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분별할 일은 겸손·애통·섬김,
대내적 반성·회개 필요하나 대외적 투사·책임 전가는 안 돼
성경의 교회론은 필연적으로 선교적 교회, 세상 위하는 이타적 집단
고통하는 세상과 공감하고,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탄식하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세상을 섬기는 선교적 언약 공동체 돼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얼마 전 주관한 KWMA 미션 콜로키움에서 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 정민영 선교사는 코로나19 터널을 지나면서 변화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변치 않는 성경의 원리에서 떠나지 않는 ‘선제적 분별’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코로나 시대의 텍스트(Text)와 컨텍스트(Context) 선제적 분별과 상황적 반응’을 주제로 강의한 그는 오늘의 신앙공동체들이 로마서 8장 26절부터 30절을 다시 볼 것을 제안하며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가 선제적으로 분별할 일은 겸손과 애통, 섬김”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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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나

정 선교사는 건강한 복음주의 신앙과 신학 회복 운동인 ‘1996년 케임브리지 선언’ 모임을 준비한 미국의 신학자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가 많은 실사를 한 뒤 ‘기초신학에 대한 무지가 교계에 그토록 팽배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잘 정의된 건강한 신학의 결핍으로, 복음주의자들은 세상의 온갖 가치들과 방식들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또 신약학자 톰 라이트는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적, 선제적 분별없이 이야기하자 2020년 5월 ‘하나님과 팬데믹’(God and the Pandemic: A Christian Reflection on the Coronavirus and Its Aftermath)이라는 책을 써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했다. 그해 7월 바이오로고스 크리스천 과학자 모임에서 톰 라이트와 프랜시스 콜린스가 토론하며(A Christian Response To COVID: A Virtual Event with N.T. Wright & Francis Collins), 미로슬라브 볼프도 톰 라이트를 초청해 팬데믹에 우리가 해야 하는 것으로 울고(Weeping), 하나님의 선처를 기다리며(Waiting), 하나님과 함께 동역(Working)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한다고 했다(‘N.T. Wright on Weeping, Waiting, and Working with God in the Pandemic’ Miroslav Volf and N.T. Wright).

정 선교사는 “톰 라이트는 같은 해 8월에 열린 크리스채너티투데이와 가진 대담에서도 ‘팬데믹에 대한 우리의 바른 반응은 겸손과 주저함 없는 실천(섬김)이다. 우리는 이 일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멈출 수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성령과 더불어 탄식하면서 세상을 섬기라고 말씀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 선교사는 “로마서 8장 26절부터 30절까지를 이번 강의의 성경 본문(text)으로 선정하게 됐다”며 “우리가 정말 선제적으로 분별할 일은 겸손, 애통, 섬김”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헤아리지 못하는 연약함

정 선교사는 “좋으신 하나님이 왜 이렇게 행하시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하나님의 뜻대로 잘 구하지도 못 한다”라며 “우리의 기도도 연약함 때문에 겸손할 수밖에 없고, 우리 스스로를 향해 반성하고 회개하는 것도 늘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내적 반성과 회개는 필요하지만, 그 일이 왜,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지 우리가 확정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라면서 “대외적 투사, 책임 전가로 특정 대상을 적시해서 정죄하고 비난하며, 마녀사냥을 자행한 역사적 오류가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선교사는 “어려움이 있을 때 투사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데, 특정 대상을 적시하는 것은 자신이 하나님인 척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신성모독”이라며 “정죄와 비난, 마녀사냥을 자행한 흑역사가 지난 2년 동안도 많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강단에서도 그랬고,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하는 일이 너무 잦다. 이것이 성경적으로 올바른 자세이고 방향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코비드 상황이 우리 생애를 놓고 보면 새로운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해 아래 새것은 없는 것처럼 본질적으로 새로운 일이 아니며(전 1:9~10), 특별히 어떤 집단 때문에 더 힘들어진 것도 아니다”라며 “창세기 3장의 타락 이래 세상은 항상 악했고 고통과 재난은 늘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평안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고통스러워진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로마서 8장 본문에서 타락으로 망가진 고통하는 피조 세계는 ‘피조물이 허무한 데 굴복’(20절)하고,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 노릇’(21절)하며,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22절)한다고 했다”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 세계가 죄의 결과로 고통하는 상황으로, 특정 집단 때문에 생긴 문제라기보다 창세기 3장 이래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디폴트”라고 덧붙였다. 정 선교사는 “이에 하나님은 고통하는 세상을 위한 해법으로 그리스도와 그분의 몸(교회)을 보내셨다”며 “세상을 위한 그리스도, 교회를 보내시는 성경 전체에 나타나는 큰 그림 안에서 지금의 당면 문제를 파악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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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불행과 재난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일, 타락한 세상의 고통을 축복으로 바꾸는 하나님의 방식은 무엇일까. 정 선교사는 “예수님이 회당에 가셔서 이사야 말씀을 인용하시는 메시아의 ‘나사렛 선언’(눅 4:18~19)에 그리스도의 역할이 나온다”라며 “이는 메시아와 교회가 연속선상에 있으면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부르신 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로, 성경의 교회론은 필연적으로 선교적 교회, 세상을 위하는 이타적 집단”이라고 했다. 그는 “마치 처음에 주신 언약이 아브라함과 그 후손 히브리인을 배타적 특권층으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이방을 축복한 선교적 언약인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정 선교사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어왔던, 심지어 코비드에서도 우리의 자리매김을 ‘배타적 수혜자’ 관점으로 하기 때문에, 고난이 오면 낙심과 분노에 빠져 타자를 비난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일이 2000년 역사 속에서 계속 반복됐다”며 “이는 성경적으로 건강한 관점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교회론은 그리스도가 그러했던 것처럼 ‘고통하는 세상과 공감하고,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탄식하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세상을 섬기는 선교적 언약 공동체’(창 12:1~3)인 선교적 교회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약을 선교적으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선교적 언약’이고, 복음도 선교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선교적 복음’이었다”라며 “우리는 그 부르심 앞에 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의도를 파악하고 하나님의 뜻에 합한 기도를 잘 못하는 성도를 위해 성령은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대로 간구하신다(롬 8:26~27)”라며 “‘하나님의 뜻’을 묻고 추구하는 기도의 본질은 ‘주기도문’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맥을 이해하고 로마서 8장 28절의 ‘하나님의 뜻대로’ 부름받은 성도는 망가진 피조계의 회복을 위한 성도, 교회의 역할을 해야 하며, 그것을 위해 보내신 그리스도의 연장 선상에서 교회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통, 공감, 동행하시는 하나님

