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는 최근 기독교 박해지수인 월드워치리스트 2025(WWL 2025)를 발표하며, 최신 박해 동향을 보고했다. 올해 기독교 박해의 특징으로는 중앙아시아에서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박해 강화, 예멘과 미얀마 등에서 내전에 의한 박해 강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역에서 계속되는 폭력, 교회가 지하화되는 징후, 역대 최고 박해점수를 기록한 멕시코 등이 언급됐다. 또 이와 함께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 현황과 일부 국가에서 박해가 개선된 긍정적인 소식도 전했다.
◇교회가 지하화되는 징후
오픈도어는 박해할 교회가 남아 있지 않은 박해국은 오히려 박해지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독교인의 고립과 교회 감소는 여러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패턴이다. 알제리의 경우 박해지수가 1.9점 떨어져 79점에서 77점이 되었다. 박해 순위도 작년 15위에서 19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모든 개신교 교회가 강제 폐쇄되어 더 이상 폐쇄될 교회가 없는 상황이다.
오픈도어는 “알제리 기독교인들에 대한 다른 형태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며 “재판과 선고를 기다리는 기독교인의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일부는 비무슬림 종교 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에 따라 기소를 피하기 위해 눈에 띄지 않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특히 온라인 기독교 활동에 중점을 두고 교회를 약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재정적, 조직적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며 “교회 폐쇄와 함께 전반적인 압력으로 인해 많은 알제리 기독교인들이 고립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기독교 공동체는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의 그늘에 소멸 위기에 처했다. 오픈도어는 “가자지구에서는 최소 33명의 기독교인이 사망했고, 폭력 사태로 대부분의 가옥이 파괴되었다.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당국의 기존 제한 조치가 강화되었고, 이미 기독교 공동체에 적용되던 여행 제한이 전쟁 발발 이후 더욱 강화됐다”면서 “많은 기독교인 가족들이 해외로 이주했거나 떠나려고 하고 있다”고 알렸다.
아프가니스탄 교회는 지하에 깊숙이 숨어 있어 탈레반 당국이 단속할 수 있는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에 교회가 고립되어 있어 신앙과 관련된 공격이 일어날 경우, 확인된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중국에서는 교회가 비교적 개방적으로 존재하던 시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픈도어는 “한때 중국 정부가 용인했던 미등록 교회는 이제 당국이 정기적으로 규제를 시행하고 정책을 강화하면서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국가가 승인한 교회는 더 강력한 이념적 압력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법률에 따라 목회자들은 세뇌 교육에 참여해야 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종교 교육은 금지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소규모 교회는 통제하기 쉬운 대형 교회를 만들기 위해 합병하거나 아니면 지하에서 고립된 가정 모임으로 교제를 이어가야만 한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감시 국가는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뿐 아니라 독재 국가의 기독교인들은 일반적으로 온라인과 실생활 모두에서 감시당하는 것에 대해 많은 경계를 한다. 오픈도어는 “WWL 연구원들은 중국과 다른 지역에서 기독교인들 사이에 신앙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한다”며 “특히 이는 교회가 어디에 있든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는 소명에 계속 부응할 수 있도록 교회의 남은 자(계 3:2)를 강화하는 사명이 있는 오픈도어에 긴급한 신호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역대 최고 박해점수를 기록한 멕시코
오픈도어는 “조직 범죄는 멕시코의 주요 관심사이며, 서로 싸우는 카르텔은 종종 교회 지도자와 기독교 단체, 특히 평화를 중개하거나 폭력과 협박의 피해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다”라며 “가장 최근 보고 기간 WWL 연구원들은 신앙을 이유로 살해 및 납치된 기독교인의 수가 급증했으며, 기독교인 가정과 기타 재산에 대한 공격이 증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서는 2024년 중반에 선거가 치러졌고, 전국적으로 발생한 공격으로 최소 37명의 공직 후보자가 사망하고, 수백 명의 후보자가 부상하는 등 전반적으로 더 폭력적인 한 해가 되었다. 선거 전 폭력의 급증은 특별히 기독교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위험에 처한 교회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멕시코(31위)는 쿠바(26위), 니카라과(30위)보다는 뒤처졌지만, 2025년 상위 50위권 국가에 포함된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순위가 상승했다. 올해 멕시코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박해 순위를 기록했다.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 현황
WWL 2025는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 데이터도 보고했다. 이는 최소 수치이며, 실제는 이 수치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2025년 한 해 ‘신앙과 관련된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은 4,476건이었다. 이는 WWL 2024의 4,998건보다 감소한 수치인데, 나이지리아에서 신앙을 이유로 살해당한 기독교인이 4,118명에서 3,100명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오픈도어는 “나이지리아에서 폭력 사건은 증가했지만, 폭력의 진원지가 기독교인이 많이 거주하는 북중부에서 일부 이동하면서, 기독교인 희생자는 작년보다 줄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이외 지역에서는 2024년 880명보다 더 많은 1,376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됐다.
