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한국교계와 선교계도 우리 곁에 다가온 외국인 이주민 선교에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8월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0만8천여 명으로, 귀화자까지 약 25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보통 외국인이 인구의 5% 이상인 경우 다문화사회로 분류하는데, 국내 체류 외국인은 4.7%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인구 변화 가운데 한국 교계, 선교 리더들도 이주민 선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8월 선교한국 대회 준비 모임에서 이들은 '미래 선교 이슈'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이주민 선교'를 6순위로 꼽았다.
국내 이주민 사역이 봉사와 섬김의 단계에서 제자 양육과 선교 리더십을 원활하게 배출하는 단계로 나아가려면 '리더십'은 꼭 다뤄야 할 문제다. 이주민들을 한국과 본국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로 성장시키려면 한국인 사역자들의 리더십이 중요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가운데 경기 북부 이주민교회연합회인 '열방선교네트워크'(ANMN, All Nations Mission Network)가 '이주민 선교와 리더십'을 주제로 20일 의정부제일교회에서 제4회 열방선교네트워크 이주민선교포럼을 개최했다. 6만73명의 외국인이 등록된 경기 북부 지역(고양, 일산, 파주,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남양주, 구리 등)에는 54개 이주민교회가 활동하며, 이중 37개 이주민교회가 열방선교네트워크에 소속돼 정기 연합기도회, 선교포럼, 음악회 등을 열고 있다. 이번 포럼은 열방선교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의정부제일교회, 온누리교회가 후원했다.
'이주민이 섬기는 기회를 주는 것이 진정한 섬김'
'이주민 선교와 리더십'을 발표한 노규석 온누리M센터 목사는 "M센터 사역 초기에는 이주민들의 의료, 법률, 경제 지원과 같은 실질적 요청에 반응했지만,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긍휼사역의 한계를 경험하고 M센터 차원의 경제적 지원은 하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대신 국가별 예배 공동체에서 현지인 성도들이 서로서로 돕도록 하면서 공동체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온누리M센터는 이주민들을 동등한 위치에서 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수련회 참석 이주민과 한국인 봉사자들이 동일한 회비를 냈고, 교회 지원금도 수련회 비용의 50%를 넘지 않도록 했다. 노숙자 방문 섬김과 구정, 추석, 여름수련회에서도 이주민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섬길 기회를 주었다. 노 목사는 "이를 통해 이주민들이 동일한 위치에서 좀 더 건강한 예배 공동체를 세워나가고, 리더십과 신앙 성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공동체에 들어온 이주민은 '선교 대상'이 아닌 '선교 파트너'로 인식하여, 하나님 선교에 함께 사역하도록 해야 하며, 세계 선교의 책무를 어깨에 지고 달려갈 선교의 다음 주자로 준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누리M센터는 15년간 25명의 외국인 목회자를 선교 훈련시켜 본국으로 역파송해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음을 확인했다. 노규석 목사는 "이들은 (한국에서 본 대로) 자신들의 교회에 다른 민족을 위한 예배를 개척하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며 "그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넘어서서 해외 선교지로 가도록 도전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여름 온누리M센터는 최초로 순수 몽골인으로만 구성된 아웃리치팀을 유럽으로 보냈다. 앞으로도 현지인이 리더십을 발휘할 아웃리치팀을 구성해 선교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며, 국제 선교훈련 프로그램인 카이로스 훈련도 언어별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노규석 목사는 다시 한번 "이주민을 대할 때 사역의 수단이 아닌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 또한 나의 종이 아닌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응답을 경험하며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주민들은 미래 자기 나라의 교회, 교단, 신학교를 책임질 리더이고, 한국인 사역자는 현지인 교회를 돕는 부목사, 선교목사의 역할을 한다는 태도로 예수님의 섬김의 본을 따를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기본 인식에서 사역을 진행할 때는 동료 한국인, 외국인 사역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팀사역을 하며, 교회 공동체 안에 축적된 영적 전통과 힘으로 일하고, 기록으로 남겨 후배들에게 전수하도록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주민선교 사역자는 신뢰, 헌신, 섬김, 이양을 준비하는 리더십 필요'
