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jpg“에리트레아에서는 감옥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고 있다!”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에리트레아는 강력한 독재 정권의 통치로 전 세계에서 인권유린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Voice of Martyrs Korea)가 진행하는 ‘2016년 순교자의 영성 강연 시리즈’ 세 번째 강사로 초청된 에리트레아인 버하니 아스멜라시 목사(사진)는 3일 주최측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리트레아의 정치, 종교, 인권유린의 실상 등을 설명했다.

2003년 ‘릴리즈 에리트레아(Release Eritrea)’를 설립하여 독재 정권 아래서 고통받는 기독교인들과 투옥된 이들, 또 정부의 압제를 피해 인근 나라로 탈출한 난민을 위해 인도적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버하니 목사는 1993년까지 병원, 보건소 등에서 일반의로 근무하던 의사 출신 목회자다. 1994년 교회 감독 겸 의료사역 담당자로 사역하다 1999년 영국으로 건너가 신학 학사, 이슬람 연구 분야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에리트레아 정부가 2002년 이슬람교, 정교회, 천주교, 루터교 등 4개 종교만 승인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으로 분류한 후 2003년에는 모든 복음주의 교회의 주일예배를 중단시키는 법령을 통과시키자 릴리즈 에리트레아를 설립했다. 2004년 영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고 2005년 영국 시민이 됐으며, 2008년 영국 국교 소속 다민족, 다문화 교회인 플럼스테드 커먼 처치(Plumstead common church)의 파트타임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다. ‘복음주의 테러리스트’라는 죄목으로 수배되어 있어 지금까지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그는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한때 3천 명의 기독교인이 투옥돼 고문, 강제 노동 시달려

에리트레아는 이탈리아령(1889~1947)에서 벗어나 1952년 에티오피아에 강제 편입된 후, 1961년부터 30년간 독립전쟁을 하여 1993년 독립했다. 국민은 민주주의 국가를 꿈꿨지만, 정권을 잡은 독립투사 출신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최악의 독재자가 되었다. 지난 22년간 선거도, 헌법도 없었고 정치적 비판을 하면 바로 종신형 혹은 즉시 처형당하게 된다. 2001년 정부 고위층 군장교, 장관들이 정부 정책 개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투옥 중이거나 사망했고, 같은 해 언론의 자유가 금지돼 언론인들이 체포돼 수감 중이거나 사망했다.

종교적 탄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에리트레아는 작년 오픈도어선교회 기독교박해순위(WWL)에서 북한, 이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정부는 2002년 복음주의 교회, 오순절 교회를 폐쇄하고 교회 지도자들과 복음성가를 부르는 사람들, 성도들을 개인 혹은 집단으로 체포했다. 버하니 목사는 “에리트레아에서는 기독교 활동을 해서만이 아니라 기독교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간첩으로 몰아 체포당한다”며 “감옥에 갇힌 정확한 기독교인 수는 알 수 없으나, 한때 약 3천 명이 투옥돼 있기도 했다. 최근 그 수는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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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하니 아스멜라시 목사(좌)의 강연을 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 폴리 현숙 박사(우)가 통역하고 있다.
버하니 목사는 의사 출신 목회자로 1999년 영국으로 건너가 2004년 난민으로 인정받고 2006년 영국 시민이
 되었다.  영국 국교회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2003년 설립한 단체 ‘릴리즈 에리트레아’ 총괄책임자로
 에리트레아인들의 종교 자유 운동과 난민 사역 등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버하니 목사는 “감옥에 안 가는 경우 직장에서 쫓겨나고 사업장은 폐쇄되며 은행의 돈을 압류당하는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심각한 차별을 당한다”며 “그래서 모든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 교회는 모두 지하교회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허락한 정교회, 가톨릭, 루터교 지도자들조차 정부의 요구를 정확히 따르지 않으면 감옥에 갇힌다. 에리트레아 정교회 수장은 80세에 종신형을 받아 10년째 수감생활 중이다. 독재 정부는 정교회 사람들을 이용하여 지하교회까지 통제하려 하고 있다. 버하니 목사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나라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에리트레아인은 비행기 탑승 전 종교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많은 기독교인이 다른 루트로 나라를 떠나 난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옥에 갇힌 기독교인들도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에리트레아의 감옥은 화물 컨테이너, 구덩이, 군막사, 옥외감옥, 경찰서, 개인빌라 등 다양하며, 의료, 위생 시설은 거의 제공되지 않거나 없다. 수감자들은 주기적으로 고문과 굶주림, 강제노동, 독방 투옥 등을 당하는데, 고문은 구타를 비롯하여 손과 발을 묶어 몇 시간, 혹은 며칠이고 나무에 매다는 ‘헬리콥터’형, 십자가처럼 보이게 달리는 ‘예수’형, 더운 날씨에 불 옆에 노출시키거나 2~3시간 땡볕에 노출시켜 전신에 화상을 입히는 형, 맨발로 태양열이 내리쬐는 곳을 걷게 하는 형 등 가혹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수감자들은 채석장에서 돌을 캐거나 무거운 돌 옮기기, 정부 소유 농장에서 일하기, 트럭에 군용물품을 싣고 내리는 일 등 강제노동을 당한다. 버하니 목사의 경우 독립전쟁 중인 1980년대 에티오피아 군부에 체포돼 11개월간 투옥돼 고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그는 구덩이 위에 거꾸로 매달려 걸을 수 없을 때까지 몽둥이로 맞았다.

