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얼마 전 주관한 KWMA 미션 콜로키움에서 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 정민영 선교사는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정체성과 부르심의 의미를 깨달아가기 위한 미래지향적 제안으로 ‘반추하는 실천가 공동체의 지속적인 회심의 여정’을 언급했다.

‘코로나 시대의 텍스트(Text)와 컨텍스트(Context) 선제적 분별과 상황적 반응’을 주제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콜로키움 현장에는 사회를 맡은 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 정용구 선교사와 강사로 초청된 정민영 선교사, 현장 질의자로 이현욱 일본 선교사(GP선교회), L선교사(SIM), 박성민 목사(사단법인 청년선교 본부장), 서영훈 선교사(예수제자선교회)가 참석해 소감과 질의응답을 함께 나눴다.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는 하나님의 복의 대상이자 복의 통로”라며 “그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는 하나님의 복의 대상이자 복의 통로”라며 “그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가 어려움을 당할 때, 결국 공동체적으로 말씀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정체성과 부르심의 의미를 말씀에 비추어 지속적으로 깨달아가는 ‘반추하는 실천가 공동체의 여정’을 요구한다”며 “개인이 혼자 골방에서도 말씀을 묵상해야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하나님 자신이 공동체이시고, 교회를 공동체로 만드셨으며, 우리를 공동체적으로 합숙하도록 만드셨기 때문에 우리 생각이 혼자 골방에서 바뀌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잠언 27장 17절 ‘쇠붙이는 쇠붙이로 쳐야 날이 날카롭게 서듯이, 사람도 친구와 부대껴야 지혜가 예리해진다’(새번역)는 말씀은 공동체의 합숙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성경을 놓고 갑론을박도 하고, 말씀으로 격려도 받고, 책망도 받지 않으면 우리 생각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신약에서는 히브리서 10장 24~25절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는 말씀이 대표적”이라며 “마지막 때가 올수록 공동체적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책망도 하고, 부추기는 학습의 여정을 가야 교회 역사상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성경적으로 옳지 않은 자세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본질적, 선제적 분별의 측면에서 이런 메시지는 우리끼리도 서로 공유해야 하지만, 선교사들이 사역하는 대상들에게도 공유해야 한다”며 “항상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주는 대상으로 (사역 대상을) 고착화하면 안 되고, 그들이 주님을 만나는 순간 그들 자신도 하늘의 복을 누리지만, 고통하는 세상에 하늘의 복을 흘려보내는 선교적 부르심 앞에 신앙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기 위한 접근 방법을 묻자 정민영 선교사는 “성경 원리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그 원리에 순종할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나의 일상과 나의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지는 사실 자기 숙제”라며 “제 3자가 좋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내가 묵상한 다음에 해야겠다고 하는 것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르다. 말씀에 대한 깊은 묵상을 통해 결론에 도달한 것과 본질적 고민 없이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용적인 논의까지 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먼저 선제적 분별을 통과한 다음에 표현 방법을 내놓는 것이 아름답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역팀 내에서 선교 방향과 실용성, 본질에 대한 의견충돌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반추하는 실천가 공동체’가 성경적 학습 방법이라고 믿는다”라며 “학습이 사역과 통전적으로 연결되어, 말씀을 통해 이해한 원리로 자신을 돌아보고 공동체도 돌아보는 질문으로 연결돼야 한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주신 방식이므로, 이러한 ‘학습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정 선교사는 “단칼에 사람을 바꿀 수는 없지만, 말씀으로 분별하는 일을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여정을 통해 하나님이 깨우쳐주신다”라며 “각자 사역에 대한 이해가 있는데, 만날 수 있는 길은 함께 사색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예수님이 제자들을 가르친 방식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시고 가르치기도 하셨지만, 단답형 대답을 하기보다 반문하시고, 질문에 대해 속 시원하게 정답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사색으로 이끄셨다”며 “개인이 사색하는 훈련도 물론 중요한데, 공동체적으로 (그러한 여정을) 함께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지속 시 선교 사역 계획
참고 자료 ⓒ목회데이터연구소