열방선교네트워크 포럼준비위원장인 이용웅 선교사(의정부 펠로우십교회 담임)는 10년간 태국 현지인교회에서 사역하고, 12년간 한국 거주 태국인을 대상으로 사역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경적이고 바람직한 리더 양성에 대해 제언했다. '펠로우십교회의 리더십 양성'을 주제로 발표한 그는 "올바른 제자를 세우기 위해서는 올바른 말씀에 기초하고 생활과 인격이 겸비한 제대로 된 리더(사역자)부터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 의정부 펠로우십교회는 대부분 노동자로서 시간 확보가 어려운 태국 이주민들과 오전 예배 후 식사, 의료, 미용, 물리치료 등 특별 활동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조금씩 성경공부 시간을 확보해나갔다. 그리고 △셀 리더를 세워서 그들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신학 공부를 지원하며 △설교와 가르침의 기회를 주어 언어, 문화적으로 잘 아는 이주민을 중간 리더로 세워서 훈련했다. 이에 태국 방콕 BBS(Bangkok Bible Seminary)의 한국 분교에서 공부시키고, 신학을 마쳤거나 공부 중인 교인들은 직접 주일 오후에 정기적으로 교인들을 가르치게 했다.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성경교사나 가정교회를 형성하여 지도력을 발휘할 것을 염두에 둔 훈련이다.
펠로우십교회는 태국으로 귀국한 성도들도 꾸준히 돌본다. 태국은 수천 년을 이어져 온 불교 세계관이 강하고, 교회가 없는 마을이 태반이기 때문에 이용웅 선교사는 정기적으로 태국을 방문해 귀국한 교인과 가정, 그들이 다니는 교회를 돌아본다고 했다. 귀국한 교인들끼리는 페이스북, 라인 등 SNS로 교류하도록 하고, 한국의 단기팀을 태국으로 초청하여 성도들을 교제,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감사하게도 우리 교회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돌아갔거나, 교인 가정이 다니는 태국 현지 지도자 5가정의 교회를 교인들이 작년부터 스스로 물질로 돕기 시작했다. 교회 월세도 교인들의 헌금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웅 선교사는 "오늘날 미국, 중국의 일부 한인교회가 자립뿐 아니라 활발하게 선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같은 이주민교회도 영주 거주자들이 많아져 자립구도로 가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이주민 대상 한국 사역자들이 예수님과 사도 바울 같은 리더십의 본을 통하여 건강한 성경적 제자들을 많이 세워, 복음의 불모지인 그들의 조국을 신속하게 복음화시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주민의 회심 통해 교회 정착율 높이면 체계적 양육으로 리더 성장 가능'
'이주민 선교사의 리더십과 교회 자립'에 대해 발표한 하남 비전교회 윤대진 선교사는 "25년이 넘는 이주민 선교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한국의 이주민 사역 현장은 영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주민에게는 양육이라는 과정을 통해 회심을 경험하게 해야 하며, 회심 신앙인으로 만들지 안고서는 귀환자들의 변질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민 성도를 전도해서 리더십으로 세울 때 이주민들이 본국에 돌아가서 교회에 정착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귀환자들의 영적 돌봄 또한 이주민 사역자들의 책무라는 것이다. 