버하니 목사는 심각한 박해 속에서도 에리트레아에서 기독교가 성장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지하 가정교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감옥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있다”며 “무슬림을 비롯한 모든 종교의 사람들이 감옥에 함께 갇혀 있다가 복음주의자들을 통해 주님께 돌아오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난민수용소의 크리스천들은 대부분 감옥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함께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국가로 부상

인권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아페웨르키는 북한의 독재 정권과 지도자 숭배를 모델로 삼아 집집마다 자신의 사진을 걸어놓게 했으며, 최근 독립기념일에는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달게 했다. 또 국민의 돈과 재산을 몰수하고, 이를 위해 통화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에 저항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만, 해외에 있는 버하니 목사는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압제와 인권 유린을 호소하는 웹사이트를 수차례 만들었지만, 예산이 부족해 자주 해킹당하거나 사이트가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UN에서의 증언과 언론 인터뷰, 런던의 에리트레아 대사관 앞에서 시위도 펼쳤다. 버하니 목사와 같은 에리트레아인들의 간절한 호소로 에리트레아의 인권 운동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고, 지금은 UN이 피해자들을 국제법으로 다스리도록 개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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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 에릭 폴리 목사(맨 왼쪽)가 국내 탈북자 사역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이지희 기자

“증오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야”

독재 정권의 압제 이외에도 과거 한 나라였던 에티오피아인들을 향한 ‘민족적 대립’, 약 500만 인구에서 절반씩 차지하는 기독교(대부분 정교회, 가톨릭 등도 포함)와 무슬림의 ‘종교적 대립’, 전통 기독교 교단과 복음주의, 오순절 교파 사이의 ‘교단의 대립’ 등은 에리트레아 교회에 주어진 과제다.

이날 “감옥에서 증오가 아닌, 원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간증한 버하니 목사는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 이웃이란 타종교인을 포함해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며, 그들을 내 마음 속에 초청함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수까지 사랑함으로 기독교가 더 특별하게 된다”며 “그 증오를 극복할 힘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가능하다. 사랑은 복음전도의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거듭 강조했다. 투옥 당시 자신을 밀고한 사람과 같은 방에 갇혔던 버하니 목사는 사랑으로 그를 섬김으로 결국 좋은 기독교인이 되게 한 경험이 있다.

그는 또 에티오피아와 증오의 관계에 있는 에리트레아 상황이 마치 북한과 남한의 관계와도 비슷하다며 “탈북민 사역을 할 때 지원도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탈북민을 초청하는 공간을 만들어 그들을 우리 교인 중 한 사람으로 초청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탈북민들이 큰 교회에서 예배드릴 수도 있지만, 가정에서 온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는 가정예배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 에릭 폴리 목사는 “남한 내 탈북민 중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비율이 30%, 자살률은 16.3%이며, 탈북민의 마약 사용, 학업 중단, 범죄 비율이 높은 것은 우리의 북한 사역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버하니 목사의 이야기에 많은 도전을 받아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5년 전부터 국내 탈북민 사역에 그의 경험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릭 폴리 목사는 “우리는 탈북민을 남한 사람처럼 만들려 하거나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며 “예수님이 우리처럼 성육신되어 이 땅에 오신 것처럼, 우리도 그들과 같이 되고 그들의 문화와 방언을 배우며 집에 서로 초청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 폴리 현숙 박사도 “버하니 목사의 경험은 탈북자 사역에 대한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관점을 바꾸는데 도전을 줄 것”이라며 “주일 대예배를 북한 방언으로 드리는 한국교회, 자신의 집을 열어 탈북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한국 목회자,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이 반반씩 구성된 한국교회 등 진정한 이웃사랑을 나타나는 구체적인 실천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처음 방한한 버하니 목사는 일주일 간 탈북자 선교 훈련생을 위한 비공개 세미나를 포함해 한국교회를 대상으로 북한사역을 위한 도전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특별 공개강연은 6월 6일 오후 7시 30분 한국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에서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순교자의 소리가 발간한 에리트레아 지하 교인들의 소식을 담은 신간 서적 ‘에리트레아-갇혀버린 민족’도 소개한다.

2016년 순교자의 영성 강연 시리즈에는 ▲벨라루스의 드미트리 라소타 목사(6월 23일~27일) ▲이란의 조셉 오세피안 목사(7월 28일~8월 3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타스 아부 사다(9월 6일~13일) ▲스리랑카의 야미니 라빈드란(10월 20일~27일) ▲캐나다의 그렉 무슬리만(11월 18일~12월 3일) 등이 초청됐다. 강사들을 교회 예배 및 모임에 초청하기 원하면 한국 순교자의 소리에 연락(02-2065-0703)하면 된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