교회 내 세대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결국 소통이 중요한 이슈다. 청년들과 앞세대가 소위 언로, 말의 통로 끊어져 있는 것은 소통의 문제”라며 “소통은 단순히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이 닫혀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저도 기성세대이지만,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이 큰일 났다’고 말할 때 맞는 부분이 있고, 틀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차세대의 현실은 앞세대의 작품으로, 이 문제를 개선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졌을 때 본질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세대가 현저하게 믿음에서 떠나는 일에 대해 ‘우리가 좋은 모델을 못 보였구나’, ‘우리가 농사를 잘못한 것이구나’ 하는 자기반성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로소 마음을 열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일지 많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저는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만으로 그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본다. 아주 젊은 꼰대도 있고 저처럼 70이 넘은 ‘아미’(BTS 공식 팬클럽)도 있다. 물리적 나이로 이야기하기보다, 신앙을 공유하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지체로서 열린 소통의 자세를 함양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며, 그것이 (소통을 위한) 출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 선교사는 “이런 개선을 향한 여정을 할 때 마음이 조급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그래서 사랑의 첫 번째 특성이 ‘오래 참고’인 것이 실감난다”며 “우리가 순종하면 나를 통해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는데, 결과는 하나님의 것이다. 그러나 순종하는 여정을 가는 사람은 세대와 무관하게 본인이 열려있고, 편견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이라는 세대를 관통하는 동일한 복음을 붙들고 있는 우리를 하나님께서 ‘세상을 축복하는 선교적 공동체’로 부르셨다는 그 지점에서 만날 수 있으므로, (순종하려는) 태도와 노력을 계속 포기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교현장에서 추방당하거나 철수한 선교사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는 “제 가정도 인도네시아 미전도종족 언어로 성경번역을 한창 할 때 쫓겨났는데, 결국 국제본부 사역으로 가게 된 계기가 됐다”며 “뒤돌아보면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길이 안 보이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20세기 말에 다시 선교현장에 돌아가기 원했지만, 하나님이 그 길을 끝까지 안 열어주셨다”라며 “그런데 그 여정이 나에게는 두어 가지 깨달음을 주신 여정이 됐다. 하나는 하나님이 근원적으로 내 도움이 필요 없는 분이라는 깨달음이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하나님의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청하신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바울도 바울서신 안에서 최선을 다해 청지기적으로 사역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하나님의 일에 동역자로 부름받은 사실이 영광스럽고 감격스럽다는 자세를 가졌다”라며 “나 같은 이를 충성되이 여겨 하나님의 일에 동참시켰다는 관점을 가지고,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것을 못 하는 데 대한 쓴 뿌리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 선교사는 “세월이 흐른 다음 돌아보니, 그때 선교 공동체적으로는 하나님이 저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위치로 인도하셨다”라며 “다만 내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하나님의 섭리가 있으므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하나님이 길을 막으시면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때문에 쓴부리가 생길 필요는 없다. 소원을 가지고 계획하는 것은 우리의 자유이지만, 실제로 하나님이 전권적으로 인도하신다는 그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하며, 그런 여정을 통해 신뢰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재 선교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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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교사는 특별히 “딜라스 윌러드의 ‘제자 아닌 이들이 너무 많이 (사역 현장에) 나간다’는 이야기가 뼈를 때린다. 저는 한국선교에 대해 아주 노골적으로 ‘왜 한국교회는 제자 아닌 이들을 많이 보내느냐’는 이야기를 공적인 장소에서 들었다”라며 “우리가 선교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많이 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하나님의 나라가 인해전술로 완수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며, 이는 능동성이 아니라 사실은 ‘건강한 수동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나치게 능동적으로 하려는 것은 성경적인 틀은 아니라고 믿는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말씀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지 내가 주님을 위해 엄청난 일을 계획해서 밀어붙이는 것은 마치 사울이 하나님을 위한답시고 하나님을 핍박하는 쪽으로 가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것이 사실 반추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그래서 반추가 없는 사역공동체로는 안 된다. 마르다들만 모아놓으면 쓴 뿌리만 엄청나게 생기는 것”이라며 “예수님은 심지어는 일 안 해도 좋으니까 나와 교제하자고 하신다. 사실 주님과 교제하면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기 때문에 일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방점이 일에 있지 않고 주님과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님과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말씀과 기도가 있다”며 “그것이 개인만의 영역이 아니고, 공동체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제가 몸담고 있는 단체에서도 그 일에 대한 깨달음이 오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때가 사역과 자세와 방향성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고 회상했다. 