또한 귀환자들의 교회 정착율이 높으려면 회심자를 얻어야 하며, 교회 사명인 예배와 교육, 복음전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말씀이 바르게 선포되고 양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현지인 통역자나 현지인 사역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부족한 현지인 사역자 양성은 이주민 선교의 최대 과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대진 선교사는 "국내 이주민 사역의 목표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을 양성하는 일"이라며 이주민 선교의 전략은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신학교육', '예배와 말씀과 양육'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주민들은 미래 이주민교회의 현지인 지도자이고, 언젠가 본국으로 귀환하여 자국민 복음화에 주역들이 될 것"이라며 성경의 핵심적 주제인 교리를 가르치는 신학교육과 예배와 말씀, 양육은 이주민교회 사역의 최우선 순위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주민교회의 자립 이슈에 대해 그는 "잦은 사업장 이동은 양육의 연속성을 멈추게 하여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을 어렵게 하고, 이들의 낮은 헌신도로 인해 재정 자립이 쉽지 않다"며 "교회 정착율을 높여 체계적인 양육을 받은 성도들은 매월 헌금을 하고 성숙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내 이주민 사역현장은 향후 현지인 사역자들의 리더십에 의해 자치, 자전, 자립의 구도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지인 사역자가 누구의 통제도 없이 스스로 교회를 운영하고 관리해야 하며, 현지인들이 스스로 복음을 전하고 전도, 양육하고 일꾼을 세우고, 현지인 사역자가 외부의 도움 없이 성도들의 헌금으로 교회 운영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선교사는 "이러한 자치, 자전, 자립의 현지인 교회가 500만 이주민 시대를 대비한 전략"이라며, 이를 위해 이주민 대상 한국 사역자들이 현지인 지도자 양성에 더욱 집중해야 하며, 한국 중대형교회와의 동역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국내 이주민 선교가 세계복음화를 이루는 선교의 모판이 되어야 한다"며 "국내 이주민 선교는 세계복음화를 위해 세계선교를 주도할 선교사를 배출하는 통로이며, 그래서 무엇보다 이주민을 교육, 훈련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교회, 이주민교회, 이주민 선교단체 협력해야'
'경기 북부 이주민선교 현황, 실태 및 리더십'을 발표한 열방선교네트워크 사무국장 임광순 장로(온누리교회)는 지역별, 언어권별 이주민선교 현황과 실태를 소개했다. 임 사무국장은 "이주민선교가 거의 나홀로 선교, 각개전투로 흘러왔으나 지역교회, 이주민교회, 이주민 선교단체가 연합과 협력을 통해 더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내면 좋겠다"며 "이주민 선교의 성패는 지역교회에 달려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교회만으로는 사역이 한정적이어서 대형교회가 절박한 필요를 채워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주민, 이주민교회가 다수 소재하는 지역에 뜻있는 대형교회가 다문화이주민센터를 설립하고 이들의 절박한 필요, 곧 상담, 의료, 소통, 쉼터, 자녀 문제 등의 해소 방안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열방선교네트워크는 지역별 이주민교회연합모임을 강화하는 한편, 협력사역을 통해 지역교회에 이주민선교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켜 왔다. 현재 이주민음악회, 이주민선교포럼, 열방기도회를 열고 있으나, 앞으로는 한국어 강사 양성프로그램 등 지역교회와 다양한 협력사역을 이루어 계획이다. 활동 지역도 의정부, 양주, 동두천, 파주 중심에서 고양, 구리, 남양주 지역으로 단위도 확장시킬 계획이다.
논평에 나선 미션파트너스 상임대표 한철호 선교사는 "흩어진 주변부, 소수자를 통해 중심부의 역사가 변화되어 온 기독교를 볼 때, 이주민 사역은 미래 세계교회를 바꾸는 사역"이라며 "이주민 선교가 재생산 구조가 되도록 이주민들이 회심의 단계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팔로워가 되길 원한다"고 제안했다. 한 선교사는 이어 "열방선교네트워크의 사역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이 사역이 한국교회에 더 많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질의응답 순서에 '이주민 사역의 첫발을 어떻게 내디딜 수 있느냐'는 질문에 최소 3개월 이상 크고 작은 이주민 선교단체, 이주민교회를 방문해서 배우고 자신과 맞는 모델을 찾아보라는 답이 나왔다. '교인들이 본국에 귀국했을 때 팔로우업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에서부터 국제적으로, 혹은 본국에서 인정받는 정규과정으로 훈련해 귀국 후에도 현지 교회에서 인정받고 사역하도록 하고, 자주 왕래하는 현지인 목회자 교회로 성도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응답 등이 나왔다. 또 지역기독교연합회의 부활절연합예배 등에서 열방선교네트워크 사역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