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MA 미션 콜로키움서 정민영 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 강의
“상황에 반사적 대응을 안 할 수 없지만 반추적이 돼야
성경은 나침반과 같아, 본질 추구는 ‘의도적 뜬구름 잡기’
성경 원리를 안다고 착각한 채 실용주의에 경도돼 있어,
진짜 문제는 그릇된 신앙이 가슴에 내려 열심 내는 것”

“코로나가 야기한 외적 문제인가, 코로나로 드러난 내적 문제인가. 전자는 상황적 대응을 요구하고, 후자는 본질적 변화를 요구한다.”

전 국제위클리프(Wycliffe Global Alliance) 부대표를 역임한 정민영 선교사는 지난달 말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주관한 KWMA 미션 콜로키움(Mission Colloquium)에서 코로나 시대 신앙공동체의 정체성과 역할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추하는 실천가 학습공동체를 통해 지속적인 회심의 여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1983년 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 회원선교사가 된 후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소수 종족어로 성경번역 사역을 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국위클리프인 GBT(성경번역선교회)에서 공동대표로 성경번역 선교사를 훈련하고 파송했다. 2002년부터는 국제위클리프에서 다양한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성경번역 사역을 촉진하는 ADI(Asian Diaspora Initiative)를 이끌었고,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위클리프 부대표로 사역한 후 현재 선교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 건축공학과, 합동신학원(M. Div.), 미시간주 칼빈신학교(M. Th.), 텍사스대학교 언어학 석사(M.A.) 과정 등을 이수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에게 치부가 있으면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고쳐진다”며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근거도 결국 상황이 아니라 말씀”이라고 말했다.
▲정민영 선교사는 “우리에게 치부가 있으면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고쳐진다”며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근거도 결국 상황이 아니라 말씀”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콜로키움은 서울 동작 CTS빌딩 9층 KWMA 대회의실에서 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 정용구 선교사의 사회로 KWMA 사무총장 강대흥 선교사의 인사, 정민영 선교사의 강의, KWMA 회원단체 및 선교사 리더 5명의 질의와 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온라인 줌과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코로나 시대의 텍스트(Text)와 컨텍스트(Context) 선제적 분별과 상황적 반응’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정민영 선교사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일종의 공황상태에서 변화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질문이었다”라며 “반응적 이야기는 꽤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와 교회, 선교운동에서도 뉴노멀이 나오면서 상황이 우리에게 던지는 반응도 중요하지만, 성경적으로 접근한다면 성경의 원리에서 떠나지 않는 선제적 분별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은 상황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치 않는 상수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변화하는 상황도 무시하면 안 되니 상수와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건강하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수와 변수, 선제적 분별과 상황적 반응

정민영 선교사는 “성경에서 말하는 지혜, 특별히 구약성경의 ‘지혜’로 번역돼 있는 단어는 ‘분별’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원래 의도에 맞을 것”이라며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전7:13~14)는 말씀과 같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보면서 하나님의 의도와 섭리에 대한 분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통과 곤고가 공존하고,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신다”라며 “코로나 이후 망가진 생태계에 대한 많은 깨달음이 있었고, 교계도 민낯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깨닫게 하시는 축복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당면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은 임기응변이 아니라, 본질을 성찰하는 것이다. 이는 주관적 해석이 아니며 하나님께서 이 일을 하시는 것을 분별하라는 것”이라며 “단순히 반사적(reflexive) 대응을 안 할 수는 없으나, 반추적(reflective)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교적 교회 운동에 관한 세계적인 신학자 마이클 프로스트의 ‘불연속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도전 앞에 반응적(reflexive) 지도력은 효력이 없다’는 말도 함께 인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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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도피적 원리주의나 현실 순응적 타협 아닌 ‘이중 경청’ 필요

