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박해받는 성도 증가, 중앙아시아에서 박해 두드러져
내전 지역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박해 상황 심각
전 세계 78개국의 약 3억 8,000만 명이 넘는 그리스도인이 현재 기독교 신앙으로 인해 폭력과 살해, 납치와 차별 등 심각한 박해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70개국, 3억 6,500만 명보다 1,50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오픈도어는 15일 서울 서초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기독교 박해지수인 월드와치리스트(WWL, World Watch List) 2025 발표 행사를 열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박해 현황을 알리며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WWL 2025는 이날 오픈도어가 개발사역을 진행하는 25개국에서 동시에 발표됐다.
WWL 2025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신앙 때문에 살해당한 기독교인은 4,476명이었고, 신앙과 관련된 이유로 기독교인 가정, 상점, 사업체가 공격을 받은 경우는 28,368건이었다. 폭력으로 인해 강제 이주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은 1,600만 명에 이르렀다.
한국오픈도어는 “2023년부터 지금까지 박해받는 교인들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여, 2023년 3억 6,000만 명에서 2024년 3억 6,500만 명, 2025년 3억 8,000만 명으로 늘었다”라며 “지난 한 해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인에 대한 폭력과 권위주의적 제한이 증가했고, 특히 중앙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박해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키르기스스탄은 돌 투척 사건과 예배 습격 등 교회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면서 박해지수(+7.5점, 59→66점)가 가장 많이 상승해 14단계 오른 47위를 기록,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상위 50위 권에 진입했다. WWL 리서치 전문가 롤프 지거스(Rolf Zeegers)는 “2021년 1월 현 대통령인 사디르 자파로프가 집권하기 전까지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덜 권위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었다”라며 “그러나 더 많은 제한적인 법안이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종교 자유에 대한 제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정부 통제가 강화되면서 예배 모임에 대한 경찰의 급습과 기독교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 등으로 박해지수가 상승(+3점, 65→68점)해 9단계 오른 38위를 기록했다. 오픈도어 WWL 리서치 상무이사 프란스 비어만(Frans Veerman)은 “중앙아시아의 권위주의 정권의 위협은 많은 기독교인이 점점 더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심해졌다”며 “독재 정권과 급진적 요소에 시달리는 국가들에서 기독교인들은 의도적으로 표적이 되거나 더욱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도 어김없이 기독교 박해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북한은 1993년 첫 WWL 명단 발표 이후, 2022년 탈레반에 장악된 아프가니스탄에 밀려 한 차례 2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 23번째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픈도어선교회 북한선교연구소는 WWL 2025 북한 리포트에서 “북한의 기독교 박해가 완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여전히 강도 높게 이어지고 있다”며 “근래 들어 더욱 심각해진 북한의 사상문화통제의 법률 제정과 제도화, 강제북송에 따른 인권 침해 문제 등은 북한의 기독교인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에서는 종교를 지칭하는 용어인 ‘미신’을 설교한 미디어를 접하면 5년 이상 중형을, 이를 유입 및 유포하면 최소 무기징역에서 사형까지 선고받는다.
