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북어민 강제북송을 인권침해 사건으로 시인하고 재발 방지해야”

서울중앙지방법원
ⓒNKDB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탈북어민 2명을 강제송환한 사건으로 기소된 주요 인사들이 19일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20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이슈브리프를 공개했다.

2019년 11월 탈북어민 2명을 강제송환한 당시 정부는 이들이 ‘흉악범’이며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송환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고문 방지 협약과 난민 협약 가입국인 대한민국이 국내법, 국제법, 국제 의무를 모두 위반한 대표적인 강제송환 사례로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지난 2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각 징역 10개월,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각 6개월을 구형했으나 선고유예를 내렸다.

NKDB는 앞서 탈북어민의 강제송환을 결정한 주요 인물들을 자체 북한 인권 DB에 가해자로 기록하고, 공권력에 의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북한 인권 피해자들을 법적으로 대리하기 위해 2022년 2월 16일 산하에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2022년 7월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센터장 윤승현)는 강제북송을 결정한 주요 결정권자와 실무자 11명을 직권남용, 직무 유기, 불법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2023년 7월 이들이 기소된 이후로도 사건을 꾸준히 추적해 왔다.

이번 판결 이후 탈북어민 강제송환 사건의 공개 재판을 지속 참관하며, 통일부 직원들의 증언과 증거,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신문 등을 꾸준히 속기해 온 NKDB 이지안 조사분석원은 이날 그 과정을 토대로 작성한 이슈브리프를 공개했다. 이지안 조사분석원은 “피고인들이 기소 이전까지는 ‘탈북어민들의 송환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라는 정당화 논리에 집중했던 반면, 그들이 기소된 이후에는 ‘송환의 책임을 분산시키며 책임 공백’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또 “국내 북한이탈주민의 대부분이 아직 북한 또는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 구성원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에서,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어민들을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자기 가족이 북한으로 송환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북한이탈주민 커뮤니티에 조성한 것”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이번 이슈브리프는 사건 발생 시부터 결심 공판 이후까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 증언 등을 중심으로 피고인들의 정당화 전략과 부인 논리를 분석하고, 이에 가려졌던 인권 문제를 다시금 조명하기 위해 집필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도 19일 설명자료에서 “피고인들이 직권을 남용하여 탈북어민들을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행사를 방해했다”며 강제송환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NKDB는 “그러나 이 사건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권침해 사건으로 시인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당시 정부가 이 사건을 ‘인권침해’ 사건으로 공식 시인하고, 북한 주민의 귀순 과정에 정치·안보의 비중이 아닌 인권 보장과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하고 제도를 개선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NKDB는 부설 인권침해지원센터를 통해 국내에서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해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을 위해 법률상담 및 변호 활동도 펼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시민단체인 NKDB는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기록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피해자들이 보호받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법률 지원, 심리상담 등 포괄적 지원 활동, 국제사회와 연대하며 법적·제도적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