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크 1> 이주민 선교/다문화사회 진단
사회자: 국내 이주민 현황은 어떻습니까.
박찬식 소장: 국내 이주민은 약 250만 명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숫자는 230만 명 정도지만, 이미 귀화한 약 20만 명에 대해서도 동일한 개념의 사역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숫자의 대략 50%가 중국인이고, 이들 중 약 70%가 중국 동포이다. 중국 국적자를 제외한 숫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들이 아시아인들이다. 2030년이 되면, 이주민 500만 명 시대가 될 것으로 본다. 남북관계가 진전되어 통일이 되면, 오히려 이주민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정혁 박사: 우리나라는 이민은 까다롭게 하는 한편, 단기순환 비자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대부분의 이주민이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동포의 비중이 큰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이다.
정상엽 목사: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그 신앙을 유지하려고 한다. 나는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사역하는데, 인도네시아는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지만 비교적 온건한 무슬림이다. 무슬림에 대한 오해나 편견 때문에 선교가 막혀서는 안 된다. 유럽의 예를 들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럽 상황과 많이 다르다.
사회자: 제주 예멘 난민은 이주민 선교의 기회로 보십니까, 위기로 보십니까.
박찬식 소장: 난민이 발생하는 사유인 박해와 경제적인 이유 사이에는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모두 '위장난민'이라는 식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상엽 목사: 그들이 선교에 제약이 많은 나라에서 왔으므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길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찾아왔고, 무조건적으로 시혜를 바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자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된다고 본다. 우려하는 안전이나 법적인 문제들은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않겠나?
이정혁 박사: 난민은 이주민의 극단적인 사례이다. 우리도 예전에 난민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그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택환 그소망교회 목사: 수백만 명의 난민이 유입되어 문제가 된 유럽을 예로 들면서 우려하지만, 겨우 3만여 명이 신청해서 수백 명 정도만 (난민으로) 인정받은 우리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 문제시하는 것은 지나치다.
사회자: 이주민 여성 및 다문화 가정의 주인공으로서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합니다.
우강토야 전도사: 이주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 많아서 약 80%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드라마 등을 통해서 한국에 대해서 배웠다가 실제로 겪게 되는 현실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주 여성을 얕잡아 보고 무시한다. '얼마 받고 시집온 거냐?' '친정에 돈을 보내고 있지?' 등등의 말을 하고, 피부색이 다른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방송인 데렉(Derek): 탈북민들도 유사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많다.
사회자: 한국교회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과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정혁 박사: 한국교회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은 무관심에서부터 바른 인식을 가지고 실제로 사역을 잘하는 수준까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이주민 선교에 대한 성경적인 이유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누구나 차별 없이 구원하는 복음의 보편성에 근거하여 이주민 사역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터 김 네팔 선교사(Peter Kim):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네팔 이주 노동자의 경우, 네팔에서 한국어 능력 시험을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이때 누구에게 한국어를 배웠느냐에 따라 한국에 와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선교사에게 한국어를 배운 분들은 한국에 와서 교회를 찾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이 네팔에서는 고학력자인데 한국에 와서는 비전문 단순노동만 가능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많이 시달리고, 심지어는 자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테드 야마모리 박사: 예전에는 선교사가 선교지로 들어갔지만, 지금은 선교의 대상들이 들어오고 있다. 당연하게 선교의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정상엽 목사: 인도네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면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제자훈련을 시켜 역파송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성과로 미루어 볼 때,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선교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내가 사역하면서 중요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은 인도네시아인들끼리만 잘 믿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 곧 한국인,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에게도 전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월 셋째 주에 인도네시아 성도들이 길거리 청소를 하고 있는데, 한국인들에게까지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사회자: 다문화 2세 들의 선교적 잠재력과 강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우강토야 전도사: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이주민인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보며 자라고, 음식도 엄마 나라의 음식과 한국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이중 언어를 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좋은 선교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꼭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이 아이들은 잠재력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이주민이라고 해서 위축되고 불안해하면, 그런 정서가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엄마들이 불안함을 이겨내고 자신의 모국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고 당당해야 한다.
사회자: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점수를 준다면?
박찬식 소장: 일본이 문화에 대해서 열려있다면, 한국은 사람에 대해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점수를 준다면, 70점.
정상엽 목사: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수용하는 면에서 약하다. 반면에, 정 문화가 있어서 인정을 베푸는 데 적극적이다. 정 문화는 지나치게 퍼주는 식으로 표현되는 문제가 있기도 하여, 이것을 감안하면 점수는 70점.
이정혁 박사: 이주민 사역을 처음 시작한 17년 전에는 주로 임금체불이나 산재 같은 문제로 상담을 했는데, 요즘은 이런 상담은 많이 줄고 자녀 교육에 대한 상담이 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 점수는 70점.
우강토야 전도사: 한국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곳곳에 있지만, 나는 이 센터들이 이주 여성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지만, 그것은 결국 한국인인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여권이나 출국 관련해서는 여전히 한국인인 아빠의 동의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여 이주 여성인 엄마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 <토크 3> 이주민 사역을 위한 제언
정상엽 목사: 가급적 섬기는 나라의 언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고, 제자훈련이나 양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주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교회'라는 의식이 생기게 된다.
박찬식 소장: 지금까지는 이주민 사역을 '선교'의 관점에서 접근했으나, 이제는 장기체류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목회'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이주민 성도에게 장로나 안수집사 등 교회의 주역으로 세우기 위하여 그들에게 안수를 주는 분위기가 확산되어야 한다.
이정혁 박사: 지방에서 목회를 하는 지인 목사님이 태국인이 교회를 찾아왔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문의해 왔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그를 맞이하고 친절을 베풀며 맞아주라고 했다. 이 태국인이 교회의 환대에 감사해 하며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지금은 교회에 많은 태국인 성도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어르신뿐인 시골교회에서 태국인들이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것도 대접하면서 섬기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차별과 편견 없이 이주민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강토야 전도사: 야마모리 박사님이 발제 마무리에서 했던 톨스토이와 걸인의 예화로 제언을 대신하고자 한다. 물질을 도와주는 게 필요한 게 아니라 '형제여!'라고 부르며 이주민을 사랑으로 대하고 존중해주길 바란다. 모국에서는 전문직에 종사했거나 고학력을 가진 이주민들이 한국에 와서 차별을 받고 무시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