북한선교연구소는 이 외에도 지하교회 박해와 탈북자 강제 북송, 북한의 한국인 억류 장기화, 기독교인들이 수감되는 정치범 수용소 운영 등 구체적인 박해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교회가 박해받는 동포 형제자매들을 향해 더 큰 관심과 참여, 기도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미얀마는 군대와 여러 반군 간의 전투로 박해지수가 81점 이상인 극심한 박해국가(13위)에 포함됐다. 미얀마 전체 인구의 8%에 달하는 기독교인은 전국적으로 계속되는 전투의 한가운데 있으며, 도시에서도 더 많은 기독교인이 피난길에 올랐다. 카친주에서만 10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정부군이나 카친 반군에 살해되거나 구금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난민 캠프에서 지내며, 군대는 반군의 은신처로 의심하는 교회를 더 많이 공격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매년 수천 명이 기독교 신앙 때문에 살해당하는 나이지리아는 풀라니 무장세력과 지하디스트 단체의 공격 등으로 여전히 기독교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올해 박해 순위 7위를 기록했다. 폭력의 진원지가 기독교인이 많이 거주하는 북중부에서 일부 이동하면서, 살해당한 기독교인이 전년 4,118명보다 올해 3,100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이외 지역에서는 전년(880명)보다 더 많은 기독교인(1,376명)이 살해당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새로운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도 등장하면서 기독교인 납치가 빈번해지고, 교회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제오픈도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전역의 기독교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아프리카 교회가 박해가 극심한 곳에서 믿음으로 설 수 있도록 ‘어라이즈 아프리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박해 강화로 지하교회들이 더욱 지하화되는 국가들도 보고됐다. 한국오픈도어는 “알제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는 눈에 보이는 기독교인 존재가 줄면서 신자들이 고립되거나 지하 비밀예배로 내몰리고 있고, 중국 및 기타 독재 국가의 기독교인들은 고도의 감시로 공개적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것이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박해지수가 81점 이상인 극심한 박해국은 1위 북한(98점)을 비롯하여 2위 소말리아(94점), 3위 예멘(94점), 4위 리비아(91점), 5위 수단(90점), 6위 에리트레아(89점), 7위 나이지리아(88점), 8위 파키스탄(87점), 9위 이란(86점), 10위 아프가니스탄(85점), 11위 인도(84점), 12위 사우디아라비아(81점), 13위 미얀마(81점)였다.
박해지수가 작년보다 2점 이상 증가한 나라는 50개국 중에서 12개국으로, 예멘, 수단, 모로코,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콩고 민주공화국,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터키, 키르기스스탄, 차드였다.
박해가 전반적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다. 한국오픈도어는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가장 극단적 형태의 폭력이 감소해 박해지수가 하락하면서 WWL 50개국에서 제외(2024년 42위→2025년 59위)됐다”고 말했다.
또 “콜롬비아는 지속적인 반정부 게릴라 운동과 더불어 수많은 범죄 집단이 영토와 마약 거래를 장악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있다. 이들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교회를 포함해, 영토 지배 시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2월 게릴라와 마약 밀매업자들은 일시적 휴전을 연장했고, 반기독교 폭력이 다소 진정돼 신앙 때문에 살해된 기독교인 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콜롬비아 박해지수는 2점 하락하여, 12단계 떨어진 46위를 기록했다.
한국오픈도어 공동대표 신현필 목사(임마누엘교회 담임목사)는 “WWL의 정보를 알면, 막연하게 기도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목회에 무궁무진한 좋은 인사이트가 있고 성도들이 피부적으로 다가가 (박해 지역을 위해) 기도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난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하고 값진 자원”이라며 “WWL은 교회 성도들로 하여금 세속화의 잠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해 주고, 교회 형편과 교인들의 성장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하여 고난을 나누고,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길을 모색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 네덜란드 오픈도어 부총재 에버트 슈츠(Evert Shut) 박사는 WWL 2025의 박해 동인 및 철학에서 △이슬람적 억압 △종교적 민족주의 △씨족 억압 △종족-종교적 적대감 △기독교 교파적 보호주의 △공산주의 및 탈공산주의 억압 △세속적 불관용 △독재적 편집증 △조직적인 부패와 범죄 등 9가지 박해 동인을 소개하고 “WWL 연구는 우리가 박해받는 이들을 잘 이해하기 위한 모퉁이돌과 같다”며 “저마다 다른 박해 상황 가운데서 그들을 위한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우리가 WWL을 연구하고 발표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슈츠 박사는 이어 “오픈도어는 전 세계 모든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박해교회를 찾아가고, 박해교회와 함께 사역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 김경복 목사는 “WWL은 잠자는 성도들의 영성을 깨우고, 영적 부흥을 위한 중요한 도전을 준다”라며 “또 선교 전략을 고민하며 선교 방향을 찾는 좋은 자료가 되고, 교회 성도들과 박해받는 교회를 섬기는 데 참여하고 기도하게 한다. 이로써 교회가 새롭게 되고, 교회 선교가 더욱 구체적으로 되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있다”고 말했다.