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 ⓒWikimedia
한국전쟁이 잊히면서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이 가속화된다. 핵의 위협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재래식 무기 개발과 기술이 크게 혁신되었다. 미국은 1950년의 원자탄보다 200배 강한 수소폭탄을 개발했다. 소련도 1950년 똑같은 실험을 성공하고 수소폭탄을 보유했다. 1955년 중거리 유도탄을 수없이 개발해서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룬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인이었다. 남북 2,500만 명 중 4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생겼다. 모든 가정에 이산가족이 생겼고, 가족제도에 치명적이었다. 20세기에 가장 처참한 전쟁이었다. 북한은 폭격으로, 남한은 전투지역으로 피해가 컸다. 6.25로 전후세대 100만 명이 월남하고 30만 명이 월북했다. 전쟁 과부는 30만 명, 전쟁고아는 10만 명, 의지할 데 없는 노인, 축복받지 못한 혼혈아, 이들은 유령처럼 폐허 속을 떠다녔다.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기독교인과 지주와 민주 인사들이 월남하고 난 후, 김일성은 소비에트화를 가속시킨다. 경제를 사회주의 구조로 바꾼다. 기간 사업 복구는 중공군이 남아서 도와준다. 소련의 원조와 지원으로 소련의 문화와 기술을 전수받는다. 북한의 젊은이가 소련으로 유학 가고, 소련의 예술과 문학을 빠르게 흡수한다. 중공과는 전쟁으로 급속히 가까워진다. 경제와 문화교류를 하고, 국제 문제에서 북한이 중공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

6.25 전후 3번의 인구 이동이 있었다. 첫째는 6.25 이전 월남 인구, 둘째는 6.25 중 전선 따라 이동한 인구(1.4 후퇴), 셋째는 6.25 이후 대량 인구 이동이다. 대부분 무직이고 기술도 없고 농촌 출신으로, 도시 정착이 어렵지만 도시로 이동한다.

1953년 28.3%의 국민이 뿌리 없는 부초처럼 흔들린다. 전쟁 후유증으로 한국인의 자아의식이 사라지고 깊은 열등감과 패배 의식이 짙어졌다. 심한 고통으로 웃을 일이 없고, 고아가 많고, 구걸하는 이가 많고, 상이군인이 많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쟁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과 현재의 불안이 미래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국인은 미국의 물건과 문화가 동경의 대상이 된다. 물질적 기대감이 커졌다. 암시장이 형성되고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 방법을 합리화한다. 이제 생존경쟁의 전쟁이다.

이승만 정부는 휴전협정 조인으로 미국의 도움을 받는다. 정부는 먼저 산업을 재건하는 경제 원조를 요구한다. 미국은 소비경제 70%와 재건경제 30%를 지원한다. 1955년 미국의 잉여 농산물이 한국에 왔다. 원조 물자로 전후 극심한 식량난이 해소된다. 이 원조로 설탕 등 식품산업이 둔화되고 플라스틱, 판유리, 시멘트 등으로 새로운 한국인 부자가 생긴다.

옛날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가진 자가 없고, 누구나 똑같은 신분이 되었다. 남녀노소가 살기 위해서 삶의 전선에 나온다. 자기 생존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고, 이전에 가난한 자가 전쟁으로 부자가 됐다. 누구나 재주껏 힘써서 노력하면 신분이 바뀌었다. 물질만능주의로 미풍양속, 윤리와 도덕이 급격히 붕괴했다. 아이들은 전쟁 중에 미군에게 초콜릿과 껌을 달라고 하다가, 이제는 돈이나 라이터를 요구했다. 생존 경쟁 의식은 높은 교육열이 된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부모는 희생하고 모든 대가를 치른다. 자녀 교육으로 신분 상승과 높은 지위를 기대하며, 치맛바람과 고액 과외 등이 번져간다.

한편, 6.25 후 북한에서 공식적인 행사에 박헌영이 보이지 않는다. 김일성은 6.25의 책임을 남로당에 전가시켜 정적 제거와 자기책임을 동시에 모면한다. 6.25로 남북의 양극체제나 미, 소의 사상전이 아니라, 남북이 한민족보다 철천지원수임을 경험하고 적대국이 되었다. 지리적 분단보다 마음의 분단이 커졌다.

오늘의 6.25에 대한 의식이 신세대와 구세대가 다르다. 6.25를 직간접으로 체험한 구세대는 ‘공산주의와 대화는 절대 안 된다. 합의도 안 된다’, ‘힘으로 이겨내고 쳐부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6.25를 체험하지 못한 신세대는 빈곤을 모르고, 구조적으로 민주화와 민주공동체에 익숙하다. 그래서 ‘경제, 가치, 안보를 대화로 풀자’고 말한다.

이범희 목사
▲이범희 목사
이제는 6.25 미 체험의 시대이다. 직간접 체험자는 10%만 생존해 있다. 6.25의 주역인 김일성, 스탈린, 모택동, 이승만이 다 사라졌고, 75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변했다. 그리고 첫째, 미, 소 사상전이 아니라 다원화 시대이다. 둘째, 이념보다 이익과 실리의 시대이다. 셋째, 계급이 아니라 인격과 신용의 사회이고, 영토 전쟁이 아니고 시장이다. 넷째, 무기는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지식과 정보화의 시대이다.

레닌 사상이 무너지고 공산 사상이 다 해체되었다. 소련도 중공도 경제는 시장경제국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김 씨 제국주의이다. 지금도 북한은 선군사상으로 4대 군사 전략을 통해 남조선 적화가 지상목표이다. <끝>

이범희 목사(㈔한국보훈선교단 이사장, 6.25역사기억연대 역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