정민영 선교사는 하나님의 말씀인 텍스트와 각 시대의 상황인 컨텍스트와 관련해 ‘상황을 무시하는 현실 도피적 원리주의’(요 17:15, 18)와 ‘상황에 의존하는 현실 순응적 타협’(롬 12:2)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어느 쪽이든 극단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라며 “우리는 양 극단을 거부해야 한다. ‘이중 거부’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어떻게 됐든 우리의 종교 활동을 하자’고 할 경우, 하나님께서 이유가 있어서 이러한 상황으로 섭리하시는데, 마치 그 상황이 없는 것처럼 일종의 현실을 도피하는 원리주의적 접근 방식은 문제”라고 말했다. 반대로 “지나치게 상황에 휘둘리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공황상태에 빠져 잘못 결정하거나, 현실 순응적으로 이 세대를 본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교회를 위한 중보기도는, 도피도 순응도 아닌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요 17:5)였다”고 강조했다.

정 선교사는 우리가 해야 할 바른 접근은 ‘이중 경청’(Double listening)이라고 주장했다. “신약신학자 존 스토트는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말씀을 우선 들어야 하고, 역사의 주인인 하나님이 역사를 어떻게 운영하시는지 컨텍스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그래서 텍스트와 컨텍스트는 말씀과 세상, 복음과 문화, 특별계시와 일반계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등에서 통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불변의 말씀으로 변화하는 상황 진단하고 처방해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가 경험하는 상황으로는 처음이지만, 2000년 기독교 역사를 보면 계속 반복된 ‘동일한 일의 다양한 변모’(전 1:9~10)”라며 “본질은 동일한 것인데 그 시대마다 다른 옷을 입고 나올 뿐이며, 이미 오래전 세대에도 많이 있었던 것이므로 교회 역사를 통해 학습할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 선교사는 이에 관한 명저로 1960년대 방한해 12년간 사역한 하비 콘(간하배) 목사의 저서 ‘변화하는 세상과 불변의 말씀’을 언급하며 “선제적 분별은 텍스트 중심성을 이야기는 것이다. 이 책은 어떤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해야 되는데, 단순히 반사적 처방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한 존 스토트의 책 ‘현대교회와 설교’도 함께 추천했다.

정 선교사는 “상황에 휘둘려 본질을 놓치기보다 상황을 초월하는 불변의 말씀(text)으로 변화하는 상황(context)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저스틴 베스(TGC, The Gospel Coalition)의 ‘우리는 우선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성경에 푹 잠겨야 한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마음의 심연에 흡수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문화 속에 들어가 바르게 비판하고 (오염된 문화를) 뒤집을 수 있게 된다. 바울은 성경을 깊이 알았고, 동시에 에테네의 문화-언어, 신념, 영웅들, 그리고 심연의 열망-를 이해했다’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두 세계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선교적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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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야기한 외적 문제, 코로나로 드러난 내적 문제

정 선교사는 “핵심 현안은 코로나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가, 아니면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우리의 민낯인가”라고 반문하며 “전자는 상황적 대응을 요구하고, 후자는 본질적 변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코로나가 빨리 끝나 옛날에 마음 놓고 대면하고 예배드리는 상태로 돌아가기 원한다”라며 “코로나 이전의 상황이 건강했다면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리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 맞을까. 적어도 아니라고 한다면 하나님이 우리가 이 부분(본질적 변화)을 생각하라고 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질병 증상의 노출은 당혹스럽지만, 치료를 위한 축복이다. 병은 숨기지 말고 소문내야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우리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여러모로 세상이 교회에 실망도 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당혹스럽지만 치료하려면 병은 소문내야 하는데, ‘왜 굳이 교회의 치부를 드러내느냐’고 말하는 것은 건강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치부가 있으면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고쳐진다”며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근거도 결국 상황이 아니라 말씀이며, 이것이 개혁의 전통 위에 서 있는 개신교회”라고 역설했다.

◇바른 실천을 향한 성경적 진단과 처방은?

