상에서 오는 힘의 공백, 틈새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선호한다든지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다. 그 얘기는 많은 나라가 전체주의 권위주의에 동조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역사적인 인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역사에 오명을 남길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될 사안이지만, 미국과 유럽도 러시아를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서로 간에 상생할 수 있는 통 큰 빅딜을 제기하는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소련 간 협력을 하는 것이라든지, 1970년대 미국과 중국 간 대 타협을 했던 창의적인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 되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할 듯
미·유럽 쇠퇴와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가 부상에서 오는 힘의 공백 문제
푸틴 절제 필요, 미·유럽도 빅딜 제기하는 창의적 발상 필요

지난 28일 세 건의 방송에 출연했다는 그는 “방송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어떤 인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문득 비스마르크와 빌헬름 1세 황제 생각이 났다”고도 했다. “비스마르크 재상은 독일 통일을 이루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프랑스 등(과) 전쟁은 치렀지만, 목표 달성을 하고 나서는 힘이 있지만 절제하고, 세력 균형으로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아키텍트(Architect, 설계자) 역할을 했다”며 “덕분에 50년 이상 유럽의 평화가 유지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스마르크의 고도의 외교 전략을 읽지 못하는 독일의 빌헬름 1세 황제는 결국 절제하지 못하고 팽창주의, 제국주의로 치솟는 바람에 제1차 세계대전을 초래하는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국가 지도자의 안목과 비전과 절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공습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지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공습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지내고 있다. ⓒFacebook/ Jordan Bennington

이 전 대사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충분한 소기의 외교 안보적인 목표를 이루었다”면서 “절제하지 못하면 빌헬름 황제가 될 수 있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잘 숙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데모가 가속화되는 현상은 다행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과 러시아 국민의 성숙함이 합쳐서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진정한 유럽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러시아 경제 현대화, 부정부패 척결, 정경유착 방지, 또 유럽과 미국의 북방 시베리아, 북극해 공동 개발 등으로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왜 우크라이나를 포함, 유럽 내 수많은 구 공산권 국가가 EU(유럽연합),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위해 5~10(개)년 정치발전, 경제발전, 제도발전을 하려고 하는지, 왜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 하는지, 그런 자기 성찰도 매우 중요하다”며 뼈아픈 지적을 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라나라에 주는 교훈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나라에 주는 교훈으로는 여섯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국가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 전 대사는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류 보편적 가치는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타협할 수 없는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안보의 심각성,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이다. 그는 “안보도 군사적인 부분만 아니라, 경제도 안보요, 자원도 안보요, 의료도 안보요, 휴먼시큐리티(인간 안전 보장)도 안보라는 포괄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동맹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EU, NATO, 미국과 같은 동맹이 없다는 데서 발단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하는 영국 시위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런던 거리로 나왔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하는 영국 시위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런던 거리로 나왔다. ⓒRT UK 유튜브 채널 영상

넷째,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전 대사는 “정말 국가가 안보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우방이 얼마나 되는지, 또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를 도와줄 수 있도록 우리는 평소 얼마나 그들에게 잘 했는지 직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과 역사문제로, 과거사 문제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빠질 때가 아니다”라며 “일본과 한국이 그래도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인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룬 국가요, 가장 전략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과 한일관계만 돈독히 하면 러시아, 중국 그 누구든 우리를 무시할 수 없는, 그런 절대적인 안보 반열에 (우리나라를) 올릴 수가 있다”고 봤다.

다섯째,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비핵화 기대도 안 했지만, 지금 러시아의 굴기로 더욱더 북·중·러 삼각 구도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비핵화에 대한 기대는 환상이 아닐 수 없다”며 “지금 지정학 위기가 커진 살벌한 가운데 그런 환상을 요구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핵우산 확보 등 새로운 구상과 전략을 강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여섯째, 외교안보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공유할 수 있는 대국민 공공외교를 강화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지난 2월 28일 우크라이나인들과 교민들이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이인 퍼포먼스 등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고 있다. ⓒ김평원 선교사 제공

이 전 대사는 “러시아의 강력한 군사력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리더십의 눈물겨운, 용기 있는 저항에 참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 미디어와 SNS를 통해 전쟁의 실상, 참화를 공유하여 전 세계 반전여론을 크게 확산시키고 있다”며 “개별 국가 차원에서 대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 지원 등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국제정치 안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으며, 특별 절차를 통해 즉시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EU 고위 관리는 이날 “3월에 예정된 비공식 정상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가입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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