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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수마트라의 외곽에 와있다. 우선 가장 먼저 보고 느끼는 것은 없는 것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갖고 있는 것들, 으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여기엔 없다. 예를 든다면 냉장고조차 없다. 그동안 우린 한국에서 냉장고에 음식물들을 잔뜩 쌓아놓고 먹었다. 그러나 선교 현지에서는 그럴 수 없다. 냉장고가 없으니 오래 보관할 수도 없고, 더욱이 더운 나라여서 하루도 그냥 둬서는 안 되므로 그날 먹을 것은 그날 소비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사람이 더 이상 욕심을 부릴 수 없는 환경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처럼 욕심을 부리며 냉장고에 음식을 쌓아 둘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우린 그동안 먹지도 못하면서 냉장고에 보관하다 썩어 버리는 음식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또한 더운 나라니까 좀 있는 집은 에어컨이 있지만, 그것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할 때 온수도 거의 없이 사는 집이 많다. 그래서 정 샤워하고 싶을 땐 아주 더운 낮에 물 한번 끼얹으면 된다. 만약 잠들기 전에 샤워하려면 물을 데워서 찬물과 섞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모든 면에서 한국에서의 삶이 감사할 수밖에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현지에서의 사람들의 결혼 연령이 20대 초반이다 보니 40세가 되면 벌써 많은 손주를 보게 되는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 그래서 저들은 우리 한국 사람보고 왜 같은 동년배인데도 불구하고 젊어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저들의 초혼 관습이 일찍 노령화로 가는 길인 것이다. 우린 아이들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초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는데 말이다.
이곳 아이들을 보면 한결같은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은 꼭 있어야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고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데,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면 웃을 기회를 평생 놓치고 마는 것이다.
선교지에 오면 이렇게 없어도 기뻐할 수 있고, 부족해도 감사할 수 있는 비결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감사가 없이 욕심만 채우면서 살아왔는지 모른다. 나는 이곳에 잠시나마 있으면서 그동안 모든 것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법을 배우고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또한 설혹 불편한 것들이 있을지라도 불편한 것들을 오히려 감사하면서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선교는 결국 불편을 감수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불편한 것들은 많지만 예수님이 하늘 세계를 버리시고 이 땅에 구원 사역을 위해 우리 같은 육신의 몸으로 오신 것 자체가 매우 불편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성육신적인 삶을 본받도록 힘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김영휘 목사/선교사(KWMA 운영이사, 시니어선교한국 실행위원, 서울남교회 은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