‘교회 또는 공공 기독교 시설 공격’은 전년 14,766건에서 7,678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중국에서 눈에 띄는 수치 감소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르완다는 전년 120건보다 올해 4,000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공격받은 건물의 숫자는 해당 건물을 사용하는 많은 교회 공동체의 공포와 불안감과 연결된다. 오픈도어는 “이러한 공격은 기독교인들이 강제로 쫓겨나지 않더라도 교회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 없이 구금된 기독교인, 체포, 선고 및 투옥’은 2024년 4,125건보다 증가한 4,744건이었다. 이 중 구금된 기독교인은 2024년 3,329건에서 증가해 3,604건이었고, 신앙을 이유로 형을 선고받은 기독교인은 2024년 796건에서 1,140건으로 증가했다.
‘납치된 기독교인’은 2024년 3,906건보다 감소해 3,775건이었다. ‘기독교인이 강간 또는 기타 성희롱을 당하거나 비기독교인과 결혼을 강요당한 경우’는 3,844건이며, 이 중 ‘신앙과 관련된 이유로 강간 또는 성희롱을 당한 기독교인’의 사례는 트라우마와 문화적 금기 문제로 통계 작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24년 2,622건에서 3,123건으로 증가했다. 기독교인이 비기독교인과 강제 결혼한 사례도 2024년 609건에서 821건으로 증가했다.
‘기타 신체적 또는 정신적 학대(구타 및 살해 위협 포함)를 당한 기독교인’은 2024년 42,849건에서 54,780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시아 국가에서 이슬람 테러 단체와 기타 급진적 종교 단체가 기독교인과 기독교 공동체를 끊임없이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불안과 공포의 측면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공격받은 기독교인의 주택, 상점, 사업체 또는 기타 재산’은 2024년 27, 171건에서 28,368건으로 늘었다. 이 중 주택이나 기타 재산이 공격당한 사례는 2024년 21,431건에 비해 감소하여 20,084건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상점이나 사업체가 공격받은 사례는 2024년 5,740건에서 8,284건으로 증가했다.
‘집을 떠나거나, 국내에 숨거나, 나라를 떠나야 하는 기독교인들’은 2024년 295,120건에서 209,771건으로 감소했다. 이 중 신앙을 이유로 집을 떠나거나 국내에 숨어야 했던 기독교인 수는 2024년 278,716건에서 183,709건으로 줄었으나, 신앙과 관련된 이유로 고국을 떠나야 했던 기독교인 수는 2024년 16,404건에서 26,062건으로 증가했다.
◇기독교 박해가 개선된 긍정적인 소식
콜롬비아는 지속적인 반정부 게릴라 운동과 수많은 범죄 집단이 영토와 마약 거래를 장악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들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교회를 포함해 영토 지배 시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픈도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2월 게릴라와 마약 밀매업자들은 일시적인 휴전을 연장했고, 가장 최근의 WWL 조사 기간 콜롬비아의 반기독교 폭력은 다소 진정되었다”라며 “콜롬비아의 폭력 점수는 여전히 ‘매우 높음’ 범위이지만, 신앙 때문에 살해된 기독교인의 수가 감소했기 때문에 점수가 2024년 68점에서 66점으로 2점 하락했고, 2024년 34위에서 12위 하락한 46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니카라과는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이 사상 최고치이며, 다른 면에서도 더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니카라과 박해지수는 2024년 70점에서 1점 상승해 71점이 되었고, 순위는 30위로 동일했다. 오픈도어는 “독재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계속 탄압했고,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주요 비판자인 교회 지도자들은 특히 보복의 취약한 표적이 되었다”라며 “미국과 캐나다가 2024년 오르테가 정부에 부과한 자산 및 여행 제재가 아니었다면 교회 상황은 더욱 악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연합도 2022년 니카라과 제재 체제에 동참하여 인권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도록 오르테가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오르테가 정부는 2022년 8월에 구금되었다가 2023년 2월 반 니카라과 허위 정보, 업무 방해, 불복종 혐의로 징역 26년형을 선고받은 마타갈파의 롤란도 호세 알바레스 주교를 11개월 만인 2024년 1월에 석방하고 귀화시킨 후 추방했다. 또 한 달 동안 구금되었던 다른 18명의 사제와 신학생도 석방시켰다. 오픈도어는 “이는 물론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련의 니카라과 성직자 추방 사건 중 가장 최근의 사건이기도 하다”며 “12개월의 WWL 보고 기간 대부분 성직자인 94명의 기독교인이 추방되었는데, 더 필러(The Pillar)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추방된 사제는 약 110명으로, 니카라과 가톨릭 교회 성직자의 약 15%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