정 선교사는 교회가 그러한 역할을 하기 위한 중요한 두 번째 관문으로 ‘애통’을 언급했다. 그는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셔서, 공생애 기간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하신 예수님은 단순히 세상을 ‘객체화’하거나 ‘사역의 대상화’로 빵을 던져주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며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공감’을 놓치면 열심히 도와주고도 뺨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로마서 8장에 3중 탄식이 나온다. 이 과정 없이 우리가 세상을 돕는다면 우리는 시혜자적 갑질을 하는 잘못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선교사는 “톰 라이트는 이 부분에 대해 ‘세상을 구하시기 위해 하나님은 그 아들로 오셔서 죄의 짐을 친히 짊어지셨다. 하나님은 또한 성령으로 오셔서 세상이 고통하는 그 자리에 교회와 더불어 탄식하신다’라고 말했다”라며 “로마서 12장 14~15절도 교회 안의 지체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교회 밖의 사람들과의 관계로서, 기뻐하는 자들과 같이 기뻐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과 함께 일하시는 하나님

그러면서 정 선교사는 “한글 개역성경의 로마서 8장 28절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는 (번역이) 조금 만족스럽지 않다”며 “본문의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은 수혜적 여격 ‘에게’(to/for)보다 동반적 여격 ‘과 함께’(with)로 번역하는 것이 ‘합력하여’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 문장 전체의 주격은 ‘수네르게이’(συνεργει, 함께 일하다)로, 하나님이 누구와 협력하신다는 의미”라며 “현재 번역은 수혜자적 특혜집단의 관점을 가지기 때문에 (번역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나 한다. 번역의 의도대로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예수 믿는 자들은 모든 것이 다 잘 될거야’라고 말할 것이었다면 그냥 ‘에르게이’(εργει, 일하다)를 사용하여 ‘God will work out’(하나님이 해결하실 것이다)이라고 할텐데, ‘God works with’(하나님이 함께 일하신다)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선교사는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과 하나님이 함께 일하신다는 의미”라며 “소위 수혜적 역격인 현대 번역이 문법적으로 불가능한 번역은 아니지만,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코로나로 힘들고 망해도 예수 믿는 사람들은 잘 될 거야’라는 말일지, 오히려 ‘고통당하는 세상을 축복하라고 부르신 선교적 공동체와 하나님이 함께 일하신다’는 말일지에 따라 우리의 역할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fusion medical animation/unsplash
정 선교사는 “제가 번역한다면, 로마서 8장 28절의 가능한 재번역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께서는 그분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과 합력하여 모든 것에 선을 이루신다’로, 선교적 교회론은 그것에 기반한다”고 주장했다.

정 선교사는 곧 “교회는 배타적 수혜집단이 아니라, 타락 이후 고통당하는 세상의 탄식(롬 8:19~22)에 공감하고 축복하여 악을 선으로 변화시키는 구속적 과업에 하나님과 동역하도록 부름 받은 ‘하나님의 동역자들’(수네르고이, συνηργοι, 고전3:9)”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연속성

정민영 선교사는 “바울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교회와 그리스도의 연속성을 계속 강조해 왔다”며 “사실 교회를 오이코스(οἶκος, 가족)라는 단어로 많이 쓰는데, 가족 메타포 안에서 불연속성을 강조할 때가 있고, 연속성을 강조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해서 독생자를 보내셨다’고 할 때는 불연속성이다. 독생자는 예수님밖에 없다”며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셨다는 것은 고통하는 세상을 축복하는 메시아의 구속적 사역(나사렛 선언, 눅 4:18~29)에 동참하도록 초청받은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속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느니라’(롬 8:15)에서 이미 가족 메타포를 통해 연속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예수님만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아빠 아버지라 부르는 놀라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로마서 8장 16~17절, 8장 29절도 이러한 그리스도의 연속성 상에 우리를 두신 것임을 설명했다.

◇구원의 서정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선교적 뜻과 계획

정민영 선교사는 로마서 8장 30절(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에 대해 “소위 조직신학에서, 또는 개혁자들이 구원의 서정, 구원의 여정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구절”이라며 “그 여정은 우리가 예수를 믿고 바로 천당에 가는 개념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를 의롭다 하셔서 이 세상에 두시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며 “이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세상을 구원하는 일에 이미 이루신 십자가 보혈의 공로에 근거한 구원의 확장, 선교적 연속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톰 라이트가 제안한 “‘그 일이 왜 일어났는가?’(누구 책임인가?)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로 초점과 질문이 이동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 화를 내면서 ‘어느 녀석 때문이야’ 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마녀사냥하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이 고통하는 세상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이냐’, ‘우리는 어떤 존재로 이 고통하는 세상에 보냄을 받았는가’이다”며 “끊임없이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본질적인 우리의 존재를 재확인하고 헌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