정 선교사는 “그렇게 되면 놀랍게도 세대 차이와 같은 것들을 넘어가게 된다”며 “왜냐면 좋은 의미에서 ‘한통속’이 되기 때문이다. 서로 부족한 사람들끼리 모여 주님의 뜻을 따라 겸허하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누가 갑질할 수가 없다. 그것이 하나님의 의도가 아닌가 싶어 저는 ‘선제적 분별’이라고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울고(Weeping), 하나님의 선처를 기다리며(Waiting), 하나님과 함께 동역(Working with God)하기 위해 리더십의 공동체적 지성과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정 선교사는 “하나의 조직이 집단으로 존재할 때 가장 중요한 열쇠를 리더들이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가 건강한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리더가 가장 영향력이 크고, 그만큼 리더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더십의 정의를 과거에는 그 단체가 추구하는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 그 결과를 읽어내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했는데 요즘은 많이 다르다”라며 “요즘 세상에서는 (리더가) 말씀을 성찰하는 쪽으로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문화가 바뀌는 것은 어려운데, 그래서 긴 호흡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더의 생각이 안 바뀌기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구성원들은 구성원으로서 역할이 있으므로 각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문화를 바꾸면 된다”며 “서로 토론하고 격려하고 때로는 책망하는 것이 위에서 낮은 곳으로, 한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적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그것을 해내면 처음에는 전체 집단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며 “그런데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룹 사람들이 각자 네트워크가 있어, 작은 그룹이 여러 개 생겨나게 된다. 그것이 제자들 모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단체 리더는 꼰대라 안 된다고 푸념하고 자기 몫을 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라며 “당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두 명이라도 모이면 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올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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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 이후를 준비하는 후배 선교사들과 교계, 선교계를 위한 제언으로는 “건강한 정체성에서 건강한 삶과 행동이 나오므로, 결국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이고, 교회의 사역적 정체성 역시 그리스도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하나님의 복의 대상이지만 복의 통로로 이 세상에 잠시 머물게 하신 것이다”라며 “이는 사실 신나고 영광스러운 일로, 그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일이 우리가 잘못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그 정체성에 부합한 우리의 존재와 삶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자리매김 할 것”을 재차 당부했다.

문화사역을 해 온 이현욱 일본 선교사는 “음악, 예능 사역을 하시는 분들이 말씀을 놓치는 부분이 있고, 찬양팀, 예배팀, 워십팀도 말씀 위에 세워지기보다 기능적인 부분이 부각돼 그쪽으로 세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강의를 들으며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 오직 성경)가 절대적인 부분임을 느껴 감사했다”고 말했다.

L 선교사는 “개인적으로 코비드 이후 본질을 추구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무엇을 본질로 삼을 것인지 늘 궁금함이 있었고 고민하던 차에, 다시 믿음으로 사는 원리로 선교의 의도적 모호성을 따라야 한다는 부분에서 와 닿았다”고 말했다. L 선교사는 “저 역시도 비자의 문제로 자꾸 실용주의 접근을 하게 된다. 점점 선교사 비자가 불가능해지고 학생비자도 나이 제한으로 불가능하여 가능한 비자는 비즈니스나 교육 비자이기 때문”이라며 “그에 맞는 실용적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도 마음 가운데 본질을 붙잡아야 한다는 내적 고민과 싸움이 존재하므로 순간순간 성찰하는 훈련이 계속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민 목사는 “청년들도 상담할 때 A냐, B냐 물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 강의가 청년들에게도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년 코로나가 터지고 청년들이 교회에 실망한 이유도 교회가 ‘남의 탓’을 한 것이었다”며 “남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청년들도 깊이 공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훈 선교사는 “선교현장도 격변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해온 선교전략과 방법이 여전히 유용한가 고민이 된다”며 “하나님의 섭리적 개입 부분을 좀 더 고민하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나눠야겠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