정 선교사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하나님이 선교계에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가를 봐야 한다”며 “이 논의가 너무 빨리 실용적인 논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이 주신 성경은 지도라기보다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에 가깝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종교심은 지도이며 장로들의 전통인 탈무드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임을 마치고 버스 타고 갈 것인지, 지하철 타고 갈 것인지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결정까지 세밀하게 분별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며 “지금의 이 논의는 조금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선제적으로 분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선교사는 2020년 8월 톰 라이트가 크리스채너티투데이와 가진 대담에서 말한 것처럼 실용주의에 경도된 현대, 실용주의에 경도된 교회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실용적인 것이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우리의 담론이 너무 실용적인 것은 아닐까. 우리가 다뤄야 할 이슈는 단순히 실용적 해법일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성경은 믿음으로 사는 원리를 가르치는데, 원리는 굉장히 모호한 점이 많고 의도적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나침반처럼 큰 원리를 던져준 것”이라며 “우리는 자꾸만 모든 디테일을 하나님이 점지해주셔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으며, 이런 논의도 자꾸 결론적으로 스텝 1·2·3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마 가깝게는 인본주의적 합리성과 산업혁명이 강요하는 실용적 확실성 때문일 것이며, 3차·4차 산업혁명으로 가면서 이것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그래서 (사람들은) 모호한 원리를 말하면 다 싫어하고 손에 잡히는 무엇을 하면 되는지 말하는 데 많이 경도돼 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이것은 사실은 굉장히 위험한 방식”이라며 “(어떤 면에서) 본질을 추구한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뜬구름 잡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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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방법론 모색을 잠시 멈추고, 본질 분별하고 회복할 기회

정민영 선교사는 “이 콜로키움이 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고민하게 할 것이며, 그것이 콜로키움의 의도”라며 “그래서 몇몇 학자는 코비드 상황에 대해 ‘섭리적 개입’(divine reset)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문서 작업을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꺼지는데, 컴퓨터를 바꿀 때쯤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 아무리 바빠도 멈춰 서서 생각하게 된다”며 “곤고한 날에 하나님의 뜻을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자꾸 ‘약발이 있는’ 방법론 모색에 너무 빨리 가기보다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멈추고 본질을 분별하며 회복할 기회를 주신 하나님의 은혜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 꿩 잡는 매를 이야기하지 말고, 무엇이 성경적인 원리인지를 묻자”고 말했다.

◇회심의 긴 여정을 가로막는 반지성주의

그러면서 정 선교사는 “회심(metanoia)은 생각이 바뀌는 긴 여정이며, 평생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사색’은 사라지고 빨리빨리 정답을 찾기 위해 ‘검색’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검색이 우리의 지혜를 뺏어가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지혜는 사색의 여정을 통해 생기기 때문”이라며 “정답을 찾는다고 그것이 우리를 지혜롭게 하진 않는다. 분별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전부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크 놀은 그의 책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에서도 현대 복음주의 지성의 천박함에 탄식하는데,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은, 복음주의 지성이라 할 만한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주님께서 인정하시기 어려운 종교집단이 돼 있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리셋버튼을 눌러야만 돼서 (코로나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 앞에 설 필요가 있다”며 “사실 성경은 우리에게 실용적인 결과를 내라고 한 적이 없다. 성경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뜻에 순종하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정 선교사는 “지금 선교운동에 있어서도 결국 선교의 명령은 타종교와 ‘오징어게임’을 해서 승자 독식하는 선교가 아니고, 사실은 제자를 삼으라는 명령”이라며 “딜라스 윌러드의 ‘잊혀진 제자도’(원제 The Great Omission)는 ‘제자가 없는데 무슨 제자를 삼느냐’며 ‘많은 문제는 종종 말하듯, 머리의 지식을 가슴으로 내려보내지 못한 데 있지 않다. 대부분의 문제는 그릇된 신학이 가슴으로 내려간 데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원리는 다 아는데 어떻게 하느냐, 그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원리를 아는 것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며 “진짜 문제는 그릇된 신학이 가슴에 내려서 열심히 하는 데 있다. 선제적 분별은 다시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