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우크라-러 사역한 김평원 선교사 발표문 낭독
“권위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와 민주주의, 개인 인권 위한 가치와 체제 선택할 때,
악의 세력이 피 흘림 요구… 즉각 악마적 전쟁 중단해야”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전쟁 없는 세상 등 392개 시민단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즉각적인 군사 행동 중단과 국제사회의 신속한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재한 우크라이나인과 우크라이나 교민 등 70여 명이 “전쟁을 중단하라” “러시아 군대 철수하라” “전쟁은 답이 아니다” 등의 피켓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규탄했다.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에 수십 명은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며 전쟁으로 죽은 이들의 고통을 표현하고, 다른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며 사망자들을 애도하기도 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평화가 길이다” “전쟁을 반대한다” 등의 구호도 함께 외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다이인 퍼포먼스 등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고 있다. ⓒ김평원 선교사 제공

1991년부터 30년 이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사역한 김평원 선교사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러시아는 즉각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의 길을 택하며, 국제법을 준수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김 선교사는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난 17일 급히 귀국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평범한 시민은 평화를 사랑하고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며 인권이 보장받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대륙과 해양 세력의 틈바구니에 낀 지정학적 위치로 말미암아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다른 나라를 침략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한다”며 “모든 슬라브 민족에게 어머니의 젖가슴이라 불렸을 정도로 어떤 민족이라도 품고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국민성을 가진 민족”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이날 발표문을 낭독한 김평원 선교사

김 선교사는 1994년 우크라이나가 세계 3대 핵 강대국의 위상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선언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주권과 영토 보전을 보장받기로 한 합의각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2014년)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영토인 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을 유린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고자 불가피하게 나토동맹 가입을 추진하는 것을 구실삼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짓밟고 국토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 선교사는 “(러시아는) 4,200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목숨을 대상으로 마치 토끼몰이하듯 가공할 무기들을 동원하여 공격을 퍼붓고 있다. 320여 개의 미사일을 퍼붓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급기야 핵무기 운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벌써 352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수천 명의 사상자와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잔악성으로 악명높은 체첸의 늑대들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이런 잔악무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우크라이나가 푸틴 한 사람의 전쟁놀이에 이렇게 유린당해도 되는가? 미치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고 성토했다.

김평원 선교사는 “세계는 지금 권위주의와 국가주의, 전체주의의 세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와 민주주의, 개인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체제를 선택할 때, 악의 세력이 요구하는 그 피 흘림을 보고 있다”며 “만약 우크라이나가 결사항전하며 외롭게 싸우다가 러시아에 무너진다면, 전 세계는 강한 자에 의해서 나라의 경계선이 그어지는 약육강식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뿐 아니라 “국제법의 원칙과 유엔 또한 빛 좋은 개살구 취급받으며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나토 동맹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3차 세계대전 발발에 대한 우려로 나토가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인들과 교민들이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평원 선교사 제공

그는 “그러나 이대로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우크라이나 4,200만 국민을 죽음 가운데 내버려 둔다면 인류의 정의는 무너질 것이다. 또 그곳에는 불가피하게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31명의 우리 교민이 있다”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는 우리 시민과 전 세계 시민이 연대해 러시아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도움의 손길도 요청했다. “죽음의 계곡에서 결사항전하는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으로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며 “더는 파괴와 살육이 아닌, 전쟁의 중단과 함께 평화의 길을 택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자”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시민단체들은 주한 러시아대사관에 한국어와 영어, 러시아어로 된 성명을 전달했다.

한편, 외교부는 27일 현재 우크라이나에 46명의 교민이 있으며, 이 중 15명은 출국을 위해 이동 중이거나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1명은 개인 사정 등으로 현지에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우크라이나 선교사의 발표문 전문.

“우크라 무너지면 강자에 의해 국경 그어지는 약육강식의 판도라 상자 열려,
우크라 4,200만 국민을 죽음 가운데 내버려 두면 인류 정의도 무너질 것”

평화를 사랑하고 민주와 자유를 추구하는 시민 여러분,

지금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의 전쟁과 잔학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30년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살면서 그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평범한 시민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며 인권이 보장받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은 끝없이 넓은 평원과 드높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온순한 양들처럼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대륙과 해양세력의 틈바구니에 낀 지정학적 위치로 말미암아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다른 나라를 침략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평화를 사랑합니다. 모든 슬라브 민족에게 어머니의 젖가슴이라 불렸을 정도로 어떤 민족이라도 품고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국민성을 가진 민족입니다.

그들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세계 3대 핵 강대국의 위상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선언했습니다.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보장하겠다고 러시아는 합의각서에 서명했습니다. 그런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영토인 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을 유린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고자 불가피하게 나토동맹 가입을 추진하는 것을 구실삼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짓밟고 국토를 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4200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목숨을 대상으로 마치 토끼몰이 하듯 가공할 무기들을 동원하여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320여개의 미사일을 퍼붓고도 성에 차지 않는지 급기야 핵무기 운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벌써 352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수천 명의 사상자와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잔악성으로 악명 높은 체첸의 늑대들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이런 잔악무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왜 이래야만 하는 것입니까? 약소국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그 무슨 위협이 된다는 말입니까? 그 무엇이 사랑하는 아버지를 죽음이 기다리는 전선으로 보내며 그 어린 딸과 아버지로 하여금 한없이 눈물 흘리게 하는 것입니까? 그 무엇이 꿈 많던 한 젊은이를 몰려오는 탱크를 저지하고자 폭탄과 함께 자신을 던져 생명을 마감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 무엇이 가정이 있고 부모 친척이 있는 13명의 젊은이를 제발 우리를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게 해달라는 절규와 함께 죽음의 길을 택하도록 하는 것입니까? 세계의 양심들은 함께 아파하며 지금 묻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우크라이나가 푸틴 한 사람의 전쟁놀이에 이렇게 유린당해도 되는가? 미치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

세계는 지금 권위주의와 국가주의, 그리고 전체주의의 세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개인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체제를 선택할 때 악의 세력이 요구하는 그 피 흘림을 보고 있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결사항전하며 외롭게 싸우다가 러시아에 무너진다면, 전 세계는 강한 자에 의해서 나라의 경계선이 그어지는 약육강식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입니다. 국제법의 원칙과 유엔 또한 빛 좋은 개살구 취급받으며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나토 동맹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3차 세계대전 발발에 대한 우려로 나토가 군사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우크라이나 4200만 국민을 죽음 가운데 내버려 둔다면 인류의 정의는 무너질 것입니다. 또한 그곳에는 불가피하게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31명의 우리 교민들이 있습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는 우리 시민과 전 세계 시민이 연대해 러시아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해야 합니다. 죽음의 계곡에서 결사항전하는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으로 최대한 지원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평화시민 여러분! 더는 파괴와 살육이 아닌 전쟁의 중단과 함께 평화의 길을 택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
*러시아는 즉각 이 악마적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의 길을 택하라
*러시아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하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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