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부분인 누가복음 11장 1~4절에 보면, 예수님이 기도하시는 모습을 본 제자 중의 한 사람이 예수님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하기를 가르친 것같이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옵소서”(1절)라고 청원한다. 이 청원에 대한 응답으로서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기도하라”(2절)라는 말씀과 함께 마태복음의 경우와 같이 예수님은 주기도문을 기도의 모델로서 제시하였다.
다음 둘째 부분인 누가복음 11장 5~8절에는 기도의 자세와 관련하여 하나님께 간청하여 기도하면 반드시 하나님께서는 응답하신다는 사실을 강조해 주는 “밤중에 찾아온 친구에 대한 비유”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가복음 6장 9~13절에는 기도하는 자들의 마음가짐과 관련하여 계속해서 열심히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틀림없이 크게 응답해 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기도해야 할 것을 강조하는 말씀이 나온다.
주기도문의 내용 구분
주기도문의 내용 구분은 기도의 서문과 대상과 송영을 제외하고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 부분은 다시 세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부분은 하나님께 대한 기원(Thou-Petitions)이다. 이 첫 부분의 세 가지 요소인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 이루어지이다’에는 하나님의 영광 및 그 나라와 계시된 뜻의 승리를 위한 중보기도(Intercession)와 간구(Supplication)가 담겨 있다.
둘째 부분은 우리에 대한 기원(We-Petitions)이다. 이를 다시 세 가지 요소, 즉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로 나눌 수 있는데, 인간의 필요를 다루고 있다. 이 세 가지 기원에는 감사(Thanksgiving)가 있고 죄의 고백(Confession)도 포함되어 있는데, 요청에 앞서 우리의 약함과 죄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특수대명사(주기도 속에서 단수 인칭 대명사를 발견할 수 없다. ‘우리 아버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우리에게 죄지은 자…’)가 가르치고 있듯이 우리 자신의 필요한 것과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것에 관한 간구와 중보기도로 되어 있다. 우리 대부분은 ‘나는, 나를, 나의’라는 말로 주님께로 나오는 반면, 주기도는 이런 면에서 비이기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주기도문이 가르쳐주는 영적 자세
주기도문은 새로운 경륜 속에서 드려야 할 기도의 본보기 내지는 귀감(Model)으로 우리의 영적 자세를 가르쳐준다.
1)창조주를 믿는 피조물로서의 자세=‘하늘에 계신’. 창조주만이 하늘에 존재하신다는 것을 믿는 피조물로서의 진실한 신앙고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2)비이기적인 자세=‘우리 아버지여’. 복수대명사가 가르치듯이 공동체 속에 자신을 발견하려는 기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3)아버지에 대한 자녀(子女)로서의 자세=‘아버지’. 우리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우리가 자녀라는 확신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4)진정한 경배의 대상자로서의 자세=‘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믿는 자녀들의 예배 대상은 거룩하신 하나님뿐이시기 때문이다.
5)하나님은 왕이시고 우리는 그의 백성으로서의 자세=‘나라이 임하옵시며’. 이 기원은 백성된 우리를 다스려 주옵소서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6)주인에게 종으로서의 복종의 자세=‘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 않고 주인 뜻대로 복종하려는 자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7)하나님을 삶 속에서 신뢰하고 확신하는 자세=‘오늘날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필요를 항상 채우신다는 확신 속에서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8)순례자의 인생길에 보호자 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세=‘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인생길 가는 동안 험한 시험이 많은데, 천국 갈 때까지 시험에서 이기는 승리자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9)죄인으로 회개하는 자세와 주님을 구주로 믿는 자세=‘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기도할 때마다 나는 죄인이며, 내 모든 죄악이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신 공로로서 사함을 받을 수 있고 주님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하나님을 삶에서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자세=‘나라가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세상의 권세와 마귀의 힘은 일시적이고 최후가 있지만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 아버지께서 왕이 되시는 나라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11)하나님의 능력 안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세=‘권세가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하나님의 권세는 그 능력에서 영원하기 때문이다.
12)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의 자세=‘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주신 기쁨은 성령의 열매이고 충만된 기쁨이며, 그 기쁨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매일 저녁 세 식구가 가정 예배를 드렸다. 미국에 두 살 때부터 살았던 아들이 한국 충현교회 주일학교 영아부에서 두 살 때 노래로 배우고 익혔던 주기도문을 곡조 없이 외웠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가끔 주기도문 노래의 마지막 송영 부분만을 노래했다.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그때마다 예배 후 기쁨이 넘치는 웃음의 꽃이 활짝 폈다. 주기도문의 송영 부분에서 넘쳐흐르는 영적 자세를 통한 은혜가 가정 예배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었다. 하나님만을 신뢰하는 우리 가정,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 온 가정이 승리한 하루, 하나님이 주신 기쁨 안에서 성령 충만을 체험했다.
필자 자신의 ‘기도의 삶’과 ‘기도의 신학’에 대한 전부는 “인간은 무릎을 꿇고 하나님과 마주하고 앉을 때 가장 위대하고 마주하고 엎드릴 때 가장 높아진다”라는 고백으로부터 시작하기를 원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짤막한 주기도문 안에 인간이 하나님께 드려야 할 기도의 전부를 다 넣으셨다. 주기도문을 대할 때 우리는 자주 이 주기도문을 형식적으로 외우고 의식적인 행위에서 그 한계를 넘지 못함을 시인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기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고 있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언제 어느 때든지 이 주기도를 마음속 깊이 진실하게 드림으로 감동적인 영적 체험을 개인적으로 혹은 공동체 안에서 나누기를 원한다.
개인과 공동체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도를 하나님 앞에서 드린다면 주기도문의 모든 표현과 기원과 논증 속에서 우리는 이 땅 위에 오신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신 예수님의 참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복음서를 통하여 주신 주기도는 믿는 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능력이자 하나님의 지혜’가 되는 복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해주며, 하나님께서 규정하신 기원(Petitions)을 드리고 은혜로운 응답을 기대하면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성령 충만의 열매인 기쁨을 누리게 할 것이다.
김석원 목사
국제기도공동체(GPS, Global Prayer Society) 세계주기도운동연합 설립자 및 대표
CCC 국제본부 신학대학원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